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내 친구들은 음악 놓지 않게 '딴따라질' 계속할 수 있게

2월 29일 열린 제9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의 주인공은 지난해 발표한 2집 앨범으로 총4개 부문을 수상한 '장기하와 얼굴들'이었다. 2008년 88만원세대의 자화상 '싸구려커피'로 혜성처럼 등장한 '대중지향형 인디밴드'.서울대 출신에 멀끔한 외모, 색다른 스타일의 음악으로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는 장기하의 뒤에는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이란 모토 아래 한장 한장 손으로 음반을 구워냈던 붕가붕가레코드의 '곰사장'이 있었으나-.

'붕가붕가'란 개나 고양이들이 봉제인형이나 사람 다리에 비비적대며 스스로 성욕을 달래는 행위. '내 표현욕구가 우선이지만 들어주는 너도 신경을 쓰겠으며, 그렇게 네가 들어주는 것이 내 욕구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대중지향적 인디음악 정신의 상징이다. 이 예사롭지 않은 이름으로 서울대 재학 중 인디레이블을 만든 고건혁(31) 대표는 본명보다 '곰사장'이란 애칭으로 통한다. '고 사장'에 푸짐한 체형의 상징인 '곰'을 합성한 푸근한 이미지다. '이름을 잘 지어 사장이 된' 그는 현재 KAIST 대학원에서 문화기술을 전공하며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붕가붕가레코드의 로고 강아지와 함께 포즈를 취한 고건혁 대표
-장기하와 얼굴들(이하 장얼)이 올해 한국대중음악상을 휩쓸었다.
"그만큼 공들인 앨범이다. 싱글 음반의 예상치 못한 성공을 실감 못한 상태에서 서둘러 낸 것이 1집이라면, 2집은 장기하가 2년 동안 겪었던 고민을 담아 밴드 사운드의 완성도를 높였다. 밴드 멤버 각자의 역량을 극단으로 끌어올리자는 전략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

-장기하와의 인연은.
"내가 심리학과, 기하가 사회학과로 같은 사회대에 입학해 2학년 때 반(反)성폭력위원회의 각자 과대표로 알고 지냈다. 그러다 기하가 우리 과 선배와 함께 밴드를 하게 됐고, 이후 술친구로 지냈다."

붕가붕가 소속 밴드 눈뜨고코베인
-장얼의 성공요인은.
"2~3년에 걸쳐 만든 완성도 있는 노래 '싸구려커피'의 힘이 7할이라면 3할은 환경이다. 2008년은 한국 인디음악이 상업적인 틀로 성장할 인프라가 처음 갖춰진 시기다. 10대 때 인디음악을 듣고 자란 내 또래들이 각 미디어의 게이트키퍼 위치에까지 올라갔다. 포털과 방송이 인디음악을 발굴하던 시기에 마치 스타가 메이저 미디어의 간택을 받는 것처럼 KBS와 네이버, 디씨인사이드의 간택을 받아 성공했다. 사실 인디적인 방식은 아니었다."

-붕가붕가만의 '대중지향적 인디음악'이란.
"인디적인 대중음악이 아니라 대중지향적 인디음악이라는 게 핵심이다. 아티스트가 표현하려는 음악에서 출발해 그가 놓친 부분을 회사 차원에서 보완해 최대한 대중에게 친근하게 전달해 파는 것이다."

-'수공업 소형음반'이 컨셉트였는데, 이제 포기했나.
"데뷔 음반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수공업을 했다면 이제 모든 밴드가 2집을 내는 단계이니 확실히 나아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수공업이 컨셉트인 측면도 있었지만 핵심은 그 여건에서 최적화한 것이었다. 지금은 여건이 나어졌으니 더 나은 퀄리티를 내놔야 한다. 아직도 수공입이 정체성이라면 가식이다. 상황에 맞게 할 뿐이다."

