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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아침에 폭력학교라니 할 말 잃었어요

학교폭력이 심각하다는 ‘주홍글씨’가 찍힌 경북 A고교 교감이 본지에 편지를 보내왔다. 이 학교에서 ‘학교폭력 피해를 본 적이 있다“는 학생 비율은 12%로 전국 평균(12.3%) 수준이다.

다만 이 학교는 전교생 923명 중 504명이나 조사에 응했다. 설문 회수율(54.6%)이 전국 평균(25%)의 두 배가 넘었다. 피해 학생이 많은 학교로 알려지게 된 이유다. 다음은 편지 내용.

 “우리 학교는 농촌의 읍·면에 있습니다. 헌신적인 선생님들, 착한 인성의 학생들 덕분에 도시의 어느 학교에 뒤지지 않는 학교라고 자부해 왔습니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폭력 학교’라는 낙인이 찍혔습니다. 학부모들로부터 ‘학교를 믿고서 아이를 보내도 되느냐’는 항의전화도 받았습니다. 교사와 학생 모두 할 말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억울함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번 조사에선 응답자 수가 10명도 안 되는 학교가 많았다고 합니다. 그런 학교들과 우리를 단순 비교하는 것이 어떤 도움이 될지요. 저희 학교는 성실히 조사에 응한 것뿐이었습니다. ‘폭력 학교’라는 낙인은 그래서 저희에겐 또 다른 폭력입니다.

 학교들이 처한 상황은 제각각입니다. 우수 학생 선발 권한을 가진 학교가 있는가 하면 정원도 못 채우는 열악한 조건의 학교도 있습니다. 이런 학교들에 대해 일률적 기준으로 학교폭력을 비교할 수 있습니까.

 교육자로서 책임을 누구에게 전가할 생각은 없습니다. 피해자 입장에 선다면 학교폭력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할 뿐입니다. 숫자가 많으냐, 적으냐는 부차적입니다. 단 한 명이라도 피해자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엄중히 받아들여야 합니다. 우리 교사들도 예상보다 피해자가 많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변명의 여지 없이 참으로 심각히 받아들입니다. 무한 책임을 느낍니다.

 학교폭력 해소는 교사들의 끊임없는 노력이 따르지 않으면 불가능합니다. 우리 학교에서 고통 받는 학생들이 없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이번 경험을 지금보다 더 많은 열정과 헌신을 쏟는 계기로 삼고 싶습니다.”

이한길·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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