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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성공하는 장관, 실패하는 장관 II

서경호
경제부문 차장
지난해 6월 ‘성공하는 장관, 실패하는 장관’이란 칼럼을 썼다. 본지 ‘나는 장관이다’ 시리즈의 후일담이었다. 시리즈는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장관 직무가이드』(일명 장관 매뉴얼)를 비교·분석한 뒤 MB정부의 장관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현 정부의 장관 매뉴얼에선 ‘대통령을 보좌’하는 역할을 강조했다. 장관이 ‘대통령과 더불어’ 국정을 운용한다거나 장관은 대통령과 ‘한 배’를 탄 것이라는 노 정부 때 매뉴얼의 표현은 사라졌다. 청와대 중심으로 국정이 운용되다 보니 첨예하게 이해가 맞부딪치는 갈등 관리는 모조리 청와대 몫이 됐고, 대통령의 권한을 충분히 위임받아 뚝심 있게 행동하는 책임장관이 잘 안 보인다는 주장을 했다.

 그 후 10개월이 흐른 지금은 어떨까. 본지는 총선이 끝난 뒤 경제장관 7명을 인터뷰했다. 대선을 앞둔 ‘정치의 계절’에 경제부처가 사는 법은 어때야 할까. 19대 국회 야당 의석은 더 늘어난다. 경제부처로서는 정책 추진을 위해 국회 설득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쓸 수밖에 없게 됐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정직이 최선의 방책(Honesty is the best policy)”이라며 “국회 전략도 다를 게 없다”고 했다.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정치권의 포퓰리즘을 경계하면서 “무리한 공약에 대해선 끝까지 버틸 테니 믿어 달라”고 했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명함이 인상적이었다. 중소기업청장 때처럼 지금도 명함에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박았다. “그러시면 안 된다”고 만류하는 비서진에게 그는 말했다. “해봤어?” 기술이 부족해 조선소 건설이 어렵다는 직원들에게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가 했다는 “이봐, 한번 해보기나 해봤어?”라는 말이 떠올랐다. 실제로 명함에 휴대전화 번호를 적었어도 전화가 많이 와 불편하거나 장관 체면 구길 일은 별로 없었단다.

 현 정부에서 청와대 수석과 장관을 두루 역임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장관과 참모(수석)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조직의 수장인 장관에겐 리더십이 필수”라고 했다. 또 참모는 국정 철학뿐 아니라 고민도 함께 나눌 수 있는 경륜을 갖춰야 하며, 때에 따라서는 대통령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쓴소리도 할 줄 아는 용기와 대안 제시 능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비교적 성공한 장관으로 꼽히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후불제 민주주의』에서 장관들은 ‘피터의 원리’를 경계해야 한다는 재미있는 말을 했다. “위계질서를 가진 모든 조직에서 사람들은 자기의 무능력이 입증되는 지위까지 승진하는 경향이 있다”는 게 그 원리다. 장관실 앞에 결재판을 들고 공무원들이 긴 줄을 서고 있거나, 능력 있는 공무원들이 해외연수·근무 기회를 열심히 찾는다면 피터의 원리가 구현되고 있는 거란다. 어제부터 본지에 연재되고 있는 경제장관 릴레이 인터뷰에서 장관직 성패의 실마리를 찾아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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