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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커피 장인 호리구치의 ‘맛있는 커피 고르는 법’

일본 커피 장인 호리구치 토시히데가 커피를 맛보고 있다. 그는 “원두의 품질이 좋고 향의 특징이 살아있어야 ‘맛있는 커피’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재배지마다 맛과 향 천차만별 원두 생산이력부터 따져 봐야

1896년, 아관파천으로 러시아에 머물던 고종황제는 씁쓸하고 달콤한 맛의 까만 물을 마시게 된다. 바로 커피다. 그 후, 1920~30년대에 등장한 다방과 1950년대 미군에 의해 들어온 인스턴트커피가 국내 커피 시장을 활성화시켰다. 1987년에 커피 수입이 자율화돼 쟈뎅이나 도토루 같은 해외 브랜드가 들어오기 시작했고, 1999년 스타벅스 1호점이 문을 열면서 본격적인 커피 전성시대가 열린다.



 그런데 과연 ‘맛있는 커피’란 어떤 걸까. 대부분 사람들은 커피를 기호식품으로 생각한다. 취향에 따라 맛을 평가하는 기준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커피의 맛과 향을 논하기 전에 원두의 품질을 언급하는 사람은 많지않다. 일본의 커피 장인 호리구치 토시히데(堀口俊英)는 “주관적인 기호와 품질의 좋고 나쁨은 다른 얘기”라면서 “기본적으로 품질이 낮은 커피는 맛있다고 얘기할 수 없다”고 말한다. 커피의 맛을 판단하려면 향미가 제대로 나는지, 이질적인 향이 섞이지는 않았는지 알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품질이 낮은 커피는 이런 판단을 내리는 게 불가능하다. ‘맛있는 커피’가 될 수 있는 기본 자격조차 얻을 수 없다는 소리다.



 호리구치 선생이 대학에 다닐 무렵인 1970~80년대의 일본은 다방문화의 전성기였다. 1990년대에 들어 다방문화가 쇠퇴하고 브랜드 커피가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그는 ‘커피와 원두를 함께 팔아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 후 그는 좋은 원두를 구하기 위해 브라질이나 하와이, 동티모르 같은 커피 산지를 찾기 시작했다. 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긴 작업은 원두의 생산 이력을 표기하는 일이었다. 그는 “와인과 커피는 굉장히 비슷하다”고 말한다. 둘 다 원재료가 재배되는 지역에 따라 맛과 향의 특징이 크게 달라져서다. 원두도 와인처럼 생산지에 따라 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그가 처음 원두의 생산이력을 표기했을 때, 주변에서는 별다른 호응이 없었다. 하지만 2000년 이후, 커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생산 이력이 표기된 원두에 대한 수요가 늘기 시작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유통되는 커피는 코모디티 커피(commodity coffee), 혹은 커머셜 커피(commercial coffee)다. 이런 커피들은 생산지와 농원, 품종을 알 수 없다. 생산국의 수출 규격에 의해 생산된 것이 대부분이라 여러 산지의 원두가 섞여 있기 때문이다. 향미가 안정적이지 못한 것은 당연하다. 2000년까지는 커피 수입이 쭉 이런 시스템으로 운영 돼 왔다. 하지만 이런 커피만 마셔서는 어떤 게 좋은 향미인지, 나라별 혹은 지역별 향미는 어떻게 다른지 판단할 수 없다.



 그는 맛있는 커피를 찾고 싶은데 방법을 잘 모르겠다면, 우선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스페셜티 커피를 마셔볼 것을 권한다. 스페셜티 커피란 1982년 설립된 SCAA(Specialty Coffee Association of America:미국 스페셜티커피협회)에서 만든 평가기준에서 80점 이상의 점수를 얻은 커피를 말한다. 생두의 품질이 우수하고, 산지의 특성이 명확하며 향미가 뛰어날수록 높은 점수가 매겨진다. 다양한 종류의 스페셜티 커피를 맛보는 과정을 반복하면, 커피 자체의 맛을 구분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다 보면 자연히 좋아하는 맛과 싫어하는 맛의 커피가 생기고, 이 과정에서 맛있는 커피를 찾을 수 있다. 아무런 정보 없이 커피를 맛보는 것은 표지판 없는 정글을 헤매는 것과 같다. 원두의 특징이 살아있는 품질 좋은 커피를 마시는 것, ‘맛있는 커피’를 찾는 첫 번째 방법이다.



◆호리구치 토시히데(堀口俊英)=현재 ㈜커피공방 호리구치(www.kohikobo.co.jp)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으며, 생두·원두 도소매그룹 100여 개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 스페셜티커피협회 이사, 일본커피문화학회 이사, 미국 스페셜티커피협회 커핑 심사관을 맡아 세계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커피장인이다. 최근, 직접 커피 생산지를 돌며 집필한 『커피 교과서』(달)를 출간했다.



Tip 호리구치가 말하는 좋은 원두 고르는 법



- 커피의 기본 정보를 확인하라 : 품질이 좋은 원두일수록 표시되는 정보량이 많다. 생산 연도·지역·생산자(농원주)명·품종이 제대로 표시된 것이 우수한 향미를 지닌 커피일 가능성이 높다.



- 개인의 취향에 맞는 로스팅 정도를 선택하라 : 커피는 로스팅 정도에 따라 향미가 달라진다. 최근에는 로스팅 정도를 기본적으로 표시해 두니, 자신의 취향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두는 게 좋다.



- 맑고 깔끔한 향미를 좇으라 : 좋은 커피에서는 산뜻한 향과 초콜릿 같이 진한 향이 동시에 느껴진다. 결점두(미숙두 혹은 썩거나 부서진 원두)가 섞이지 않은 커피는, 추출하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 향미에 변화가 없고 색이 탁해지지 않는다.



- 로스팅한 날짜를 확인하라 : 가능하면 분쇄하지 않은 상태로 구입해 마실 때마다 갈아서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분쇄된 것을 구입할 때는 로스팅 날짜가 표시된 것으로 소량만 구입하고 가능한 한 빨리 소비하는 게 좋다. 보관 시에는 밀봉 상태로 냉동 보관한다.



<나해진 기자 vatang5@joongang.co.kr/사진=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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