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뉴스 클립] 뉴스 인 뉴스 <202> 국가 신용등급

서경호 기자
지난해 김정일 사망 같은 메가톤급 사건이 터지면 당장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이 바빠집니다. 국제 신용평가사에 한국의 경제 펀더멘털은 튼튼하고 북한 변수도 잘 관리되고 있다는 점을 열심히 설명해야 하니까요.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매기는 신용등급은 왜 이렇게 중요할까요. 한국의 신용등급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요. 이런 궁금증을 정리했습니다.

무디스, 이달 초엔 한국 전망 ‘안정적’→‘긍정적’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이달 초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긍정적(positive)’으로 올렸다. 2010년 4월 한국의 신용등급을 A2에서 A1으로 올린 지 2년 만의 낭보다. 지난해 이후 무디스가 A등급 이상 국가의 신용등급이나 전망을 올린 것은 보츠와나(2011년 11월)와 한국뿐이다.

 신용등급 전망이 ‘긍정적’이면 통상 신용등급도 1년 정도 후에 한 단계 높아진다. 이번 무디스의 전망 조정은 김정일 사망 이후 신용평가사의 첫 평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북한 변수가 잘 관리되고 있다고 본 것이다. 무디스는 “북한이 김정은 체제로 이행하고 있지만 한·미동맹 등을 바탕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무디스는 한국의 등급 전망을 높인 이유로 ▶재정건전성 ▶대외건전성 ▶은행 부문의 대외 취약성 감소 ▶양호한 경제성장 전망 등을 꼽았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최근의 유로존 재정위기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국가채무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등 재정여건이 매우 양호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니 신용평가사의 주요 잣대인 채무상환 능력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은행 부문도 거시건전성 조치 덕분에 단기 외채가 줄어들어 글로벌 환경 변화에 상대적으로 덜 취약해졌다.

 현재 한국의 무디스 신용등급은 A1. 한 단계 위는 사우디아라비아·중국·일본·대만·칠레·벨기에 등과 같은 Aa3다. 실제로 신용등급이 올라가면 무디스가 이제까지 한국에 부여한 등급으로는 사상 최고가 된다.

 한국의 신용등급 변천사를 보면 아시아 외환위기의 상흔이 뚜렷하다. 3대 신용평가회사 모두 1998년 한국의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대폭 낮췄다. 무디스는 외환위기 직후 Ba1으로 등급을 6단계 하향 조정했다. 그 후 1999년 2월에야 투자적격등급(Baa3)을 회복할 수 있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외환위기 직후 B+로 10단계나 등급을 내린 이후 99년 1월에야 투자적격등급(BBB-)을 줬다. 피치는 외환위기 때 B-로 무려 12단계나 등급을 끌어내렸고 한국은 99년 1월 투자적격등급(BBB-)으로 복귀했다.

 한국은 외환위기에서 빠르게 벗어났고, 든든한 재정을 바탕으로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이 외환위기 이전 신용등급을 회복한 것은 3대 신용평가사 중 무디스뿐이다. S&P와 피치는 외환위기 이전 한국에 AA 등급을 부여했었다.

“무디스는 재정, S&P는 북한, 피치는 금융에 관심”

신용평가사는 도대체 어떤 잣대로 등급을 매기는 것일까.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도 그게 궁금했던 모양이다. 그는 지난해 9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와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 참석한 뒤 무디스와 S&P 고위층과 만났다. 비공식 면담이어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는 정확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정부 당국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박 장관이 신용평가사들에 이런 말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로존 특정 국가보다 한국이 어떤 점이 부족해 신용등급이 낮은 건가.”

 “북한 리스크 때문에 한국 신용등급을 6년째 동결한 것은 문제 아닌가.”

 점수를 매기는 ‘채점자’ 격인 신용평가사에 ‘수험생’인 한국이 너무 세게 얘기한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시 면담에 참석한 재정부 당국자는 “서로 궁금한 것을 허심탄회하게 묻고 답하는 자리였고, 분위기도 좋았다”고 말했다. 사실 전문가들 사이에서 국제신용평가사의 이중 잣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로 신인도가 떨어진 영국이나 프랑스도 최고등급(AAA)을 유지하면서 한국의 신용등급 상향에는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장관이 신용평가사들에 ‘할 말을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신용평가사들은 정확한 ‘채점 기준표’를 공개하지 않는다. 항목별 점수 등 명시적 결정 기준을 밝히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재정부에 따르면 신용평가사들은 ▶거시경제 여건(경제성장률 추이, 잠재성장률 수준, 소비·투자 패턴 등) ▶재정건전성(안정적 세수 기반 및 효율적 세출 구조,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 및 보증채무 비율, 연금재정 건전성 등) ▶대외부문 건전성(외환보유액, 대외채무 구조, 경상수지, 수출 경쟁력, 외국인직접투자 실적 등) ▶금융·기업 부문 경쟁력(금융부문 건전성 및 자원배분 효율성, 기업부문 경쟁력 및 수익성 등) ▶정치·안보 상황(국내 정치의 안정성 및 투명성, 안보 위험 등)을 주요 평가 항목으로 점검한다. 김이태 재정부 국제금융과장은 “일반적으로 무디스는 재정건전성, S&P는 대북 리스크, 피치는 은행부문 건전성에 관심이 높다”고 설명했다.

