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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살인사건 현장 가니 "주차된 차 사이로…"
















“이 처참한 사건의 책임은 경찰에게 있습니다. 다만 환경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경래 연구위원이 지난 16일 밤 본지 기자와 함께 ‘수원 20대 여성 살인 사건’ 현장을 찾았다.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 보기 위해서였다. 박 위원은 셉테드(CPTED·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 전문가다. 셉테드란 특정 공간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범죄 발생을 줄이려는 예방 전략이다. 아파트 놀이터를 단지 중앙에 설치해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감시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게 셉테드의 대표적 사례다.

 박 위원은 사건이 일어난 피의자 우위안춘(42)의 집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는 우선 도로 양쪽으로 빽빽하게 주차된 차들을 지목했다. 실제로 우위안춘은 범행 직전 집 앞에 주차된 차와 전봇대 사이에 숨어서 범행 대상을 기다리고 있었다. 박 위원은 “CCTV 영상을 보면 피의자가 여기서 피해 여성을 넘어뜨릴 때 승용차가 지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주차된 차들 때문에 범행 상황이 보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좁은 인도 폭과 사적 영역인 가게·주택의 대문이 공적 영역인 인도와의 경계가 불분명한 것도 문제였다. 박 위원은 “사적·공적 영역의 경계가 모호하면 노상에서 대담하게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행인이 위험을 감지했을 때 피하거나 돌아갈 수 있도록 충분한 공간이 확보돼야 하는데 우위안춘의 집 앞은 폭이 1m 남짓으로 두 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였다. 도로에 내놓은 쓰레기 봉투와 주차된 차들 때문에 더 좁게 느껴졌다. 박 위원은 “전체 도로 폭을 넓히는 게 여의치 않다면 차도를 일방통행으로 하고 보행로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가로등도 지적됐다. 일정한 밝기로 일대를 고르게 밝혀줘야 하는데 사건 현장은 가로등에서 불과 2~3m 떨어진 골목길 안쪽도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깜깜했다.

 현장 주변을 꼼꼼히 돌아본 박 위원은 “전체적으로 ‘범죄를 저질러도 되겠다’는 심리를 자극하는 요소들이 곳곳에 있다”고 말했다. 재개발이 예정된 탓에 방치된 상점이나 유리창이 깨진 빈 집이 눈에 띄었다. 이런 모습은 2010년 2월 김길태 사건이 일어난 부산 덕포동이나 같은 해 6월 초등학생 성폭행이 일어난 서울 장안동과 비슷했다. 이날 현장엔 의경 두 명이 통상적인 순찰을 돌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사후 대책이 더 중요한데 경찰이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은 “서울 부도심권과 경기 서남부 지역에 범죄 발생이 우려되는 공간적 환경을 띤 곳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9년부터 3년간 5대 강력범죄(살인·강간·강도·절도·폭력) 발생 현황은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 그는 “꼭 큰 정비사업을 벌이지 않더라도 쓰레기 방치 문제, 주차 문제 등만 개선해도 범죄 유발 요인을 줄일 수 있다”며 “큰 사건이 터질 때만 관심을 갖지 말고 평소에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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