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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리 기자의 ‘캐릭터 속으로’] OCN ‘히어로’ 양동근

양동근
그런 사극들이 있다. 지적인 노비, 왠지 모를 아우라를 가진 기생이 주인공인. 우수에 찬 눈빛으로 다른 ‘천한 것들’과 어울리지 않는 그들은 드라마 중반에 이르러서야 원래 양반이었던 걸로 드러나곤 한다. 이 출생의 비밀이 너무 흔해진 걸까. 시청자들이 먼저 알아채기도 한다. ‘쟤, 원래 양반 아냐?’ 하고.



껄렁껄렁함 속에 숨겨둔 분노 … 정의의 사도, 너라면 가능해

 현대극에서도 이런 설정은 되풀이된다. ‘영광의 재인’의 재인, ‘옥탑방 왕세자’의 박하 모두 그랬다. 현재는 비천하지만 알고 보면 엄청난 집안의 딸이다. 고품격 아우라가 모두 ‘타고난 것’이라니, 이 얼마나 허무한가. 고난 후에는 ‘타고난 것’의 품으로 돌아가는 해피 엔딩이 기다리고 있다. ‘타고남’은 고난을 겪고 성장한 영웅이 돌아가야 할 곳이지 깨야 할 것은 아니었다. 언제나.



 그런데 이 드라마, 그 반대 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2020년경 파산한 대한민국, 무영시(가상의 도시)를 배경으로 한 ‘히어로’(OCN·일 밤11시). 이곳의 갑부이자 시장의 아들인 흑철(양동근)은 타고난 한량이다. 어느 날 사고를 당해 신약으로 치료받은 후 신비한 능력이 생긴다. 총 맞아도 죽지 않고, 칼에 찔려도 멀쩡하다.



 이렇게 ‘슈퍼 히어로’로 탄생한 순간, 그의 눈이 뜨이고야 말았다. 빈민의 고달픔과 억울함이 보이기 시작한 것. 이제 그는 자기의 ‘타고남’을 버리기로 한다. 부패한 권력을 공격했고, 그 과녁은 바로 아버지였다. 드라마는 흥미진진해지기 시작했다. 과연 아들은 아버지를 배신할 수 있을까. 아니, 누구라도 탐낼 ‘타고남’을 그는 버릴 수 있을까.



 어딜 봐도 양반 같아 보이지 않는. 껄렁껄렁하지만 밉지 않은 흑철은 양동근의 맞춤옷 같은 캐릭터다. 아버지를 배신해도 배신이라 느껴지지 않을 만한 어떤 선함, 양동근에겐 그게 있다. 이 위험한 배신자의 역할에 그가 캐스팅된 이유다.



 ‘히어로’는 사회적인 메시지를 던지겠다고 단단히 작정한 모양이다. ‘도가니’ 사건을 녹여내는 한편,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부패와 부조리를 세밀하게 그려낸다. 그러나 그보다 자신을 보호해 온 안락한 껍질을 깨려는 흑철의 성장을 지켜보는 재미가 더 크다.



 “왜 상관이 없어. 내 눈 앞에서 사람이 죽었어. 그런데 난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라고 분노할 줄 아는 것, 그게 정당하다면 자기의 ‘타고남’도 배신할 수 있는 것. 그게 인간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자 의무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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