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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432> 나라꽃 (國花) 톱 6

“꽃송이가 그 꽃 한 송이가 피었구나~.” 나도 모르게 봄 노래를 흥얼거리며 꽃향기를 만끽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유독 늦게 분 봄바람 탓인지 살며시 고개를 내미는 꽃 한 송이가 어찌나 고맙던지요. 왕후장상의 씨는 따로 없다던데 국화(國花)가 되는 꽃은 따로 있더군요. 이른바 ‘내가 제일 잘나가는’ 꽃 TOP 6, 만나 보시죠.

민경원 기자

무궁화

①피고 지고 또 피어 무궁화  무궁화처럼 이름이 모든 걸 설명해주는 꽃도 드물다. 하루 24시간을 주기로 해가 뜨면 슬며시 피어났다가 저녁 무렵이면 꽃을 닫고 생을 마감하기 때문이다. 매일 환하게 피어나 태양을 마주한다 하여 고대 환나라에서는 ‘환화(桓花)’라 불렸고, 7월부터 100일간 먼저 핀 꽃이 떨어지면 새로운 꽃이 뒤이어 피어나며 ‘무궁화(無窮花)’란 이름을 얻었다. 피고 지고 또 피는 특성 덕에 은근과 끈기, 영원을 상징하게 된 셈이다. 이토록 오랜 기간 한반도를 장식해온 무궁화가 국화로 여겨지게 된 것은 역설적으로 일제 시절 무궁화에 대한 핍박과 모함 때문이었다. “무궁화를 쳐다보면 부스럼이 옮는다”는 모함과 함께 닥치는 대로 캐내고 말살시켜 버리니 도리어 기를 쓰고 혼이 담긴 나라꽃으로 지켜낸 것. 완강한 자생력과 끈질긴 생명력에 우리 민족의 역사를 대입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무궁화의 이름엔 숨겨진 비밀도 많다. 히비스커스 시리아큐스(Hibiscus Syriacus L.)란 학명은 이집트 여신을 닮았단 뜻을 담고 있다. 아욱목 아욱과 무궁화속에 속한 식물을 총칭하는 히비스커스는 또 이집트어의 신(hibis)과 그리스어 같다(isco)가 합쳐진 말로 신에게 바치는 꽃이라는 뜻을 지니기도 한다. 참고로 말레이시아 국화는 빨간색 히비스커스이고, 미국 하와이의 주화(洲花)는 노란색 히비스커스다. 물론 가장 놀라운 비밀은 아직까지도 무궁화가 법률로 지정되지 않은 관습상 국화란 점이지만 말이다.

장미
②나의 사랑 너의 사랑 장미  괜히 ‘꽃 중의 꽃’이라 떠받드는 게 아니다. 장미는 이미 오래 전에 사랑을 뜻하는 만국공통어가 됐고, 사랑을 고백하는 자리에 빨간 장미가 빠지면 섭섭할 만큼 상징적인 존재가 됐다. 로마·그리스어를 비롯해 많은 언어에서 붉은색을 지칭하는 단어 ‘로즈(rose)’가 꽃 이름으로 간택됐을 정도니 화초계의 대표로 인정해 주지 않으면 섭섭할 지경이다. 장미가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게 된 것은 중세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다섯 잎의 꽃잎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을 때 난 상처 수와 일치했고, 그 성스러운 피가 땅에 떨어진 순간 은총과 순교의 의미가 더해졌다. 이후 천주교에서는 장미 열매를 줄로 매달아 묵주로 썼고, 이슬람에서는 예언자의 피를 상징하게 됐으니 그야말로 범종교적인 사랑을 받았다 할 수밖에. 쉽게 연상되지 않는 이란·이라크의 국화 역시 장미라는 것은 이러한 배경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장미 사랑이 유별난 곳은 바로 영국이다. 붉은 장미를 내건 랭커스터 가문과 흰 장미를 내세운 요크 가문이 1455년부터 30년간 벌인 왕위 계승 전쟁은 아예 ‘장미 전쟁’으로 명명됐다. 이 전쟁이 랭커스터 가문의 헨리 7세와 요크가의 엘리자베스의 결혼으로 끝나면서 만들어진 ‘튜더 장미’는 화합의 징표요, 영국 왕실의 상징 문장으로 자리매김했다. 50개 주의 주화(州花)만 있던 미국이 1986년 장미를 나라를 상징하는 꽃으로 삼으면서 장미의 마력은 한층 더 멀리 퍼져나갔다.