-메이저 기획사들이 평정한 가요계에서 붕가붕가의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이 어떤 영향력을 가질 수 있을까.
"메이저는 미디어를 통해, 인디는 공연을 통해 대중을 만난다. 메이저가 미디어에 한계를 느껴 외국 시장에 진출하듯 인디의 문제는 공연이 '홍대'에 집중돼 있다는 거다. 4000만 인구 중 홍대 앞에 오는 사람은 극히 한정돼 있고, 더 이상 인디음악을 알리는 창구로 삼기 어렵다. 결국 찾아가야 한다. 체계적으로 전국 팬 분포를 분석해 찾아가는 거다. 나는 제주 출신인데, 제주 출신 음악인들과 제주 공연을 준비 중이다. 엄청난 적자를 감수해야 하지만 그런 작업을 통해 홍대, 서울, 수도권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게 바로 메이저와 차별화되게 우리의 루트를 만드는 길이다. 스스로 미디어가 되고 통로가 돼야 한다."

-적자를 감당한다니 의외다.
"물론 후원을 받는다. 제주 공연은 다음과 NXC가 후원해 GREAT ESCAPE TOUR라는 이름으로 5월 18일부터 2박3일 여행 패키지로 만들었다. 생태여행과 강연, 공연이 플러스된 멀티 페스티벌이다. 같이 여행을 하면서 공연을 한다. 궁극적으로는 미국 텍사스에서 열리는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처럼 음악과 영화,IT 페스티벌이 합쳐진 독특한 멀티페스티벌을 여는 게 꿈이다."

-대학 동아리 수준의 활동을 하다 어떻게 회사를 차렸나.-
"좋아하는 선배들이 사회에 나가 음악을 놓는 걸 보면서 내 친구들은 음악을 놓지 않고 계속할 수 있게 하고 싶었다. 그렇다고 풅차임으로 하긴 힘드니 동아리와 회사의 중간쯤으로 만들어 졸업 후에도 유지가 되게끔 한 거다. 그런 마인드가 장얼 나올 때까지 3년간 유지됐다. 사무실도 없이 자취방을 전전하면서 일을 해왔다."

-본인은 음치라면서 어떻게 음악으로 사업할 생각을 했나.
"내가 10대를 보낸 1990년대는 대중음악에 있어 굉장히 독특한 시대였다. 너바나처럼 지저분한 음악이 마이클 잭슨을 제치던 시대다. 너바나의 음악에 가장 크게 배어 있던 부분이 DIY, 단순한 방법이라도 네가 직접 음악을 만들라는 정서였고, 거기에 심취해 있던 중 인디음악을 접하며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막상 밴드를 해보니 음악에 재능이 없다는 것과 기획, 홍보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동시에 깨달았다. 대중음악이란 만드는 것 못지않게 대중에게 전달시키는 과정이 중요한데, 그렇다면 전달 과정 자체도 창작의 일부가 아닐까."

-이름을 잘 짓는 게 무기 아닌가. '붕가붕가' '지속가능 딴따라질' 같은 키워드가 없었으면 오늘이 없었을 것 같다.
"그거였다고 생각한다. 이름이 자극이 된다. 사람을 영입하면 제일 먼저 부서와 직책을 만들어 준다. 직책 자체가 사람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나도 대표라는 직책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 같다."

-학업을 병행하는 건 언제든 주류사회로 편입하기 위한 보험인가.
"시작은 그랬지만 장얼 성공을 목격하고 연구 방향 자체가 달라졌다. 노동집약적 인디음악을 기술집약적으로 바꿔야 한다. 자본이 없으니 테크놀로지로 돌파해야 하고. 현 시점에서 중요한 건 소셜미디어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음악을 알리고 팬 집단을 구성해 기반을 삼아나가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트위터의 음악이 전파되는 과정을 통해 어떤 조건에서 팬 집단이 형성되는가, 팬 집단은 어떤 구조로 만들어지는가를 연구하고 있는데, 실제 비즈니스에 도입해 갈 거다. 도망가기보다 더 자라기 위해 공부한다."

-장기하가 '88만원세대교의 교주'이자 루저문화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는데.
"99%는 루저 아닌가? 대중문화를 성공적으로 하면 루저의 대변자가 된다. 장기하에게 물으면 남들이 어떻게 보든 관심없다고 할 거다. 사실 역설적이다. 우리는 서울대 출신이고 혜택을 받아 여기까지 왔으니. 루저의 정체성을 패러디하려고 의도한 적은 없고, 그저 살면서 느낀 것들을 표현했을 뿐이다. '싸구려커피'를 가난한 살마의 정서라 생각들 하는데 사실 게임 폐인들의 삶 자체일 뿐, 과해석된 거다. 때마침 88만원세대라는 담론이 나왔으니 어쩔 수 없지만, 사실 장얼 노래의 80%는 사랑 노래다. 자기 개인적인 감정을 노래한 건데 그런 부분이 간과되고 있지 않나 싶다."

