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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관변학자’ 이창용의 쓴소리

서경호
경제부문 기자
“앞으로 관변(官邊) 경제학자로 살아가겠지요.”

 이창용(52)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2월 본지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1980년대 독재정권을 경험한 기자에게 ‘관변학자’란 단어는 부정적 의미로 점철돼 있었다. 학자적 양심을 팔면서 해바라기처럼 권력을 좇는 학자를 싸잡아 부르는 말 아니던가. 아마 요즘도 여느 대학 경제학 교수님 앞에서 ‘관변학자’ 운운한다면 욕깨나 얻어듣기 십상일 것이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그에게 이 말은 지극히 가치중립적인 단어였다. 이론경제학이라기보다는 실제 정부 정책과 관련된 연구를 한다는 의미에서 ‘관변’이라는 말을 썼다. 어쩌면 실사구시(實事求是)라는 경제학의 본령과도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서울대 교수를 거쳐 현 정부 인수위에서 일했고, 그 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주요 20개국(G20) 기획조정단장을 역임한 그의 이력을 떠올리면 고개를 끄떡일 만했다.

 정부 정책을 잘 아는 ‘관변학자’ 이창용이 13일 쓴소리를 했다. ADB 경제 전망을 설명하기 위해 방한한 그는 “반값 등록금을 시행했을 때 저소득층이 정말로 그 혜택을 볼 수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했다. 반값 등록금은 민주통합당의 핵심 총선 공약이다. 이 이코노미스트는 “반값 등록금 같은 일률적인 지원 대신 돈이 없어 대학에 못 가는 저소득층 학생을 지원하는 게 맞는 정책”이라며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정말 하위 20% 계층에 쓰이는지 따져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인도네시아의 유가보조금을 반면교사로 꼽았다. 인도네시아는 기름값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갤런(3.7L)당 2달러의 보조금을 일률적으로 지급하는데, 정부 1년 예산의 20%를 쓴다. 그러나 그 혜택은 자동차와 고가주택을 가진 부유층에만 돌아갔다는 게 그의 지적이었다.

 나눠주기식 복지 비판과 함께 섣부른 경기부양책도 경계했다. 주로 아시아 개도국 얘기였지만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단기적으로 재정·통화정책을 써서 경기를 띄울 때가 아니며 지금은 정책 여력을 비축해야 한다는 게 그의 조언이었다. 대선을 앞두고 경기를 모양 좋게 ‘관리’하고 싶어할 법한 정책 당국도 귀담아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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