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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불법 SW, 1%도 안 된다고?

심상복
경제연구소장
“공공부문의 소프트웨어(SW) 불법 복제가 1% 미만에서 계속 감소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문화체육관광부는 국정감사에 즈음해 이런 보도자료를 냈다. 2010년 전국 공공기관 중 214곳을 실사한 결과 불법 SW 사용률이 0.7%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2009년 461곳을 점검했을 때는 1.46%였는데 2년 새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는 얘기였다. 이틀 전에 물어봤을 때도 답은 같았다.



 하지만 이런 답변에 고개를 끄덕일 사람은 별로 없다. 거기서 일하는 공무원들조차 반응이 뜨악하다. 관련 쟁송을 직접 다뤄본 법무법인 관계자들도 현실과는 한참 동떨어진 수치라고 말한다. 한 예로 국방부의 불법 SW 사용률은 몇 십%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국대사가 이 문제를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불법복제물이 깔린 컴퓨터가 적지 않아 양국 군의 네트워크 연결에 장애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문화관광부가 SW 사용실태를 조사할 때 아예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곳도 꽤 있다고 한다. 2010년의 경우 감사원·금융위원회·환경부·관세청 등이 그랬다. 그만큼 떳떳하지 않다는 뜻이 아닐까.



 지난해까지는 이런 지적을 대충 흘려들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정부와 공공기관의 정품 SW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28일 문화관광부는 필요한 훈령도 만들어 공표했다. 불법 복제물을 쓰다 걸리면 통상협정 위반으로 간주해 피해국이 상대국에 보복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불법 SW가 기업 간 문제가 아닌 국가 간 이슈로 부상한 것이다. 한·미 FTA가 발효된 지 한 달 남짓 지났다. 4·11 총선을 앞두고 FTA를 무효로 하겠다던 야당의 소리는 이제 잦아들었다. 이제부턴 협정문을 직시하면서 득을 키우고 실을 줄이는 일에 몰두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가 23일 서울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에서 열린다. 과학의 날(21일), 정보통신의 날(22일), 세계 지적재산권의 날(26일)에 즈음하여 우리의 정보기술(IT) 경쟁력을 점검하는 자리다. 한·미 FTA와 관련해 SW를 포함한 IT산업 전반에 대한 발전전략도 토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는 스스로를 IT강국으로 부른다. 그럼에도 나라 전체의 SW 불법 복제율은 40%에 이른다.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평균치 27%보다 한참 높다.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SPC)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SW 불법복제로 인한 국내 손실액은 전년보다 25% 늘어난 약 7500억원에 달했다고 한다. 불법 복제로 인한 일자리 감소와 세금 손실은 별도다. 2010년 한 해 동안 불법 복제(다운로드 포함) 탓에 일자리 3만5700개와 세수(稅收) 1478억원이 날아갔다는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조사도 있다. 그로 인한 총 생산유발 감소액은 4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SW업계는 자연 한·미 FTA 발효로 인한 지재권 강화 정책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정부와 공공기관의 불법 SW 사용은 관행과 예산부족 때문이다. 가난한 지방자치단체들일수록 상황은 더 열악하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불법 SW 사용률이 1% 미만이라고 우기는 태도다. 법을 집행하는 정부가 잘못을 했다고 자인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덮어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과거와의 단절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가 돈 내고 사지 않는데 국민이 사겠느냐는 지적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지적재산권 보호는 ‘디지털 한류’를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우리 스스로 보호하지 않으면 중국 등 다른 나라가 우리 권리를 침해했을 때 당당하게 맞설 수 없다. 먼저 정부 내 불법 SW 사용실태를 제대로 조사한 뒤 구입예산을 점차 확보해 나가야 한다. 과거의 관행은 털어버리고 이젠 정도로 들어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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