-루저문화 자체를 어떻게 보나.
"짜증난다. 루저문화라고 불러 격상시키는 듯하지만 결국 거기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든다. 우린 스스로를 찌질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우스꽝스러울 뿐이다. 우스꽝과 찌질은 전혀 다르다.우스꽝스러울 수 있다는 건 자기에 대한 완전한 긍정이 필요하다. 남들이 나를 우습게 봐도 상관없이 남들을 즐겁게 해주고 싶고, 그래서 나도 즐거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다. 노자는 우스꽝스럽게 보이지 않는 건 진리가 아니라고 했다. 그래서 우스꽝스럽게 보이려고 노력한다. 절대 찌질한 거와는 다르다. 찌질한 건 정체되고 폐쇄적인 느낌이다."

-대외적으로 근성이나 단호한 결의 없이 그저 소심하게 하던 일을 했을 뿐이라고 얘기한다. 도전과 열정을 강조하는 다른 성공자들과 대조되는, 일종의 '루저스피릿'의 전파 아닌가.
"평범한 자기계발서와 차별화하려고 반대되는 말을 했더니 어느새 내 정체성이 돼버려 고민 중이다. 뭔가 해나가라면 당연히 확신도, 결의도 필요하다. 하지만 결의의 수준이 손에 닿지 않는 것은 아닐 거다. 위인전을 보면 특별한 사람이 큰 고난을 겪다가 대단한 결정을 내려 성공하는데, 대다수의 고난이 그리 대단치 않다. 대부분 자기 고난을 과대평가하고 자기가 감수해야 될 것, 꿈조차 너무 큰 무게를 두고 거기에 직면해 쉽게 포기하는데, 꿈이란 원래 실패가 디폴트다. 그러니 거기서 조금이라도 나아지려고 노력하는게 좋지 않냐는 거다. 그러러면 비관과 낙관을 동시에 갖고 가는 것이 필요하다."

-음악 외의 콘텐트에도 관심을 갖는 것은 대형 기획사가 되기 위함인가.
"공동대표가 복합문화공간을 준비 중이고, 음반 디자이너가 디자인 브랜드를 올해 론칭한다. 수익모델을 다양화하는 의도도 있지만, 멤버들이 가진 것을 극대화시키고 싶은 욕구가 크다. 내 제주 공연도 그렇다. 내 고향 제주도는 정말 아름답지만 밤에는 할 일이 없어 사람들이 우울하다. 밤을 시끄럽게 만들어줘야 한다. 태국 보라카이처럼 술집마다 고등학교 스쿨밴드부터 버클리음대에서 놀러 온 사람들까지 공연을 하는, 그런 공간을 구축해보고 싶다. 음악인이 자기가 원하는 것을 표현하듯 음악인이 아닌 다른 멤버도 각자의 역량을 극대화시키는 플랫폼이 되고 싶고, 그 자체로 지속가능한 방법인 것 같다."



붕가붕가레코드
서울대아마추어밴드 '붕가붕가중창단'을 모태로 봉천동 쑥고개 스튜디오에서 시작한 레이블. 2005년 고건혁 대표가 서울대 심리학과 재학 당시 좋아하는 음악으로 '뭐든 재미있는 것을 해보려고' 자본금 50만원으로 차린 회사가 지금은 인디레이블 최고의 인지도를 자랑하게 됐다. 인디음악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을 표방하며, 자취방 홈레코딩 시스템으로 '수공업 소형 음반' 생산체계를 유지함으로써 100%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는 전략으로 버텨오다 2008년 '장기하와 얼굴들'의 '싸구려커피'로 대박을 터뜨렸다. 일일이 손으로 구운 '싸구려커피' 싱글 음반은 1만3000장 이상 판매됐고, 이후 '공장제 대형 음반' 시스템에 안착해 1집 '별일없이 산다'는 5만8000장이 팔렸다. '눈뜨고코베인' '아마도이자람밴드' '술탄오브디스코' '치즈스테레오'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등 총 9팀이 30장의 앨범을 발매했다.

구독신청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