국가 신용등급 오르면 민간 해외 차입비용도 줄어

국가신용등급은 한 국가의 외채 상환능력을 측정하는 지표다. 그 나라 외화표시 장기국채의 신용등급과 같다. 결국 신용등급은 해당 국가의 상환능력(ability to pay)과 상환의사(willingness to pay)에 대한 판단에 따라 결정된다. 경제성장률, 대외 건전성 등 경제성과뿐 아니라 정치 안정성, 안보 위험 등 정치 이슈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국가신용등급이 올라가면 뭐가 좋을까. 국가신용등급은 기업·금융회사 등 민간의 신용등급 판정의 기준이 된다. 따라서 국가신용등급이 오르면 국가의 대외신인도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 민간의 해외 차입비용도 줄어든다.

 물론 무디스의 신용등급 전망 상향이 등급 자체를 올린 것만큼 시장에 강력한 효과를 주기는 힘들다. 무디스 발표문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가시’도 담겨 있다. 무디스는 급증한 공기업 빚을 정부가 떠안게 될 가능성과 은행의 외채 상환능력 악화나 가계 빚 문제의 위험성도 함께 지적했다. 한국은행 자금순환 통계에 따르면 정부와 공기업 금융부채는 2008년 이후 4년 새 72%나 늘어 802조원에 달한다. 국가채무가 국내총생산(GDP)의 35%로 매우 낮은 수준이지만 공기업 빚을 잘 관리하지 않으면 결국 국가신용등급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무디스는 “빠르게 증가하는 공공부문 빚이 정부의 대차대조표(재정)를 갉아먹는다는 평가가 나오거나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이 상당히(significant) 커지면 신용등급 전망이 안정적이나 부정적(negative)으로 바뀔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용평가사들은 평가 대상 국가의 경제·정치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통상 연 1회 해당 국가를 방문한다. 협의 이후 1~2개월간 자체 분석을 거쳐 신용등급 변경 여부를 결정한다. 물론 해당 국가 상황을 상시 점검하고 있기 때문에 중요 사항이 발생하면 언제든지 신용등급을 변경하기도 한다.

 미국계인 무디스와 S&P, 영국계인 피치가 시장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무디스는 한국신용평가의 최대주주며, 피치는 한국기업평가와 업무 제휴를 하고 있다. 일본계 신용평가사로 JCR(Japan Credit Rating Agency)과 R&I(Rating and Investment Information) 등이 있으나 3대 신용평가기관에 비해 영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신용평가사들 연 1회 방한 … ‘뒷북 평가’ 비판도

신용평가사들에 대한 단골 비판 중 하나는 ‘뒷북 평가’다. 유로존 재정위기가 한참 진행된 뒤에야 유로존 일부 국가의 신용등급을 끌어내렸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했던 리먼브러더스도 투자 등급을 받았었다. 아시아 외환위기와 엔론 사태 등에 대한 경보음을 너무 늦게 울렸다는 비판도 받았다. 2000년대 초 정보기술(IT) 기업 거품이 꺼질 때 신용등급을 과도하게 떨어뜨려 IT업계의 위기를 초래했다는 불평도 들어야 했다. 국제금융시장의 파수꾼 노릇은 제대로 하지 못한 셈이다.

 신용평가사가 기업의 신용등급을 평가하면서 신용평가의 혜택을 받는 투자자가 아니라 자금의 실수요자인 해당 기업(채권 발행회사)에서 평가수수료를 받는 것도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신용평가사들은 인정하지 않지만 수수료 수입을 위해 최고 등급을 남발할 유인이 있다는 점에서 ‘이해 상충’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사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주요 20개국(G20)이나 각국 규제당국이 고심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독자와 함께 만듭니다 뉴스클립은 시사뉴스를 바탕으로 만드는 지식 창고이자 상식 백과사전입니다. 뉴스와 관련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e-메일로 알려주십시오. 뉴스클립으로 만들어 드립니다. newsclip@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