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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함 아예…" 통합진보 비례경선도 부정 의혹

4·11 총선 직전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경선에서 순위조작이 있었다는 폭로가 당 내부에서 잇따르고 있다. 민주통합당과의 연대 과정에서 보좌관의 여론조사 조작 시도가 들통나 이정희 대표가 후보를 사퇴한 데 이어 이번엔 부정선거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통합진보당은 이번 선거에서 13명(지역 7, 비례 6)을 당선시켰다.

 비례대표 경선은 당원들을 대상으로 3월 14~18일 온라인 투표와 현장 투표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 중 현장 투표에서 비례대표의 당락을 뒤바뀌게 하는 부정이 저질러졌다는 것이다.

 유시민 대표의 국민참여당 출신인 이청호 통합진보당 금정구 지역위원장(부산 금정구의원)은 당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린 ‘부정선거를 규탄하며’라는 글에서 “현장 투표가 엉망이었던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비례대표 1번 윤금순(전 민노당 최고위원), 2번 이석기(전 민중의 소리 이사) 당선인의 사퇴를 요구했다.

 통합진보당은 비례대표 경선 당시 온라인 투표에서 2위를 한 노항래(국민참여당 출신) 후보를 비례대표 10번에 배치했다. 대신 윤·이 후보를 각각 1, 2번에 배치했다. 당권파인 민노당 계열을 앞부분에 포진시킨 것이다.

 이에 이 위원장은 “(현장 투표의 경우) 투표 관리인이 민주노동당 출신 1명뿐이었고 30인 이상이 신청하면 ‘이동 투표함’이란 것을 만들어 투표할 수 있도록 했다”며 “(민노당 출신이) 박스떼기 하나 들고 표를 주우러 다닌 것”이라고 말했다. 부실한 투표 감시와 비정상적인 이동 투표함 제도를 통해 당권파 인사들이 현장 투표에서 몰표를 얻어 온라인 투표에서 우세를 보인 다른 후보를 제쳤다는 것이다. 노 후보도 최근 당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통합진보당의 첫 당원투표에서 저는 ‘현장’이라는 구실 속에서 이루어진 적지 않은 부정행위를 봤다”며 “(당권파는)이런저런 ‘당 운영상의 편의’를 말하나 이것은 용납되지 않아야 할 범죄행위”라고 비판했다.

 비례대표 선거 당시 지역선관위원으로 일했다는 또 다른 통합진보당 인사도 게시판에 “내가 직접 선거관리에 참여한 현장투표소 3곳 중 1선거구에는 투표소 위에 특정 후보의 대형 사진이 붙어 있었으며 2선거구에는 투표함에 봉인이 안 돼 있었고 3선거구에는 투표용지에 날인이 없어 누가 투표했는지 확인이 불가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또 “선거가 끝나도 투표용지와 관련 서류를 중앙당에 보내지 않아 선거 사무원이 (투표 결과를) 임의로 보고한 뒤 훼손하면 재검표로 확인할 길이 없다”며 “현재 선출된 비례대표 후보들은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 통합진보당 현장투표에선 선거인단 수보다 투표자 수가 더 많은 투표소가 7군데나 발견되기도 했다.

 이청호 위원장은 이와 함께 민노당 업무를 10년 넘게 담당해온 전산관리업체가 이번 비례대표 선거 실무를 맡았으며 민노당 출신 인사의 지시로 투표가 진행되는 도중에 온라인 투표내용을 알 수 있는 ‘소스코드’를 세 차례 열람했다고 폭로했다. 당 일각에선 소스코드를 건드릴 경우 투표자 수와 해당 후보의 기호를 바꿀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는 “당내 민주주의를 실현시키지 못하는 사람들이 무슨 대한민국 정치를 바꾼다고 설레발을 치는가”라고 비판했다.

 반발과 폭로가 잇따르자 당 중앙선관위(위원장 김승교 변호사)는 18일 전국 시·도 및 지역 선관위에 공문을 보내 “20일까지 현장투표소에서 사용된 선거인명부 원본과 투·개표록, 투표 용지 등 관련 자료 일체를 당 비례대표선거 진상조사위원회 앞으로 보내라”고 지시했다. 우위영 당 대변인도 “다음 주까지 진상조사위 활동을 통해 부정선거 의혹을 철저히 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측은 통합진보당의 내부 부정선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더라도 현행 선거법엔 처벌 규정이 없다고 설명했다. 통합진보당은 논란이 확산되자 다음 달 19일로 예정됐던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6월 3일로 연기했다.

 이번 의혹은 당 내부에서 터져 나온 데다 국민참여당 출신들이 주로 제기하고 있어 당권을 둘러싼 계파 갈등으로 번질 수도 있다. 통합진보당은 운동권 세력 중 ‘자주파’로 불리는 민족해방(NL) 계열이 이끌던 민노당 출신, ‘평등파’로 불리는 민중민주(PD) 계열 중심의 진보신당 탈당파, 유시민 전 의원이 중심이 된 국민참여당 출신이 손을 잡고 만든 정당이다. 형식적으론 이정희(민노당)·심상정(진보신당)·유시민(국민참여당)·조준호(민주노총) 공동대표 체제지만 당권은 ‘범경기동부연합’으로 불리는 민노당 출신이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노당 출신이 관련된 부정선거 의혹은 처음이 아니다. 이정희 대표는 지난 3월 민주통합당 김희철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에서 보좌관의 여론조사 조작 시도가 발각되자 사흘간 버티다 후보에서 사퇴했다. 진보신당의 한 인사는 “2006년 민노당 대표 선거 때는 특정 정파가 참관인을 동행하지 않은 채 자신들에게 유리한 곳에 ‘잠깐 투표소’를 설치한 뒤 대거 투표하게 했다”며 “이번에도 그런 부정행위가 똑같이 벌어졌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욱·류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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