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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경제민주화 막는 집단지성 경계해야

신헌철
SK미소금융재단 이사장
북한산 비봉 부근에는 청와대 습격을 목표로 남파됐던 ‘1·21 무장공비 31명’의 마지막 은신처였던 사모바위 동굴과 15일간의 행적자료가 전시돼 있다. 최정예 무장간첩단이 청와대 담장을 넘기 직전에 실패로 끝난 이 충격적인 사건이 국내외에 불러일으킨 영향도 대단했지만 당시 해병대 근무 중이었던 필자도 10개월의 복무연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세월이 지나 김신조 목사와 만나 몇 차례 안보강연을 들으면서 특수훈련을 받은 무장간첩단이 마지막 단계에서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몇 가지 원인의 밑바탕에는 최정예라도 집단지성이 갖는 단점이 누적돼 깔려 있었음을 알게 됐다.

 집단지성(Group Genius) 또는 집단사고(Group Think)는 다수의 개체가 서로 협력하거나 경쟁을 통해 얻게 된 지적 능력의 결과가 최종적으로 통합된 집단적 능력을 말한다. 다양한 개개인의 생각이 독립성을 가지고 상호 존중되면서 충분한 논쟁을 통해 통합되는 메커니즘을 가질 때 엄청난 힘을 발휘하게 된다. 그러나 참가자들 간의 친밀성·연대성·우월성 등이 높을수록 논쟁을 통해 좋은 결정을 얻기보다는 쉽게 한 방향으로 결정을 모아버리기 쉽다. 이른바 동화현상으로, 잘못된 결정이 나올 가능성도 그만큼 큰 것이다.

 1961년 4월 17일 미국 케네디 정부는 게릴라로 위장한 쿠바 난민을 피그만에 침투시켜 카스트로 공산정권을 전복시키려 했으나 대부분 포로로 잡히거나 사살됐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 외교정책 중 가장 참담한 실패의 하나로 기록된 이 사건을 두고 케네디 대통령은 “내가 그렇게 어리석었던가”라며 가슴을 쳤다고 한다.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외교적 망신으로만 끝나지 않고 결국 쿠바가 소련의 핵미사일을 끌어들이게 됨으로써 이듬해 10월의 ‘쿠바 미사일 위기’를 촉발하게 된 것이다. 그로 인해 13일 동안 전 세계는 초읽기에 들어간 세계대전의 공포에 휩싸이게 됐다. 당시의 정책결정 과정을 두고 지금도 피그만 사건은 집단사고의 함정과 폐해의 대표적 사례로 인용되고 있다. 치열했던 19대 총선이 끝난 뒤 언론의 다양한 분석을 보면 선거전에는 ‘포퓰리즘’ ‘막말파문’ ‘정권심판’ ‘국민상식’ ‘미온적 대응’ 등의 단어가 눈에 띄고, 선거 후에는 ‘예상 밖 결과’ ‘대세반전’ ‘절반의 성공’ ‘국민의 경고’ 등의 소리가 귀에 들어온다. 정치인들은 한결같이 국민의 선택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민생안정과 경제민주화에 매진할 것임을 약속하고 있다. 4년 전 18대 총선에서는 양당의 1순위 공약이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기’ 또는 ‘6%대 경제성장 달성’이었으나 이미 선거 전에 양당의 강령, 정책의 맨 앞자리에는 ‘민생복지’와 ‘경제민주화’가 전진 배치됐다.

 올해 정부예산 325조원 가운데 약 30%(92조원)가 복지예산이지만 공약대로라면 앞으로 5년 동안 추가로 최소 268조원을 투입해 무상교육·의료·보육은 물론 반값 대학등록금, 사병봉급 대폭 인상, 기초생활수급 및 노령연금 대상자와 수령액의 대폭 확대까지 약속하고 있다. 선관위와 정당학회가 공동으로 19대 국회에 바라는 국민의 요청사항을 조사·발표한 바에 따르면 정책분야에는 경제와 일자리(54%), 소득분배와 복지(24%), 교육과 환경(10%)이 가장 중요시되고 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일자리 창출, 학교폭력과 왕따 방지, 비정규직 해결 등이 최우선순위로 나타났고 무상급식·보육·교육(12위)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13위)는 오히려 뒷순위로 밀려났다. 국민은 민생복지와 경제민주화도 세금증대, 재정적자 확대, 국채발행 등의 재원조달에 달렸으므로 결국 개인과 기업의 경제활동이 가장 중요한 것임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또한 갈수록 불확실성이 커지는 경제환경 속에서 수출입 2조 달러 시대를 이뤄 나가야 할 한국경제는 위기대응능력을 극대화하기가 더욱 어려울 것으로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고용 없는 경제성장의 고착화를 해결할 정책과 한정된 재원으로 생산적 복지를 만들 정책을 고민하지 않고 미래를 내다보는 정책토론 대신 과거만 붙들고 늘어진 선거에 실망한 것도 사실이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당선된 최정예 300명의 집단지성이 민생복지와 경제민주화를 위해 어떤 국회보다 열심히 정책결정을 하겠지만 케네디 대통령처럼 ‘내가 그렇게 어리석었던가’라는 후회를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그런 의미에서 안철수 교수가 전남대 강연에서 인용했다는 미국 경제학자 맨커 올슨의 ‘사회가 커질수록 다수의 민의가 선택되지 않고 소수의 조직화된 이익집단의 의사만 반영된다’는 말을 몇 번이고 새겨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신헌철 SK미소금융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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