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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밤 12시, 웹툰 마감 못 지켜 욕 많이 먹죠

기안84는 서울 상수동의 반지하방에 살고 있다. 불을 켜지 않으면 어두운 이 곳에서 그는 편의점 도시락을 까먹으며 만화를 그린다. 그는 “만화가가 이렇게 외로운 직업인지 몰랐다”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웹툰 ‘패션왕’의 작가 기안84(28·본명 김희민)를 만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두 번 퇴짜를 맞았고 인터뷰를 하겠다고 한 후에도 다섯 번이나 시간을 미뤘다. 그는 “수요일 밤 12시까지 웹툰을 올려야 하는데 요즘 마감이 계속 늦어 상황이 힘들다. 마감이 끝나면 전화하겠다”고 했다.

 가까스로 서울 상수동 그의 작업실에서 만난 12일, 이날 기안은 하루 종일 네이버 검색어 순위에 올라와있었다. 웹툰이 또 늦자 팬들의 원성이 빗발쳤던 것이다.

“매주 연재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겠냐, 기다려주자”와 “프로작가로서 무책임하다”는 리플이 동시에 올라왔다. 연재 만 1년이 됐지만 여전히 팬들에게 큰 관심을 받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웹툰은 패션과 거리가 먼 ‘찌질한’ 고등학생 우기명이 ‘패션왕’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다. 기안은 네이버에 이 작품을 연재하자마자 10대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스타작가로 급부상했다. 우기명 캐릭터는 인터넷 쇼핑몰의 모델이 됐고, ‘슈퍼스타K3’, 영화 ‘시체가 돌아왔다’의 포스터에 등장했다. 드라마 판권도 팔려 올해 안에 드라마로 제작될 예정이다. (현재 방영 중인 SBS ‘패션왕’은 관계가 없다)

 -요즘 왜 이렇게 연재가 늦어지나.

 “독자들에게 죄송할 뿐이다. 회를 거듭할수록 스토리를 짜는 것이 힘들다. 그림 그리는 것을 도와줄 어시스턴트를 구해 다음 달부터는 같이할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하겠다. (그는 이번주에 마감을 지켰다)”

 -어느새 연재 1년을 맞았다.

 “2008년 데뷔 이후 이렇게 오랫동안 연재한 것도, 큰 관심을 받은 것도 처음이다. 연재 마감일까지 이야기를 재미있게 이어나갈 수 있을지 늘 불안하다.”

웹툰 ‘패션왕’의 주인공 우기명. 돈을 벌기 위해 자퇴를 했다가 패션을 버릴 수 없어 패션왕을 뽑는 오디션에 출전한다.
 기안에게 ‘패션왕’은 흔들리는 청춘의 끝자락에서 만난 만화다. 그는 수원대 조형예술학과를 중퇴하고 2008년 전경들의 생활을 그린 웹툰 ‘노병가’로 데뷔했다. 데뷔 후 3년 동안 상업적 실패를 거듭하다 ‘패션왕’에서 비로소 대박이 터졌다. 그는 “진지한 성격이라 사실적이고 웃음기 없는 만화를 좋아한다. 패션왕은 본격 ‘병맛(황당한 설정에서 웃음과 메시지를 주는) 만화’이자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를 그린 첫 작품”이라고 했다.

 ‘패션왕’의 주인공 우기명은 요즘 10대들을 대변한다.

편모가정에서 가난하게 자란 기명이는 소위 ‘노는 애들’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짝퉁’ 패딩을 입고 반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은 후에 패션왕이 되겠다고 다짐한다. 정작 패션왕이 됐지만 기명이의 집은 파산 직전이다. 엄마는 기명이에게 진짜 패딩을 사주려다 몸 져 눕는다. 기명이에게 패션은 반에서 잘 나가는 아이들과 어울릴 수 있는 신분상승의 도구이자, 제도권 교육으로 부터 탈출구였다. 하지만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허상이기도 했다.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었나.

 “돈이 없어 아르바이트로 미술학원 강사를 하면서 중·고생들을 관찰하게 됐다. 아이들한테 패션은 곧 계급이더라. 이것을 만화에 잘 녹이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기명이는 명품으로 치장하진 않는다. 쇄골이 보이는 흰티에 배기 모양의 교복바지, 물 빠진 교복 재킷으로 멋을 낸다. 가진 것 없는 기명이가 가장 빛나는 순간이기도 하다.”

 -기명이는 어떻게 기억됐으면 하나.

 “우울한 청춘들의 자화상이었으면 좋겠다. 화목하지 못한 가정에서 자라, 무엇 하나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살았던 10대 때의 우울함이 담겨있다. 내 모습과도 오버랩되고. 연재가 끝나면 기명이를 주인공으로 한 단편 연애물을 그릴 생각이다.”

 기안은 지난해 서울 상수동의 반지하방으로 이사 왔다. 그 전에는 경기 화성시 기안동에 살았다. 만화가로 살기로 다짐했을 때 기안동에 살았기 때문에 이름이 기안이다. 84는 자신이 태어난 해인 1984년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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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