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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대학 캠퍼스와 골프장 나무의 공통점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미국 대학 캠퍼스와 골프장의 나무는 공통점이 있다. 폭풍우가 불면 잘 넘어진다는 것이다. 이것이 스프링클러의 저주다. 매일 물을 뿌려주니 뿌리가 깊이 자리잡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려면 환경변화에 대한 회복탄력성(Resilience)이 있어야 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뿌리 깊은 나무가 바람에 강하듯 기업은 기술의 깊이가 있어야 한다. 중국 칭다오에는 저렴한 비용을 찾아 진출한 우리나라의 주얼리·신발·의류업체들이 5000여 개 있다. 올해 초 중소기업학회장으로 현장조사를 위해 찾은 이곳에서는 대부분의 업체가 중국 업체와 원가 경쟁의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이들 중 500여 개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고전하는 기업의 대부분은 범용제품(commodity) 업체다.

중국의 저렴한 노동력에만 의존하고 기술과 신제품 개발을 게을리했기 때문에 스프링클러의 저주를 겪고 있다. 반면 살아남은 500개 기업은 기술 확보와 연구개발을 열심히 했다. 한 주얼리업체 사장은 스와로브스키와 경쟁하기 위해 연구개발에 매진한 결과 더 큰 시장을 개척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의 성공에는 세대별로 산업을 일으키는 원천기술이 있었다. 1980년대에는 반도체, 90년대에는 CDMA가 대표적인 사례다. 2000년대 들어와서는 현대·기아차의 신차 경쟁력과 삼성전자의 스마트폰·디지털TV 등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이들이 지난해 무역수지 흑자 321억 달러의 중심 역할을 했다. 차세대에는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이 한 축을 담당해야 한다. 생태학에 중간교란 가설이 있다. 자연생태계에서 태풍과 같은 교란도 적당한 빈도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만일 매일 맑은 날만 계속된다면 세상은 사막이 되고 말 것이다. 우리 중소기업도 적절한 수준의 태풍을 맞아도 견디는 힘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한 첫째 과제는 연구개발력을 키우는 것이다. 우선 연구개발을 통해 틈새시장에서 ‘생태적 지위(ecological niche)’를 확보해야 한다. 생태적 지위란 경쟁하는 두 종이 같은 장소에서 살아갈 수 없다는 원리다. 틈새 분야의 1등이 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차별화와 전문화가 생명이다. 둘째로 해외로 진출하는 것이다. 김연아나 박지성 선수가 전국체전에만 출전하고 올림픽이나 월드컵에 도전하지 않았다면 오늘의 영광을 얻을 수 있었을까? 마찬가지로 기술력을 갖춘 기업은 해외시장에 도전하게 해야 한다.

 이제 우리 중소기업도 똑같은 제품을 생산원가로 싸우는 시대는 끝났다. 죽음의 원가사이클이라는 국가산업경쟁력 가설이 있다. 원가경쟁력의 운명적인 순번은 늘 신흥국가로 돌아간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수년 동안 30% 초반에 정체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반면 부가가치가 높은 반도체·디스플레이 등의 핵심 소재와 부품은 수입의존도가 64%에 이른다. 우리 중소기업들도 이제 이 분야를 노려야 한다. 스와로브스키와 같은 명품 브랜드를 키우고 독일의 보쉬, 일본의 덴소 같은 핵심기업(keystone)으로 자라나야 한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정책도 한계기업을 정상기업으로 만드는 노력에 그쳐서는 안 된다. 정상기업을 혁신기업과 글로벌기업으로 만들어 가는 데도 정성을 쏟아야 한다. 외국에 신사유람단이라도 보내 성공 비결을 분석해 봐야 할 판이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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