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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농촌 여행 ③ 경남 하동 야생차 체험

1 화개장터에서 쌍계사에 이르는 길 양옆으로 야생차밭이 즐비하다. 곡우인 지금쯤 차인들의 손길이 가장 바쁠 때다.[신동연 선임기자]


‘신나는 농촌 여행’ 4월의 발걸음은 경남 하동으로 향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차(茶)의 고장이어서다. 마침 오늘(20일)이 곡우(穀雨)다. 곡우 전에 따는 차를 우전(雨前)이라 하는데 차 중에서 가장 윗길로 쳐줘 값도 세고 맛도 뛰어나다.

하동의 봄은 지리산 자락에 기대어 앉는 야생 차밭에서 비로소 완성된다.

글=이석희 기자

# 차 햇순 따기 - 비탈진 차밭 10분만 일하면 ‘어휴~’

2 쌍계사 옆에는 우리나라에서 차를 처음 심었던 시배지가 있다. 3 찻잎을 딴 후에는 덖고 비비는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마실 수 있는 녹차가 완성된다. 4 차문화센터에서 다도를 배우는 수강생들.
하동은 우리나라에서 차나무를 처음 심은 곳이다. 『삼국사기』에 ‘흥덕왕 3년(828년) 당나라에 사신으로 갔던 김대렴이 차 종자를 가지고 와 왕이 지리산에 심게 하였다’라는 기록이 있다. 쌍계사 근처에 차 시배지(始培地) 비석과 함께 야생 차밭이 지금도 남아 있고, 인근 정금리에는 1000년 넘는 국내 최고령 차나무도 있다. 다성(茶聖) 초의선사(1786~1865)도 “지리산 화개동에는 차나무가 40~50리(16~20㎞)에 걸쳐 자라고 있는데 우리나라 차밭의 넓이로는 이보다 더 넓은 곳이 없다”고 기록했다.

 하동에서도 화개면에서 야생차를 집중적으로 기른다. 화개장터에서 쌍계사 쪽으로 이어지는 40~50리 길을 따라 다원과 찻집이 늘어서 있고 지리산 자락에 야생 차밭이 들어서 있다. 화개면에는 야생차 체험을 할 수 있는 마을이나 다원이 여럿 있다.

 야생차 체험은 찻잎 따기∼덖기∼비비기∼말리기∼끝덖기 순으로 이어진다. 짧게는 반나절, 길게는 꼬박 하루가 걸린다. 찻잎 사이로 나온 작은 순을 일일이 손으로 따는 찻잎 따기는 한 시간쯤 주어진다. 그런데 이게 보통 힘든 게 아니다. 야생 차밭이 비탈진 곳에 있어서다. 쌍계다원 김동곤(66) 명인은 “한 시간을 따는 사람은 거의 없고 대부분 10~20분 정도면 밭에서 나온다”고 귀띔했다.

 다음은 수분을 빼기 위한 덖기다. 우선 큰 잎이나 묵은 잎, 줄기 등 이물질을 가려낸 뒤 무쇠솥에서 볶는다. 250~350도 고열에서 덖는데 요즘에는 장작불이 아니라 가스불로 한다. 이때 주의할 점은 햇순이 타거나 설익지 않게 덖는 것이다. 김동곤 명인은 “1~3㎏을 넣었을 경우 4~5분쯤 빠른 속도로 덖어야 차가 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덖기 다음은 비비기다. 서서히 식히면서 차의 성분이 잘 우러나고 모양을 만들기 위해 하는 작업이다. 멍석 위에 광목을 깔고 비비기를 하는데 힘 조절이 중요하다. 너무 세게 비비면 잎이 부서져 가루가 되고, 힘을 주지 않으면 모양이 잡히지 않거나 뭉쳐 상품성이 떨어진다.

 다음 과정은 말리기다. 잘 비빈 찻잎을 채반에 고루 편 다음 건조기에 넣는다. 옛날에는 자연건조 방식을 택했지만 요즘엔 기계를 이용해 시간을 줄인다. 한 시간쯤 말린 뒤에 다시 한 번 덖는다. 80도 은근한 불로 2~3시간 동안 덖으면 비로소 차 향이 우러나온다.

●야생차 체험 화개면에는 삼신마을(055-880-2767), 정금마을(055-883-2911), 용강마을(055-883-1897) 등 녹차 체험마을이 많다. 또 쌍계다원(055-883-2449) 등 다원에서도 녹차 체험을 할 수 있다. 점심식사를 포함한 반나절 체험 프로그램은 1인 1만5000원, 숙박을 포함한 체험 프로그램은 8만원.

# 차와 함께 놀기 - 차문화센터와 야생차 축제

하동에는 야생차를 활용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차문화센터에서는 다도(茶道)를 배울 수 있고, 다음달 2일부터 5일간 국내 최대 규모의 야생차 축제도 열린다.

 우선 다도 배우기. 화개면 쌍계사 입구 옆에 있는 차문화센터에서 다도를 가르친다. 차문화센터 강사 김명애(48)씨로부터 배운 다도의 기본은 다음과 같다.

 맨 먼저 차 따르기. 한번에 잔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첫 잔부터 마지막 잔까지 지그재그 순으로 세 번을 따라야 한다. 김명애씨는 “처음 따르는 차는 농도가 낮아 별로 맛이 없어 왔다갔다하면서 세 번 따르면 맛이 거의 일정해진다”고 설명했다.

 차 따르는 순서도 정해져 있다. 윗사람에게 가장 나중에 따른다. 즉 세 명이 있으면 세 번째 받는 사람이 가장 윗사람이다. 술을 따르는 순서와는 반대다. 마지막으로는 마시는 법. 오른손으로는 찻잔을 잡고 왼손으로는 받쳐 “차 드십시오”라고 말하면서 마시면 된다. 차를 마실 때는 차의 색깔과 향, 그리고 맛을 느끼면서 천천히 마시는 것이 예의다.

