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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가까스로 구조됐다 … 나도 모르게 말이 나왔다 “휴, 살았다 ! ”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가난했지만 열심히 살았다. 주경야독으로 대학까지 마치고 안정된 직장을 구했다. 결혼도 했다. 행복은 10년을 넘기지 못했다. 외환위기 여파로 회사에서 명예퇴직을 당했다. 사업에 뛰어들었다. 동업자의 배신. 경제난이 찾아왔다. 재기하려 몸부림치는데 아내가 결정타를 날렸다. 이혼을 요구했다. 얼마 안 되는 재산마저 친정으로 빼돌린 뒤였다. 찜질방을 전전하며 동업자와 전 부인, 두 사람을 향해 칼을 갈았다.



 흉기를 준비해 차에 싣고 다녔다. 타살·자살을 동시에 생각했다. 둘을 없애고 나도 죽자 했다. 우연히 신문기사를 보았다. ‘이혼한 남편이 전 부인과 장모를 살해하고…’. 외동딸이 생각났다. 비극적으로 생을 마친 부모를 평생 떠올리게 할 수는 없다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나 혼자 사라지자 했다. 고시원 골방에서 소주 20병을 목에 들이부었다. 사흘 뒤 깨어났다. 실패. 얼마 후 필리핀으로 갔다. 취미이던 스쿠버다이빙이나 실컷 하다 죽을 작정이었다. 어느 날 물속 40m 깊이까지 내려가 공기통을 벗어 던졌다. 바닷물을 괴롭게 삼키며 저승을 기웃거릴 무렵 20m 위에서 헤엄치던 영국·독일인 다이버가 발견해 가까스로 물 위로 끌어올려졌다.



 13일 서울 강남구의 서울시 자살예방센터에서 김황식 총리가 주재한 ‘자살예방 현장간담회’가 열렸다. A씨(45)는 “7년 전 아픈 상처가 떠올라 회의에 참석할지 망설였다”며 전문가들 앞에서 담담하게 과거를 털어놓았다. 그는 두 차례 위기를 딛고 일어나 한 사회복지시설 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대학에 편입해 사회복지사 자격도 땄다. 노숙인 등 “살기 싫다”는 이들에게 체험담을 전하며 용기를 북돋워준다. 하루 평균 자살사망자 42.6명.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부동의 1위인 한국의 자살률은 외국 학계에서도 관심의 대상이다. 재작년 사망자가 1만5566명이니 매년 끔찍한 전쟁이 터지는 셈이다. 김 총리 말대로 자살은 “개인 차원이 아니라 심각한 사회 문제이고, 시급한 국가적 과제”다. 간담회 다음 날인 14일에도 김해시 봉하마을 부엉이바위에서 70대 할머니가, 인천 아파트에서 프로축구 선수가 투신해 숨졌다. 장소·신분이 주목을 끌어서 그렇지 보도되지 않은 당일 자살이 40건 더 있을 것이다. 참혹하다.



 자살을 시도한 사람의 75.3%는 1개 이상의 정신장애를 갖고 있다. 반드시 주변 누군가에게 신호를 보내기 마련이다. 살려달라는 신호다. 특히 고인을 애도하더라도 자살 행위 자체를 동정하거나 미화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든 최진실씨든 마찬가지다. A씨는 외국인 다이버들의 응급조치로 의식을 되찾자마자 자기도 모르게 한국어로 “휴, 살았다!”고 말했다. “결국 나는 죽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것”이라고 고백했다.



노재현 논설위원·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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