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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애의 시시각각] 용인 참사

고정애
정치국제부문 차장
“실제론 괜찮은 사람들이다.” 정치부 기자로서 ‘정치인들이 어떠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데 그때마다 하는 대답이다. 하지만 이 말이 도저히 안 나올 때가 있다. 1년 주기론 예산 철이다. 의원 한 명 한 명이 마치 맡겨놓은 돈을 되찾아가는 양 눈을 희번덕거린다. 합리적 판단이 개입할 여지는 물론 없다. 그 결과물이 고추 말리는 용도로 그만인 지방공항과 위용 과시용으로 딱인 지방청사, 질주본능을 자극하는 시골의 4차선 국도다. 그래도 그건 다만 몇 천 명, 몇 만 명이 좋아하는 일이긴 하다.



 4년 주기인 선거구 획정 때는 단 몇 명 좋자고 악다구니를 친다. 올해엔 판사 출신으로 점잖기로 소문난 의원이 드잡이를 했다. 염치고 체면이고 없다. 원칙도 실종된다. 나머지는 한목소리로 공분한다. 국론 통일은 그러나 찰나일 뿐 곧 잊혀진다.



 올해도 그럴 조짐이다. “헌법도, 공직선거법도 위반하려고 하느냐”(박주선 의원), “날치기 국회, 폭력 국회, 막말 국회로 불렸는데 ‘밥그릇 국회’로 만들려고 하느냐”(양승조 의원)는 외침은 잔향조차 남기지 못했다.



 이래선 안 된다. 단순히 구태의 사슬을 끊자는 차원이 아니다. 감내할 선을 넘었다는 판단이기도 하다. “76만 명인 안산의 국회의원이 네 명인데 90만 명이 넘는 용인은 왜 세 명이냐” “천안·용인 등 생활권이 다른 동네를 왜 타 선거구에 편입하느냐”는 등 언론에 보도된 건 일부분일 뿐이다.



 우선 한 표의 값어치가 동등해야 한다는 표의 등가성 문제다. 헌법재판소는 2001년 선거구의 상한·하한 인구수 비율이 3대1을 넘으면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미국(1.1대1), 일본(2대1) 등 민주주의를 좀 한다는 나라에 비하면 느슨하지만 95년 결정에 비하면 나아진 거였다(4대1).



 18대 국회는 “3대1 기준을 준수했다. 다만 세종시는 하한 인구수 밑이나 예외로 하기로 했다”고 했다. 세종시만 빼고 헌재의 결정을 지켰다는 거다. 결과적으론 궤변이고 억설이다. 헌재의 결정은 모든 선거구가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는 거였기 때문이다. 세종시를 포함해 다시 계산하면 선거구 10곳이 기준을 초과했다. 서울 강남갑은 3.11대1이나 된다. 이곳 유권자는 한 표를 행사한다고 믿으며 투표함에 기표용지를 넣었겠지만 한 표의 태생적 값어치는 세종시의 0.32에 불과한 셈이었다.



 이뿐이 아니다. 18대 국회는 선거법의 ‘구·시·군의 일부를 분할해 다른 국회의원 지역구에 속하게 하지 못한다’는 조항도 살짝 틀었다. ‘구·시·군’을 ‘자치구·시·군’으로 바꾼 거다. 이로써 자치구, 즉 6대 광역시에 속한 구가 아니면 얼마든 다른 선거구에 오려 붙일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별 해명 없이 경부선 철도란 물리적 경계로도 나뉜 수원 권선구의 서둔동을 수원팔달 선거구에 끼워 넣을 수 있는 건 그래서였다. 천안 서북구(천안을)의 쌍용2동만 빼서 천안갑 선거구(천안 동남구)에 포함시킨 것도 같은 기술이다.



 용인은 특히 ‘험한’ 일을 겪었다. 선거구 획정 관련, 잔꾀란 잔꾀는 모두 구사된 탓이다. 용인갑·을의 각각 인구수는 세종시의 3배가 넘는다. 용인 기흥구의 마북동·동백동 주민은 용인 처인구의 국회의원을 위해 투표해야 했다. 더욱이 마북동은 처인구과 접경하지 않는데도 그랬다. 95년 헌재가 엄연히 “접경지역이 없는 선거구를 하나로 확정한 건 위헌”이라고 결정했는데도 말이다.



 헌법적 권리를 침해당한 지역 주민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모두 6곳에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고 한다. 곧 사법적 판단이 내려질 거다. 국회가 또 망신당하는 쪽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기에 앞서 18대 국회가 풀어야 한다. 해법은 이미 나와 있다. 의원들로부터 선거구 획정권을 분리해 내는 거다. 방법도 간단하다. 선거법의 ‘선거구획정위의 선거구획정안을 존중해야 한다’는 조항의 존중 대목을 ‘받아들여야 한다’로 바꾸면 된다. 민간인들로 구성된 획정위의 결정대로 하자는 거다. 그게 글로벌 스탠더드다. 말 많고 탈 많았던 18대 국회로선 24일 본회의가 결자해지하고 유종지미를 거둘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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