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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 회장 … 난 장기투자자 … 인사이트 펀드 변명 않겠다



인사이트 펀드가 나온 뒤 5년이 흘렀다. 이 펀드는 창업 후 10년간 성공 가도를 달리던 미래에셋과 박현주(54) 회장, 또 그들을 믿었던 투자자들을 한꺼번에 곤경에 빠뜨렸다. 고수익과 분산투자를 내세웠지만 몇 달 새 수익률이 -60%로 곤두박질했고, 지금까지 원금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그간 박 회장은 인사이트에 대해 직접 언급을 피했다. 그런 박 회장이 처음으로 실수를 인정하고 아쉬움을 털어놨다. 최근 서울 수하동 센터원 미래에셋 사옥에서 그를 만났다. “불운과 실수가 겹쳤다. 변명은 하지 않겠다. 시간이 필요한 일이 있다. 인사이트 펀드가 그렇다.”

박현주 회장 “미래에셋증권, 자식에게 안 물려줄 것”



 ‘불운’은 2008년 터진 리먼브러더스 사태를, ‘실수’는 중국 주식에 결과적으로 ‘올인’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그는 “처음 목표대로 인사이트를 안정된 글로벌 펀드로 만들어 꼭 수익을 회복시키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또 “자녀에게 증권사를 물려주지 않겠다”고 했다. ‘한국형 골드먼삭스’를 만들려면 물려주기는커녕 자본을 더 끌어들여야 하기 때문이란다. 그는 “미래에셋은 더 이상 변동성 높고 위험 자산에만 투자하는 회사가 아니다”며 부동산 투자나 인수합병에 관심을 보였다. 미래에셋은 최근 중국과 브라질 등의 오피스 빌딩과 해외 자산운용사를 사들이고 세계적 골프용품 회사 타이틀리스트도 인수했다. 박 회장은 “한때 (투자금이 몰려) 미래에셋이 곧 시장이었다”며 “시장이 부서질까 공격적으로 운용하지 않았고, 그 바람에 펀드 수익률을 높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자산이 많이 줄어 적정 수준에 도달했다”며 “올해는 주식에서도 꼭 잘 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인사이트 펀드는 누적 수익률이 마이너스다.



 “변명은 안하겠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좀 억울하다. 인사이트에 대해선 오해가 많다. 당시 중국 펀드에 돈이 너무 몰렸다. 매일 1000억원씩 들어왔다. ‘이러다가 사고 나겠다’ 싶었다. 아무리 분산을 얘기해도 투자자들은 듣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가 대신 글로벌 분산투자를 해주기로 했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다양한 업종과 주식·부동산·채권을 아우르는 투자, 그래서 만든 게 인사이트다(※인사이트는 사전에 투자처나 업종 등을 밝히지 않고 돈을 모은 이른바 ‘깜깜이 펀드’다).”



 -그런데 왜 못했나.



 “펀드를 만들고 곧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졌다. ‘살아남을 곳은 중국밖에 없겠다’ 싶었다. 마침 중국 주식 값이 내렸다. 기회다, 생각했다. 바로 그게 잘못이었다. 중국 주가는 더 떨어졌다. ‘몰빵했다’는 오명까지 썼다.”



 -지금은 어떤가.



 “최근엔 애플 등 선진국 성장주를 많이 편입했다. 3개월 수익률은 12%로 나쁘지 않다. 지금 인사이트에 가입하는 것도 좋은 투자법이 될 수 있다. 미래에셋에 대한 비난엔 꼭 인사이트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 시간이 흘러 결과가 좋아지면 잊혀질 것이다. 인사이트를 기필코 좋게 만들 것이다.” 



 -디스커버리 등 다른 국내 주식펀드 수익률도 좋지 않았다.



 “투자금이 몰리면서 미래에셋이 곧 시장일 정도로 굴리는 돈이 많았다. 우리가 움직이면 시장이 흔들렸다. 오직 펀드 수익률만 끌어올리려 했다면 방법이 없진 않았다. 하지만 시장이 부서질까 그만뒀다. 운용업은 수익률보다 신뢰다. 미국 운용사의 대명사인 피델리티가 꼭 수익률이 1등인 것은 아니다. 그래도 미국인들은 여기에 돈을 넣는다. 믿음 때문이다.”



-미래에셋에 대한 투자자들의 믿음은 주식형 펀드에서 나왔던 것 아닌가.



 “지금 우리의 주식형 펀드 점유율이 20%쯤으로 줄었다. 딱 좋은 규모다. 올해부터는 주식형 펀드도 잘할 수 있다. 미래에셋의 대중적인 이미지는 주식이지만 지금 미래가 1위를 하고 있는 건 채권·부동산 펀드 규모다.” 



 -업계의 오랜 숙원이 한국판 골드먼삭스의 등장이다. 안 하는 건가, 못하는 건가.



 “투자은행업은 운용업과는 달라서 자기자본 규모로 승부한다. 최소 20조원이 필요하다. 그 정도 자본이 있어야 과감하게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다. 한국 사람은 워낙 머리가 좋아 상품 구조 같은 건 얼마든 짤 수 있다. 네트워크도 쌓으면 된다. 문제는 자본력이다. 그래서 증권사는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으려 한다. 개인이 갖고 있으면 대규모 자본 조달이 안 되고, 성장을 못한다. 박현주는 엄청난 자본을 끌어올 수 있는 사람은 아니지 않나. 나는 창업한 걸로 만족하면 된다.”



 박 회장은 대화 내내 ‘스테이블(stable, 안정적인)’이란 말을 썼다. 한때 공격적인 주식 운용의 대명사로 통했던 그지만 이제 그런 이미지와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려는 듯했다. 그는 “주식이 전부가 아니다”며 “고령화 시대에 맞게 은퇴 후 사용할 자산을 투자하기에 적합한 상품을 공급하는 것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일이라고 여긴다”고 말했다.



 -주식이 전부가 아니라면, 대안은 뭔가.



 “나는 남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장기투자자다. 지금 한국 사회는 빠르게 고령화하고 있다. 변동성 높은 주식으로 고령화 시대에 대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자산운용 시장을 통해 우리 사회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것이 지금 최대 관심사다. 정치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사회에 책임은 느끼고 산다. 부동산·유전과 같은 실물, 상장지수 펀드(ETF) 등 안정적인 투자 대상을 다양하게 공급하고자 한다. 언론이 펀드를 평가할 때도 주식형 펀드뿐 아니라 채권, 대안투자 등 고루 평가해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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