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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설레지 않는 물건은 버리면 그만이지만 사람은 어찌할 건가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마지막 순간까지 할 일을 미루다 시간에 쫓겨 허겁지겁 하는 못된 버릇 때문에 후회한 적이 많지만 잘 고쳐지지가 않는다. 개학을 하루 앞두고 한 달치 일기를 몰아 쓰거나 아무 생각 없이 놀다가 시험 날짜가 코앞에 닥쳐서야 벼락치기로 공부를 하던 어릴 적 습관은 마감 시간에 몰려서야 비로소 손가락에 땀 나도록 자판을 두들겨대는 직업적 고질병으로 발전해 지금 이 순간에도 날 괴롭히고 있다.

 최대한 미루고 늦추는 나쁜 습관에서 정리·정돈도 빼놓을 수 없다. 어지를 때마다 그때그때 조금씩 치우면 좋겠지만 말처럼 안 된다. 되는대로 늘어놓고 지내다 막다른 지경에 이르러서야 어쩔 수 없이 정리할 생각을 하니 말이다. 옷장이고, 책장이고, 서랍이고 할 것 없이 너절하게 쌓인 온갖 잡동사니들로 정신이 산란하다. 나중에 보려고 오려둔 자료도 여기저기 널려 있다. 쓰레기통으로 갈 줄 뻔히 알면서도 그렇게 모아두는 걸 보면 집착성 노이로제 아닐까 싶기도 하다. 정리 안 된 자료는 쓰레기일 뿐이다.

 일본 최고의 정리 컨설턴트라는 곤도 마리에씨(氏)는 정리는 수납이 아니라 버리기라고 강조한다. 사람들이 정리를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물건에 감정을 이입해 잘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란 것이다. ‘설레지 않으면 과감히 버려라’. 그녀가 강조하는 정리의 제1원칙이다. 옷장에 있는 옷이든, 책장에 꽂혀 있는 책이든, 앨범 속 사진이든 딱 만졌을 때 설레는 느낌이 들지 않으면 단호하게 쓰레기통에 던지라는 것이다. 정리할 때는 안방·거실·서재 등 장소별로 하지 말고 옷이면 옷, 책이면 책 등 물건별로 하고, 의류→책→서류→소품→사진→편지처럼 희소성이 낮은 것부터 추억의 물건 순으로 정리할 것이며 버릴 물건은 가족에게 보여주지 말라는 것도 곤도씨가 조언하는 정리법이다(『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 더난출판).

 설레지 않는 물건은 과감히 버리면 그만이지만 사람은 그럴 수가 없다. 설레지 않는다고 아내를 버리고, 남편을 버릴 수야 없는 일 아닌가. 그러고 보면 ‘정리해고’란 말처럼 잔인한 말도 없다. 사람들을 두 줄로 세워 한쪽 줄을 모조리 잘라내는 게 정리해고니 말이다. 하긴 4·11 총선에서 사람 정리를 제대로 못해 패배한 정당이 있는 걸 보면 꼭 필요한 경우에는 사람도 정리할 건 해야 하는 모양이다.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그것에 얽매인다는 것이다.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얽혀 있다는 뜻이다. …크게 버려야 크게 얻을 수 있다.” ‘무소유’를 실천하신 법정 스님 말씀이다. 정리를 하기에 좋은 계절이다. 창문을 활짝 열고 겨우내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과감하게 정리를 해보자. 남길지 버릴지 결정하는 것을 거듭하다 보면 판단력이 높아지고 자신감도 생긴다지 않는가.

배명복 논설위원·순회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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