③변화무쌍 팔색조 매력 난  난을 친다. 호젓한 기운이 몰려온다. 매화·난초·국화·대나무 사군자는 고결과 절개의 사중주를 이룬다. 뒷짐지고 물러나 선비마냥 바라볼 것만 같은 난. 하지만 의외로 많은 국가가 나라를 대표하는 아름다움으로 난(Orchid)을 선택했다. 그 종류가 약 700속 2만5000종에 달해 극지방을 제외하고는 전 세계 어디에서나 잘 자라는 데다 와인향 만큼이나 다양한 향기를 뿜어내는 탓이다. 남미 사람들의 난 사랑도 한·중·일의 지극함 못지않다. 남미는 19세기 초 국제무역의 중심지였던 영국을 통해 받아들인 동양난을 부지런히 개발하고 보급했다. 그렇게 브라질과 코스타리카의 국화가 된 카틀레야는 난이라는 태생적 한계에도 ‘꽃의 여왕’이란 별명을 얻었다.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는 카틀레야의 꽃말은 “당신은 아름답습니다”. 순백의 웨딩드레스와도 잘 어울려 부케로 각광받으며 순결이란 뜻도 얻게 됐다. ‘수백 송이의 장미보다 수천 송이의 데이지보다 수억 송이의 카네이션보다 나는 갖고 싶다. 한 송이의 카틀레야를… 카틀레야를 가슴에 꽂은 당신과 같이 걷는 그 순간을 나는 희망한다’는 구전 민요는 얼마나 달콤한가. 과테말라의 국화인 리카스테 스키네리 알바는 순결하다 못해 눈부신 순백색을 자랑한다. 꽃술이 수녀가 기도하는 형상을 닮아 ‘몽하 블랑카(흰 수녀)’라고도 불린다. 이외에도 콜롬비아 등이 난을 국화로 채택하고 있다.

튤립
④부·명예·힘의 3종 스펙 튤립  자고로 튤립이라면 빙글빙글 돌아가는 풍차 아래 형형색색의 빛깔을 뽐내며 나란히 줄 서 있는 광경이 먼저 떠오른다. 우리 머릿속에 ‘튤립=네덜란드’라는 공식이 이미 성립해 버린 탓이다. 하지만 튤립의 원산지는 키르기스스탄이고, 이름은 머리에 두르는 터빈을 뜻하는 터키어에서 유래했다. 네덜란드와 키르기스스탄·터키 세 나라 국화가 모두 튤립인 것은 이런 연유에서다. 중앙아시아의 야생에서만 자라던 튤립이 유럽의 정원에 자리 잡은 것은 오스만제국 당시 파견을 나와 있던 오스트리아 대사가 유럽에 소개한 덕분이었다. 하지만 예쁜 것들은 얼굴값을 한다는 속설이 맞는 걸까. 튤립도 럭셔리한 미모 덕에 여러 사람 속을 썩였다. 17세기 국제무역의 중심지로 떠오른 네덜란드에는 튤립 재배 광풍이 불었다. 세계 최초로 주식회사·주식거래소·은행을 잇따라 설립하며 자본주의의 단맛을 본 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튤립 투자에 뛰어든 것. 그 결과 1637년 초엔 뿌리 하나 가격이 수억원대로 뛰어올랐다. 하지만 곧이어 거품이 꺼졌고 튤립 가격이 폭락해 수많은 사람이 파산하면서 네덜란드는 유례없는 경제 공황을 겪게 됐다. 그러나 어쩌면 이런 속성은 튤립의 전설에서부터 시작됐을지도 모른다. 왕관과 보검, 황금을 들고 온 세 남자의 청혼을 거절했다 저주를 받고 충격에 숨진 소녀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왕관 모양의 꽃송이, 칼처럼 뾰족한 잎, 황금빛 색깔의 꽃이 탄생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걸 보면 말이다.

