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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 이웃 도우려 ‘거지대장’ 된 사나이

1953년 전남 해남군 해남읍 하천 교량 밑에서는 전쟁 고아와 지체 장애인 등이 할 일 없이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17살의 해남고 1학년생은 이들과 함께 가마니를 가져다 움막을 지었다. 숙식을 함께하면서 읍내 거리 청소도 했다. 또 하천 자갈밭을 개간해 채소를 기르고 돼지·닭 등을 길렀다. 낮에는 헌 종이와 고철을 줍고, 구두를 닦아 돈을 버는 한편 밤에는 글을 가르쳐 하나 둘씩 자립시켰다.

 떠돌이 등 불우한 이웃을 위해 일생을 받친 ‘거지대장’이 20일 76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주인공은 사회복지법인 해남희망원의 설립자인 김정길씨(사진). 김씨는 2003년 지병으로 눕기 전까지 50년간 의지할 사람이 없는 이들을 모아 한솥밥을 먹으며 보살폈다.

이 같은 공로로 미국 세계평화봉사단의 세계평화상(열매상)과 국민훈장 동백장, 대한적십자사 박애상 등을 수상했다.

 특히 1960년 희망원에 와 봉사하던 여교사와 결혼해 더욱 화제가 됐다. 부산대 가정교육과를 졸업한 후 교편을 잡던 임숙재씨(2006년 작고)가 방학 때봉사하러 왔다가 돌아가지 않고 남아서 김씨와 여생을 함께 하며 불우한 이들을 돌봤다.

부부의 희망원 이야기 등을 쓴 수기 『준령을 넘고 넘어』는 67년 영화(‘청춘을 맨발로’)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유족은 2남3녀. 발인은 23일 오전 9시 해남우리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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