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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구청역에 쇼핑백 500개 … 뭐지?

16일 ‘쇼핑백 나르미’들이 쇼핑백 꾸러미를 들고 지하철 2호선 영등포구청역 개찰구를 지나고 있다. 이들은 하루 세 번씩 이곳에 모인다. [하선영 기자]

매일 오후 2시 지하철 2호선과 5호선이 만나는 서울 영등포구청역 개찰구 앞에선 진풍경이 벌어진다. 수십 명의 사람이 수백 개의 쇼핑백을 주고받는다. 이들은 백화점 간 물품배송만을 전문으로 하는 택배회사 직원이다. ‘쇼핑백 나르미’라고 부른다. 서울과 수도권에 있는 36개 백화점 매장에서 재고가 바닥났을 때 다른 지점의 매장으로부터 여분을 조달해주는 일을 한다. 나르미들은 영등포구청역 외에 선릉역·을지로4가역 등 2개 이상의 노선이 겹치는 지하철역에서 만난다. 영등포구청역의 경우 하루 세 번 모인다. 백화점 영업이 한창인 오후 2시가 피크타임이다. 나르미 전문업체는 최근 20여 개가 영업 중이다. 경쟁 업체가 많아지면서 운송료는 쇼핑백 한 개당 3000~5000원에서 2000원대로 떨어졌다.

 16일 나르미 10년차 이중숙(77·여)씨를 하루 종일 따라가봤다. 이씨는 “소일거리로 이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씨의 옆에서 정신지체장애 2급인 김영기(26)씨가 일을 도왔다. 나르미의 상당수는 65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이 짝을 이룬다. 이동수단인 지하철을 공짜로 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물량이 제일 많은 롯데백화점 본점 담당이다. 이날 이씨와 김씨는 25개 매장에서 30개의 쇼핑백을 접수했다. 영등포구청역에 도착한 뒤 이씨의 손길이 바빠졌다. “수갤(수원 갤러리아)로 가야 해. 여기 롯본(롯데 본점)에 놔두면 어떡해.” 나르미들 간 대화는 약자를 사용하기 때문에 알아듣기 힘들었다.

 이날 30명의 ‘나르미’가 500여 개의 쇼핑백을 가져왔다. 영등포구청역 ‘현장반장’인 민병정(45)씨는 “주말까지 세일이라 물량이 평소보다 2배가 많다”고 말했다. 주먹만 한 보석 쇼핑백부터 명품 남성정장, 전자제품 박스까지 종류가 다양했다. 나르미들이 서로 쇼핑백을 교환하고 자리를 뜨는 데 20분 남짓 걸렸다. 이씨는 을지로입구역~영등포구청역을 세 번 왕복한 뒤 오후 8시에 퇴근했다. 이씨는 “경기가 좋았을 땐 하루에 쇼핑백 1300개까지 모인 적도 있었 다”고 말했다.

글, 사진=하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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