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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채 쓴 딸, 강남 술집에 넘겨지자 아버지가…

정부가 18일부터 다음 달 말까지 불법 사금융 피해신고를 받고 대대적인 단속에 나선다. 금융감독원의 신고 대표번호 ‘1332’로 전화하거나 금감원·경찰청 등에 설치한 ‘불법 사금융 피해신고센터’를 방문하면 된다. 이번 조치에는 검찰·경찰·지방자치단체·금감원 등에서 1만1500여 명의 인력이 동원된다.

정부는 불법 사금융 피해자에게 맞춤 컨설팅과 신용 회복 지원, 법률상담 등을 해줄 방침이다. 불법으로 고금리를 챙긴 업체의 초과이익을 전액 환수해 피해자 구제에 활용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17일 “불법 사금융은 사회를 파괴하는 독버섯”이라면서 “연 이자율이 수백~수천%에 달해 서민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경우도 있고, 피해자를 납치해 인신매매·성폭행하는 경우도 있다”며 근절 의지를 밝혔다.

 불법 사금융의 폐해는 사회가 수용 가능한 한도를 넘어선 지 오래다. 대학생 딸이 등록금 마련을 위해 불법 사채업자에게 300만원을 빌렸다가 서울 강남 유흥업소에 강제 취업당했다는 사실을 안 아버지가 딸을 목 졸라 살해하고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대표적이다. 지적장애인 부부에게 350만원을 빌려준 뒤 돈을 갚지 못하자 임신 5개월 여성에게 낙태를 강요한 뒤 노래방 도우미로 강제 취업시킨 사례도 있었다. 정부 입장에선 더 이상 두고 볼 상황이 아니란 얘기다.

 더 심각한 것은 유럽 재정위기와 지난해 물가 불안 등으로 저신용자·청년·서민 등의 금융수요가 갈수록 늘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소득 하위 20% 가구 중 소득보다 지출이 더 많은 ‘적자 가구’는 56.6%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심했던 2009년(52.9%)보다 늘어났다. 그런데 900조원을 넘긴 가계부채에 놀란 금융당국이 은행에 이어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까지 조이면서 저신용자의 제도권 금융사 이용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서민 입장에선 대부업체나 사채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러다 보니 대부업체 거래자는 2008년 9월 131만 명에서 지난해 6월 247만 명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대부업체 대출잔액도 5조6000억원에서 8조6000억원으로 늘어났다.

 현행법에 따르면 등록 대부업체는 최고 연 39%, 미등록 사채업자는 연 30%가 넘는 이자를 받을 수 없다. 하지만 김 총리가 말했듯 사채를 끌어쓴 사람 중에는 수백~수천%의 이자를 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통 연 200%는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부업계는 “정부가 최고 이자율을 너무 옥죄는 바람에 불법 사채가 더 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등록된 대부·대부중개업체는 2007년 말 1만8500개에서 올해 2월 1만2402개로 6000여 곳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2002년 연 66%였던 최고이자율을 지난해 연 39%까지 낮추면서 등록증을 반납하고 불법 사채로 돌아서는 업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기준 상위 40개 대부업체의 원가금리(조달금리·대손비용 등)가 연 36.7%고, 소형업체는 연 40%가 훌쩍 넘는다”며 “연 39%를 받아선 영업이 안 된다”는 주장도 했다. 대부업계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긴 어렵다. 하지만 불법 사금융 피해자를 줄이려면 대부업체의 조달금리를 낮춰 주기 위한 정책 노력이 필요한 것만은 사실이다.

 불법 사금융 단속이 서민금융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게 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정부는 지난달 이미 발표했던 미소금융·새희망홀씨·햇살론·바꿔드림론 등 서민우대 금융지원 공급 확대를 다시 들고 나왔다. 하지만 이 정도론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연세대 경제학부 성태윤 교수는 “불법 사금융을 뿌리 뽑으려면 서민이 제도권 금융을 이용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며 “정부가 이를 위한 지원을 더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선하·조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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