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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빚 공화국’

2030년에 나랏빚이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설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한국은행 박양수 계량모형부장 등 13명이 22일 발표한 ‘부채경제학과 한국의 가계 및 정부부채’ 보고서의 주장이다. 올 2월 조세연구원이 정부부채가 GDP보다 많아질 거라 예측한 2050년보다 20년 이르다. 한은은 “조세연구원과 달리 공기업 채무 등 잠재채무와 금융성 채무를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요인은 고령화다. 고령화로 인한 사회보장성 지출만 따져도 정부 부채는 2030년 GDP 대비 72.3%로 늘어난다. 여기에 공기업 부실 보전, 공공주택 공급 지원 등을 합하면 GDP의 106%에 달할 것으로 분석됐다.

예컨대 한국 경제가 2015년까지 매년 4.3% 성장하고 이후 2030년 2.1%까지 조금씩 성장률이 줄어든다고 가정하면 2030년 GDP는 4010조9630억원이다(지난해 GDP 1240조5040억원, 매년 물가상승률 3%로 가정). 연구팀 가정대로라면 이때 나랏빚은 4251조원을 넘어선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너무 많은 가정을 전제로 낸 수치”라며 구체적인 GDP와 정부 부채 예측치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지난해 정부 부채는 422조7000억원으로 GDP의 3분의 1(33.3%) 수준이다. 한은의 전망이 너무 비관적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박양수 계량모형부장은 “2007년 299조원대였던 나랏빚이 4년 새 30% 가까이 늘었다”며 “2015년부터 정부 부채가 급격히 늘 것으로 보이는 만큼 지금부터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계 부채에 대한 우려도 만만찮다. 보고서는 “가계 대출이 단기간 내에 금융 위기로 발전할 가능성은 없다”면서도 ▶저소득층 대출 급증으로 경기 불황에 따른 위험도가 올라가고 ▶소비가 위축돼 장기 경기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2010년 상반기 이후 1년간 발생한 신규 가계 대출의 66%가 연소득 3000만원 이하의 저소득층 가계에서 나왔다고 소개했다. 저신용층 연체율이 2008년 금융위기 수준으로 올라갔고, 다중채무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것도 위험신호다.

보고서는 또 “빚 부담에 가계가 소비를 줄이는 현상이 이미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소득 대비 이자상환액을 가리키는 ‘이자상환비율’이 2009년 하반기부터 소비 위축 임계치(2.51%)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박 부장은 “소비 위축이 임계치를 넘으면 가계 소비가 줄고 재고가 쌓이면서 생산과 고용도 주는 악순환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보고서의 우려가 다소 과장됐다고 지적한다.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정책실 김선빈 수석연구원은 “인구 구조상 정부 부채는 어쩔 수 없이 급증하겠지만, 동시에 재정 건전화 논의가 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본다”며 “정부 부채가 GDP를 넘어설 수준으로 늘어나기 전에 세수 조정 등 다양한 제도적 개선책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은행 측은 “이 보고서는 집필자의 개인 의견이며 한은의 공식 견해는 아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고서 머리말엔 ‘가계 부채 문제를 살펴보는 것이 어떠냐는 김중수 총재의 아이디어로 작성됐다’고 적고 있다.

김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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