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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벼룩

벼룩

- 존 던(1572∼1631) / 김선향 번역


이 벼룩만을 잘 보오. 그리고 이 벼룩 속에서

당신이 나를 거절함이 얼마나 사소한가를 보오.

이놈은 나를 먼저 빨고, 이젠 당신을 빨아.

이 벼룩 속에 우리 둘의 피가 한데 섞였소.

당신은 알고 있소. 이것이 죄나 수치나

처녀성의 상실이라 할 수 없음을.

(생략)

오, 잠깐, 한 마리 벼룩 속에 세 목숨을 살려주오.

우리는 그 속에서의 결혼, 아니 그 이상을 했소.

이 벼룩은 당신과 나 그리고 이건

우리 신방이며, 결혼식 성전이오.

비록 부모가 싫어하고 당신도 그렇지만, 우리는 만나서,

살아있는 이 흑옥의 벽 속에 은거하고 있소.

당신은 나를 죽이는 것이 습관이지만,

그것에다 추가하지 마오. 자살과

신성모독을, 셋을 죽이는 세 가지 죄를.


잔인하고 황급하게, 당신은 이미

죄 없는 피로 당신의 손톱을 붉게 물들였단 말이오?

이 벼룩이 무슨 죄를 지었단 말이오?

당신한테서 빨아먹은 피 한 방울 말고?

그럼에도 당신은 기세당당하게 말하기를

당신 자신도 나도 그 때문에 더 약해진 것은 아니라 하는구려.

그건 사실이오. 그러니 두려움이 얼마나 허위인가를 배우시오.

꼭 그만큼의 정조가, 당신이 내게 몸을 맡길 때

소모될 거요. 이 벼룩의 죽음이 당신에게서 앗아간 생명만큼만.


후기 중세 영국 사회를 엿볼 수 있는 연시. 벼룩 안에서의 피의 결혼, 정조란 벼룩에게 가는 피 한 방울과 같다며 여인을 설득하는 기지와 상상력이 재미있다. <최정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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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