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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1조3000억 삼킨 재앙 … 가든파이브 왜 망가졌나

서울시는 청계천 복원 공사를 위해 2004년 청계천 상인들을 대상으로 이주 희망자를 모집했다. 그 결과 상가 6097곳이 신청했다. 상인들이 떠난 청계천은 도심부 발전 계획에 포함해 재개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공사가 진행되던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분위기는 바뀌었다. 2009년 12월 분양이 시작되자 청계천 상인들은 등을 돌렸다. 서울시가 당초 점포 1개(전용면적 22㎡)당 분양가 7000만원을 약속했는데 실제 분양가는 2억원에 달했다는 게 상인들 주장이다. 부동산 거품이 꺼진 데다 분양가 논란까지 겹치면서 지금까지도 청계천 상인의 계약률은 58%(3518곳)에 불과하다. SH공사는 15차례 일반 분양까지 했지만 전체 8360개 상가 중 1300곳은 아직도 주인을 찾지 못했다. 서울시의회 최조웅(민주통합당) 의원은 “서울시는 계약률을 85%라고 주장하지만, 임대를 제외한 실제 분양율은 40%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분양율이 절반에 그치면서 가든파이브에 1조3000억원을 투입한 SH공사는 빚더미에 앉았다. 분양가 6000억원을 회수하지 못한 데다 상인들을 붙잡으려 관리비 지원 명목으로 상가당 월 12만원을 지원해 세금 낭비란 지적을 받고 있다. 서울시 산하기관인 SH공사는 빚이 17조원으로 서울시 살림에 주름살을 지우고 있다. 입주한 청계천 상인들도 떠나고 있다. 가든파이브가 ‘청계천 이주 상가’라는 서울시의 구상이 변질된 것이다. 서울시는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대형 유통업체나 의류 매장, 웨딩홀, 찜질방 등을 유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의류·안경·잡화 등을 파는 상인들이 들어오기로 했던 10층짜리 라이프관에서 청계천 상인들이 장사하는 곳은 지하 1층뿐이다. 리빙관 1층에는 50개의 수족관·조류 상가가 들어올 예정이었지만 한 곳도 없다. 가전제품이나 전기자재·부품 상가가 입주 대상이었던 테크노관에도 가전제품을 파는 곳은 찾기 힘들었다.


 전문가들은 서울시가 청계천 사업을 서두르면서 정밀한 수요 분석 없이 지나치게 크게 단지를 조성한 게 ‘데드파이브(Dead5)’로 전락한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장은 “매장이 워낙 커 한 층에서도 길을 찾기 어려울 정도”라며 "지하철 메인 라인도 아닌 8호선 장지역 근처에 코엑스의 6배나 되는 상가를 만드는 게 무리였다”고 지적했다. 당시 청계천복원기획단장을 지냈던 정효성 서울시 기획조정실장도 “활성화단지와 물류단지가 안 된 상태에서 이주 단지만 서둘러 문을 연 게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청계천 업종이 강남 상권과 컨셉트가 맞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009년부터 올 초까지 SH공사 사장을 지낸 유민근씨는 “이 상권에서는 어떤 업종이 성공할지를 연구해 단지를 조성한 게 아니라 무작정 청계천 상인들을 집단으로 유치한 뒤 활성화하겠다는 발상이 사려 깊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청계천 상인들의 상권 활성화 의지를 만들어 내지 못한 것도 문제다. 당초 서울시는 가든파이브 분양권을 주는 대신 3∼6개월 사이에 기존 청계천 점포를 정리하는 조건을 달았다. 하지만 상인들의 민원에 밀려 이 조건은 철회됐다. 예컨대 가든파이브로 옮기기로 했던 460여 개의 신발 상가는 대부분 청계천 점포를 유지하고 있다. 유민근 전 사장은 “청계천 상인들이 일부밖에 오지 않은 것은 다른 이유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청계천 상가를 그대로 유지하고 싶어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상가를 활성화하려면 상인들이 똘똥 뭉쳐야 하는데 기존 점포는 갖고 있으면서 가든파이브는 프리미엄 받고 팔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상인들의 진정성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가든파이브는 청계천 완공이라는 MB의 정치적 목표에 따라 서울시가 강남상가 하나를 덤으로 주겠다며 상인들의 욕구를 자극해 만든 실패한 거대 상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청계천에 흠집을 내기 어려웠던 오세훈 전 시장과는 달리 이 문제에서 자유로운 박원순 시장이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창희·최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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