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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데이터의 벌판에서 전략사업 금맥 캔다

미국의 대형 수퍼마켓 체인 유나이티드마켓에 2009년 하반기 비상이 걸렸다. 꾸준히 매출을 올리던 샐러드 드레싱의 판매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최고 인기였던 라즈베리 드레싱을 비롯해 드레싱류 판매가 모두 줄고 있었다. 몇 달 전 개당 2.99달러로 제품 구성을 마무리한 터라 갑작스러운 부진에 당황스러웠다.

딜로이트와 함께하는 Big Data 경영 ①

시장조사를 해 보니 원인은 경쟁사의 신제품 출시와 대규모 마케팅에 시장을 잠식당한 것이었다. 마케팅보다는 가격 인하로 대응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지만 문제는 인하 폭이었다. 손해 보지 않는 범위 내에서 매출을 다시 끌어올린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갑론을박 끝에 과거의 판매 및 가격 데이터를 기반으로 적정 가격을 찾기로 했다. 다년간 축적한 판매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품 구매의 가격민감도를 측정한 결과 인기 품목인 라즈베리 드레싱의 민감도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 비슷한 상품 간 연관성을 분석해 보니 샐러드 드레싱 전 제품의 구매가 라즈베리 드레싱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즉 수퍼에 샐러드 드레싱을 사러 온 고객들은 일단 라즈베리 드레싱을 집어 든 뒤 다른 제품을 몇 개 더 얹어 사는 구매 패턴을 보였다.

이런 최적화 분석을 거쳐 최종 가격이 결정됐다. 중심 제품인 라즈베리 드레싱의 값을 2.79달러로 20센트 내리는 대신 다른 드레싱 제품 가격을 3.10달러로 11센트 올리기로 했다. 가격민감도가 높은 라즈베리 드레싱 값을 내려 고객을 유인한 뒤 연관성 높은 다른 제품들 값을 올려 받아 수익성을 유지하는 전략이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불과 한 달 만에 수익성을 유지하면서 샐러드 드레싱의 기존 매출은 회복했다.  

애널리틱스의 확산
바야흐로 ‘빅 데이터(Big data) 경영’의 시대다. 디지털 정보시대를 맞아 온라인을 통해 축적된 정보량은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하고 있다. 무질서하게 아무 데나 흩어져 있는 막대한 정보를 활용해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 빅 데이터 경영이다. 특히 기업 관련 데이터에는 과거 의사결정의 흐름과 결과, 성공·실패의 단서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 미래를 위한 나침반 역할을 한다. 앞서 사례처럼 최적의 가격을 찾아내기 위해 데이터를 주물러 수학·통계학적 알고리즘(컴퓨터 처리 과정)을 만들어 내는 일이 각광받고 있다. 이른바 ‘애널리틱스(Analytics)’라는 기법이다.

애널리틱스는 종전 데이터 분석과 어떻게 다를까. 자동차 편의장비의 발전을 통해 설명해 보자. 길거리에 자동차가 많지 않아 앞만 보고 달리면 됐던 초창기에는 차 안에 편의장비가 별것 없었다. 그러다 차량이 늘면서 운전자가 보기 힘든 곳을 비춰 주는 미러 장치를 필두로 운행 상황을 지표화하고 결과를 집계해 주는 속도계·거리계가 부착됐다. 하지만 ‘지금 교통 상황이면 목적지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와 같은 구체적 의사결정을 이 정도로 지원하진 못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내비게이션이다. 애널리틱스는 자동차 내비게이션과 같다. 속도나 거리 등 자동차 운송 데이터 기반의 지표를 만들어 내는 것이 종래 데이터 분석의 주영역이었다면, 애널리틱스는 안팎의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해 특정 경영 이슈에 최선의 대응을 하도록 도와준다.
 