재스민
⑤달콤한 사랑의 묘약 재스민   ‘당신은 나의 것’. 본디 재스민은 달콤한 꽃이었다. 그리스어로 향유를 뜻하는 ‘자스메(jasme)’에서 따온 이름답게 달달한 향기가 멀리까지 퍼져나간다. 우울한 기분을 없애주고 평온한 마음을 안겨주는 기특한 효능 덕에 차로도 마시고 향수로도 뿌리는 다재다능한 꽃이다. 필리핀 국화 삼파귀타(Sampaguita·말리 재스민)는 사랑을 맹세하는 메신저로 쓰인다. 이 꽃으로 만든 목걸이를 사랑하는 여인에게 선물하고, 흔쾌히 받아들면 그 사랑을 수락하겠다는 뜻이 된다. 결혼식은 물론 첫날밤을 장식하는 데 빠지지 않는 이유다. 하지만 이러한 재스민은 북아프리카로 흘러가면서 자유의 상징이 됐다. 2010년 말 튀니지에서 시작된 민주화 혁명이 ‘재스민 혁명’으로 명명되고 현재까지 그 여파가 전 아프리카 및 중동 지역에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튀니지 국화로 전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 이름을 따 서방 언론이 붙인 명칭이지만 또 다른 꽃말 ‘신의 선물’을 대입해 보면 그 속뜻은 더욱 의미심장해진다. 수십 년간 장기집권 해오던 튀니지·이집트·코티디부아르·리비아·예멘 지도자가 교체되면서 새로운 기대감이 싹트고 있는 현재 상황과 묘하게 겹치는 탓이다. 비록 중국의 ‘모리화(茉莉花, 재스민) 혁명’은 기도에 그치고 시리아 사태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지만 그래도 희망은 있다. 중국에서 주요 행사 때마다 모리화 노래가 연주되고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의 시화(市花) 역시 재스민이라고 하면 너무 순진한 걸까.

해바라기
⑥희망에 대한 갈망 해바라기  소피아 로렌 주연의 영화 ‘해바라기’는 1980년대 우리나라에서 상영되지 못할 뻔했다. 구소련인 우크라이나에서 촬영했다는 점과 역시 구소련을 상징하는 꽃이 전면에 등장한다는 점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8~9월 가을 하늘을 찌를 듯 올라가는 해바라기는 우크라이나·러시아 국화로 지정되는 등 구소련 국가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원래 중앙아메리카가 원산지인 해바라기는 15세기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며 유럽에 전해졌는데, 당시엔 환영받진 못했다. 옥수수와는 달리 곡식으로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탓이다. 하지만 러시아인들은 이를 개량해 유익한 식물로 승격시켰다. 특히 19세기 초 러시아 정교회에서는 크리스마스 전 40일 동안 기름이 많은 음식 섭취를 금했는데, 이때 떠오른 수퍼스타가 바로 해바라기 씨였다. 씨앗의 약 30%가 기름인 데다 잘 알려지지 않은 작물이라 금지품목에 포함되지 않은 덕에 겨울철을 나는 요긴한 식량이 된 것이다. 진작에 이를 국화로 삼은 우크라이나도 해바라기 덕을 톡톡히 봤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 발생 이후 놀라운 흡수력을 자랑하는 해바라기가 구원투수로 나서 활약했다. 뿌리가 많고 표면적이 넓은 해바라기는 엄청난 속도로 방사성 물질을 비롯한 독성물질을 빨아들였고 이 효능을 인정받아 납으로 오염된 미국의 공업지대 디트로이트와 지난해 원전사고를 겪은 후쿠시마에도 진출했다. 기다림과 희망을 상징하는 해바라기가 이번엔 또 어떤 선물을 가져다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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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