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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반한 한국 (49) 코스타리카 청년 몰리나의 남한산성

먼 옛날 남한산성을 지키던 전사의 용맹함은 한국 역사 속에서 고스란히 대물림되고 있다.


서울에서 동남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아름다운 성곽이 있다. 서울 송파구에서 버스로 30분 남짓한 거리다. 남한산(479m) 능선을 따라 남북으로 완만하게 뻗은 이곳은 한국에서는 유명하지만 외국인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수세기 동안 한 번도 함락되지 않은 난공불락의 요새 남한산성 이야기다.

 내가 남한산성을 알게 된 건 2년 전이다. 코스타리카의 대학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하던 나는 한국어를 배우고 국제관계에 대한 경험을 몸소 부딪쳐 쌓기 위해 2010년 한국 유학길에 올랐다.

  한국에서의 첫해, 나는 한국 정부가 진행하는 ‘청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킴이’ 프로그램을 알게 됐다. 한국의 역사·문화 유적을 홍보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었다. 외국인 유학생과 한국 학생이 함께 어울려 활동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나는 한국에서 사귄 캄보디아·우즈베키스탄·중국인 친구들과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했는데, 우리가 홍보하게 된 곳이 바로 남한산성이었다.

  남한산성은 672년 신라 문무왕 때 쌓은 옛 성터를 토대로 조선시대에 완공됐다. 기원 전 백제 시조 온조가 백제 수도(현 경기도 광주 일대)를 보호하기 위해 지금의 남한산성 자리에 성곽을 건립했다는 속설도 전해온다고 한다. 상상도 안 될 만큼 까마득한 옛날이야기다.

 한국과 코스타리카는 지리적으로 공통점이 많다. 두 나라 모두 국토가 아담하고 산지 비율이 높다. 하지만 역사가 짧은 코스타리카에 비해 한국은 장구한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고조선부터 이어져 온 왕조의 흥망성쇠와 숱한 전투에 얽힌 이야기가 나는 흥미진진했다. 나는 코스타리카에서 고궁·성곽 같은 오래된 건축물을 거의 본 적이 없다. 수세기 동안 외세의 침략을 굳건히 막아온 남한산성은 그런 나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한국 이해하려면 서울 위주 관광 벗어나야

화창한 여름날 남한산성으로 향했다. 2박3일 캠핑을 하며 남한산성 구석구석을 돌아보는 일정이었다. 우거진 수풀을 헤치며 산길을 올랐다. 오랜 시간 뙤약볕 아래서 걸은 탓에 몸이 점점 지쳐갔다. 야생 밀림을 탐험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성곽에 올라 만난 풍경은 고된 피로를 말끔히 씻어줬다.

 남한산성 서쪽 하늘 아래 서울 도심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한강에 가로놓인 다리와 세련된 고층빌딩이 마치 미래도시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오래된 성곽에서 첨단도시를 바라보노라니,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착각마저 일었다. 산성의 남쪽으로는 경기도 광주가, 북쪽으로는 경기도 하남이 굽어 보였다. 8㎞에 달하는 성곽 둘레로 다채로운 절경이 지루할 틈 없이 펼쳐졌다.

  우리는 여러 대학에서 나온 교수님에게 한국 역사와 간단한 유물 복원법을 배웠다. 성곽을 청소하고 헌 부분을 보수하는 게 우리 임무였다. 그러면서 남한산성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블로그 등으로 홍보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쓰레기를 줍는데 난데없이 우렁찬 구령 소리가 들려왔다. 경찰 수십 명이 성곽 한쪽에서 훈련에 몰입하고 있었다. 한여름의 무더위를 날려버릴 듯한 대단한 기세였다. 남한산성을 지키던 전사의 용맹함이 역사 속에서 고스란히 대물림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일제 강점기에 대해서도 들은 적이 있다. 일본은 1910년부터 35년간 한국인을 억압하며 한국인의 문화 정체성을 말살하려 했다. 그러나 한국인은 결코 굴하지 않았다. 1945년 광복 후 더욱 번창한 한국 문화는 이제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해외에서 각광받는 한류가 바로 그 증거다.

 대다수 외국인은 서울 도심을 한 바퀴 돌아보고 한국 관광을 끝낸다. 그러나 한국을 이해하려면 서울을 벗어나 전국을 탐험해야 한다. 앞으로 더 많은 외국인이 남한산성에 오르기를, 방방곡곡에 숨은 역사의 발자취를 직접 걸어보기를 소망한다.

정리=나원정 기자
중앙일보·한국방문의해위원회 공동 기획

엘리아스 아르뚜로 몰리나 (Elas Arturo Molina)

1989년 코스타리카 출생. 2010년 2월 어학연수를 위해 한국에 들어왔다. 지난 2년 동안 국가브랜드위원회가 한국에 체류 중인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한국 홍보 장려 프로그램 ‘WSK(World Students in Korea)’에 참여하면서 한국을 깊이 알게 됐다. 지난해 3월 강남대 국제지역학부에 입학했다. 현재 자신의 블로그(www.desdeseul.com)에서 스페인어로 한국을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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