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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다 어디 갔지? 청계산 아래 막걸리집

서울 원지동 청계산 등산로 인근에 몽벨·밀레 등 아웃도어 매장들이 자리 잡고 있다. 등산객들이 하산길에 목을 축이던 막걸리집들을 밀어내고 대기업 아웃도어 업체들이 상권 경쟁을 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하산길 노곤함을 막걸리 한잔에 풀곤 했는데 이젠 어렵게 됐어. 아웃도어 매장으로 바뀌어 버렸으니….”

 19일 오전 서울 청계산에서 만난 이상근(80)씨는 혀를 찼다. 청계산 초입 150여m 거리에 있던 막걸리집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 자리엔 대신 등산복과 등산 용품을 파는 아웃도어 매장이 들어섰다. 청계산은 매년 30만여 명의 등산객이 몰리는 서울 강남을 대표하는 산이다. 청계산을 찾은 지 10년이 넘었다는 이씨는 “2~3년 새 막걸리집은 밀려나고 등산복 매장만 길가에 자리 잡았다”고 전했다. 청계산 등산로 입구에서 가까운 쪽일수록 목 좋은 곳으로 꼽힌다. 그런데 ‘명당’은 거의 아웃도어 매장의 차지였다. 머렐·네파·아이더 등 아웃도어 매장 10곳이 줄지어 서 있었다. 청계산 초입에 아웃도어 매장이 생기기 시작한 건 2000년대 초반부터인데 최근 3년 새 5곳이나 들어섰다. 2009년 3월 LG패션의 ‘라푸마’, 지난해 9월 화승상사의 ‘머렐’이 개장했다. K2의 ‘아이더’는 개장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다.

 아웃도어 업체 ‘몽벨’ 관계자는 “이곳은 브랜드를 알리는 광고판 역할을 하기 때문에 모든 아웃도어 업체가 사활을 건다”며 “이런 현상은 3년 전부터 심해졌다”고 말했다.

 도봉산·북한산·검단산 등 다른 주요 산에서도 사정은 비슷했다. 등산로 입구부터 양쪽으로 아웃도어 매장이 점령했다. 서울 도봉동 도봉산 초입에는 200m 남짓한 거리에 18곳의 아웃도어 매장이 있고, 더 아래쪽 매장을 더하면 30곳에 이른다. 서울 우이동 북한산 초입과 경기도 하남 창우동 검단산 초입에는 각각 16곳의 매장이 있었다. 대기업 아웃도어 업체들 간 ‘고래 싸움’에 식당들의 ‘새우 등’이 터지게 됐다.

 막걸리집들은 대부분 등산로 입구에서 한참 떨어진 곳으로 자리를 옮기거나 폐점했다. 청계산 초입의 경우 포장마차식 간이 음식점을 포함해도 식당은 5곳이었다. 아웃도어 업체 간 경쟁이 과열되면서 이곳 매장의 월세가 치솟았기 때문이다. 3년 전까지만 해도 130㎡(약 40평) 2층 건물에 약 800만원이던 월세는 현재 2000만원 이상으로 올랐다. 월세를 감당하기 힘든 영세 식당들은 하릴없이 밀려났다. 한 식당 업주는 “월세 800만원에 장사했는데 계약이 만료되자 건물주가 2000만원을 요구해 자리를 옮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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