빅 데이터의 값어치
애플의 아이폰 등장 이후 각종 스마트폰이 쏟아져 나오던 2010년, 무선통신 시장은 혼돈 그 자체였다. 개별 기업 입장에서는 새로운 시장에서 살아남고 경쟁력 있는 브랜드 파워를 얻기 위해 마케팅 경쟁을 치열하게 벌였다. 미국 6위 무선통신사인 US셀룰러(US Cellular)도 버라이즌·AT&T 등 정상권 업체들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하지만 다급한 마음에 앞뒤 가리지 않다 보니 마케팅 비용이 어느새 급증했다. 마케팅 주무부서에서는 “덕분에 브랜드 가치가 크게 높아졌다”고 자화자찬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얼마나 성과를 냈는지 설득력 있는 설명이 부족했다. 각 부서의 마케팅 활동을 전사적 관점에서 통제 조율하는 기능이 서툴렀고 투자수익률 평가 방법도 제각각이었다. 이래서는 한 해 5억 달러를 훌쩍 넘어선 마케팅 재원이 효과적으로 쓰였는지 알기 힘들었다.

난상토론 끝에 참석자들은 데이터 기반의 분석을 통해 단일 기준을 마련하는 데 의견 일치를 봤다. 자사의 상품 구성과 마케팅 채널, 마케팅 투자실적에 관한 각종 데이터가 한곳으로 집중됐다. 마케팅 투자에 대한 고객 반응을 외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취합하는 등 총 4500개가 넘는 정보 접점에서 분석용 데이터베이스(DB)를 조성했다. 회사 안팎의 전문가로 팀을 구성해 마케팅 투자가 영업실적 향상에 기여한 정도를 수학·통계적 방법으로 분석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마케팅 믹스(mix)’ 모델이다. 이는 마케팅 투자 분석의 새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된다. 다양한 광고 채널과 실적 사이의 연관성을 찾아냈을 뿐 아니라 고객이 어떤 경로를 거쳐 구매에 이르렀는지 보여 줬다. 같은 마케팅비를 들여 최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최적의 채널 조합을 제시했다. 이를테면 ‘TV 광고는 매출에 직접 연결되기보다 회사가 원하는 다른 채널로 고객을 연결시키는 후광(後光) 효과를 제공한다. 판매와 직결되는 건 오히려 인터넷 검색광고다’는 식이다. 회사는 이런 ‘빅 데이터’ 분석을 통해 단위매출당 광고비를 절반으로 줄였다.

무던한 셰르파 같은 존재
요즘에는 인공위성 정보를 통해 도로별 교통상황을 실시간으로 알려 주는 내비게이션이 보편화하고 있다. 여기에 SNS를 통해 운전자들을 연결해 최적의 행로를 제시해 주는 시스템을 만들면 어떨까. 이런 것이 바로 ‘빅 데이터’가 결합된 애널리틱스의 모습이다. 애널리틱스의 쓸모를 극대화하려면 양질의 데이터를 많이 보유하거나 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문제 해결의 대상이 많아지고 그 모형도 정확하게 된다.

기업들이 빅 데이터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게 된 것은 비교적 근자의 일이다. 제조업체들은 기계장비의 센서 데이터를 분석해 생산라인의 비효율성을 개선하기 시작했다. 소매업체들은 모바일과 SNS 데이터로 고객을 좀 더 상세히 이해하게 됐다. 전자태그(RFID)를 이용한 매장 분석이나 폐쇄회로TV(CCTV) 데이터 등을 통한 최적 교통 인프라 도출 역시 빅 데이터의 활용 영역이다. 빅 데이터와 애널리틱스를 결합해 성공하는 사례가 늘면서 기업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빅 데이터 애널리틱스는 단숨에 날개를 달아 주는 마법의 지팡이는 아니다. 산 정상으로 향하는 팍팍하고 힘든 여정을 등반가와 함께하며 조금씩 전진하는 셰르파 같은 존재다. 훌륭한 등반가는 뛰어난 셰르파의 가치를 알아보고 그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게 마련이다.




이성욱 딜로이트컨설팅 데이터 애널리틱스 리더, KAIST 경영공학 박사. 공저로 『기업의 미래를 바꾸는 모바일빅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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