 차문화센터 다도 체험은 인터넷 예약만 가능하다. 하동녹차 홈페이지(www.greentea.go.kr)에 접속해 체험 예약하기를 눌러 원하는 날짜와 시간을 정하면 된다. 하루에 4번 강의하며 한번에 150명까지 가능하다. 수강료 무료.

 다음달 2일부터 6일까지 하동군 일대에서 열리는 ‘제17회 하동 야생차 문화축제(festival.hadong.go.kr)’는 우리나라 차 축제를 대표하는 행사다. 2008년부터 내리 4년간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최우수 축제다. 올해는 ‘왕의 녹차! 다향 천리, 다정 만리’라는 주제로 열린다.

 하동 야생차 축제는 알찬 프로그램을 자랑한다. 올해도 야생찻잎 따기, 찻사발 빚기, 녹차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행사를 준비했다. 다음달 4일에는 김동곤·박수근·홍소술씨 등 하동의 차 명인이 모두 참가하는 차인(茶人) 한마당이 열리고, 이날 밤에는 악양면 평사리 섬진강변을 환히 밝힌 채 야외에서 차를 음미하는 행사도 진행된다. 올해에는 화개장터에서 쌍계사로 이어지는 화개천변에 ‘티 가든(Tea Garden)’을 만들어 강가에서 차를 즐길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하동군청 녹색관광과 055-880-2379.

●여행 정보  서울에서 하동은 5시간 거리다. 경부고속도로∼대전통영고속도로∼남해고속도로 하동 IC에서 나와 19번 국도를 타고 10분쯤 가면 하동 읍내다. 하동은 유명 관광지가 많다. 지리산 쌍계사는 신라 성덕왕 21년에 창건한 천년고찰로 국보 47호 진가선사 대공탑비 등 문화재가 많다. 박경리씨의 대하소설 『토지』의 배경이 된 평사리 최참판댁과 화개장터·청학동도 유명하다. 화개장터 관광안내소(055-883-5722).

 하동의 대표 먹거리는 섬진강에서 나는 재첩이다. 아직은 철이 이른 편이지만 섬진강에서 막 나기 시작했다. 재첩은 단백질이 풍부해 악성 빈혈과 황달 치료에 좋다. 국 8000원(사진), 무침 2만원. 참게·살가루 등을 넣고 걸쭉하게 끓인 참게가리탕도 하동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다. 소(小)자 3만~4만원. 해성식당(055-883-6635), 돌팀이횟집(055-883-5523). 하동에는 대형 숙박시설이 없다. 대신 하동군청 문화관광과(055-880-2654)로 전화하면 최참판댁에 마련된 한옥에서 묵을 수 있다. 주중 3만5000원, 주말 5만원. 쌍계사 벚꽃길 안쪽에 식당 겸 민박 ‘쉬어가는 누각’(055-884-0151)은 시설이 깨끗했다. 주중 4만원, 주말 6만원.


우전→세작→중작→대작
수확 늦으면 상품성 떨어져


차 문외한이라도 한 번쯤은 우전을 들어봤을 것이다. 곡우 전에 따는 차인데, 차를 따는 시기를 기준으로 한 구분이자 품질에 따른 분류다. 세작(細雀)·중작(中雀)·대작(大雀)도 같은 분류법을 따른 것이다.

 우전차는 그해 햇순을 수확해 만든 차여서 비싸다. 가격은 천차만별이지만 보통 100g에 10만원이 훨씬 넘는다. 차는 보통 곡우가 지나면 질이 서서히 낮아지기 시작해 상품성이 조금씩 떨어진다. 쌍계다원을 운영 중인 김동곤 차 명인은 “타우린이 증가해 쓴맛이 많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전 다음으로 수확하는 것이 세작이다. 차 순의 모양이 참새의 작은 혀를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인데 곡우부터 입하 전까지 딴 차다. 가격도 우전에 비해 차이가 난다. 100g에 5만~8만원 정도다. 세작보다 조금 더 큰 중작은 입하 무렵부터 5월 중순까지, 대작은 6월 초까지 수확한 차를 말한다. 가격은 둘 다 5만원 미만으로 저렴한 편이다. 하동군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장터(www.hadongmarket.com)에서 구입 가능하다.

 찻잎(순)을 따는 시기에 따라 봄차·여름차·가을차로 나누기도 한다. 봄차는 곡우에서 5월 상순에 따는 것으로 차 맛이 부드럽고 감칠맛과 향이 뛰어나다. 여름차는 6월부터 채취하는 것으로 차 맛이 강하다. 가을차는 9월 하순부터 따는 것으로 섬유질이 많아 잎이 거칠다. 맛이나 향이 떨어져 대부분 티백으로 만든다.

 발효차와 비발효차도 있다. 만드는 방법에 따른 분류다. 비발효차는 엽록소의 색깔을 그대로 보존해 만든 차를 말하는 것으로 녹차가 유일하다. 우리나라와 같이 사계절이 분명한 나라에서 주로 생산한다. 발효차는 차를 말리는 과정에서 찻잎을 일정 기간 묵혀 발효시켜 만든 차다. 백차·황차·청차(오룡차)·홍차·흑차(보이차) 등이 여기에 속한다. 녹차도 발효해서 만들기도 한다.

 차는 보관방법이 중요하다. 온도나 햇볕에 민감하고 다른 냄새도 잘 빨아들여 맛이 상할 수 있다. 서늘하고 냄새가 적은 곳에 보관하는 게 좋은데 집에서는 진공팩에 넣어 냉동실에 보관하면 된다.

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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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