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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도장 새긴 중증장애인, 어려운 장애인 돌보다

제주시 건입동에서 수제 도장가게를 운영하는 박효민씨. 박씨는 20일 ‘올해의 장애인상’을 받는다. [연합뉴스]
35년 간 도장을 새겨온 50대 중증장애인이 장애를 딛고 자신보다 어려운 장애인을 보살펴온 공로를 인정받아 장애극복상을 받는다.

 제주시 건입동 수제 도장집 ‘훈민당’ 대표 박효민(52)씨가 주인공. 그는 20일 ‘제32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올해의 장애인상을 받는다. 하반신을 쓸 수 없는 지체장애 1급이다. 돌 무렵 고열 후 소아마비를 앓고 장애인이 됐다. 초등학교 때 아이들은 공을 차고 노는데 구경만 해야 했다. 공 차기 대신 지우개로 조각을 시작했다. 손재주가 있었는지 친구들한테 인기를 끌었다.

 중학교를 졸업하면서 집 근처 도장가게를 찾아갔다. 손으로 하는 것은 누구보다 자신 있었다. 부모님께 폐를 끼치지 않으려 일찍 자립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주인은 박씨의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처음에는 거절했다. 박씨는 매일 찾아가서 주인을 졸랐다. 자리 한 쪽을 차지하고 어깨너머로 서너 달을 배우니 주인 못지 않은 실력이 됐다.

 열여덟 살 때 아버지가 운영하는 세탁소 한 쪽에 도장가게를 차렸다. 솜씨가 소문나면서 사람들이 몰리자 가게를 따로 차렸다. 그렇게 35년이 흘렀다. 지금의 자리를 떠난 적이 없다. 요즘은 컴퓨터 글씨를 새기는 도장집이 늘면서 수제 도장만 파는 가게를 찾기 어렵다. 사람들이 전자서명이나 서명 등으로 대체하면서 수입이 반으로 줄었지만 그는 늘 수제 도장을 고집한다.

 “아직은 잘 할 수 있으니까요. 힘들고 오래 걸리더라도 기술을 썩히지 않도록 손으로 계속 할겁니다. 컴퓨터는 단조롭지만 제가 파는 도장은 개성이 있어요.”

 박씨는 살면서 한 번도 비관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부모님을 원망해 본 적도 없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살면 그게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부인 고윤옥(53)씨도 박씨와 같은 지체장애 1급이다. 아들(30)과 딸(25) 둘 다 사회복지사이다. 아들은 중증장애인 시설에서 일한다. 얼마 전 얻은 며느리도 사회복지사이다.

 박씨는 제주지역의 지체장애인협회와 장애인경제인협회 등의 설립을 주도했다. 재정적으로 어려운 장애인과 독거노인, 소년소녀 가장 등을 돕는다.

20일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서는 16명에게 훈·포장이 수여된다. 방송인 이동우(43)씨도 올해의 장애인상을 받는다. 이씨는 시각장애를 극복하고 연극 무대에 오르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중복 장애인을 위한 종합복지센터를 설립하고 장애인 가정의 갈등을 해소하는데 기여한 정지훈(55) 여주 라파엘의 집 원장이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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