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결혼이란…30대 남자들의 수다

결혼을 앞둔 박서종씨, 결혼하고 싶은 고인호씨, 지난해 결혼한 이동욱 씨(왼쪽부터)가 작가 남인숙씨와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있다.


30대 초반의 남자들이 모이면 무슨 얘기를 할까. 직장 상사 험담? 주식 투자? 늘어난 뱃살? 아니다.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주제가 하나 있으니, 바로 ‘결혼’이다. 남자들이 결혼을 결심하게 될 때와 외면하고 싶을 때는 언제일까. 여기, 막결혼한 남자와 곧 결혼할 남자, 결혼하고 싶은 남자가 모였다. 남성 심리 파악의 달인, 『어쨌거나 남자는 필요하다』의 저자 남인숙(39)씨가 대화를 이끌었다.

# 내가 원하는 결혼은 바로 이런 것

남인숙(이하 남) : 먼저 내가 하고 싶은 결혼에 대해 얘기해보죠. 사실, 세계적으로 점점 결혼을 하지 않는 추세에요. 유럽에는 평생 결혼하지 않고 자유롭게 동거하면서 아이까지 낳고 사는 사람도 많아요. 우리나라는 미국 문화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결혼이라는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거죠.

고인호(이하 고): 제 꿈은 외국에서 단 둘이 결혼식을 올리는 거예요. 그게 힘들다면 최대한 소규모로 진행하고 싶어요. 그냥 지인들 찾아 뵙고 식사 대접하면서 인사 드리는 정도로요. 친한 친구들끼리는 간단하게 축하 파티를 하면 좋겠네요.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은 결혼식은 별로인 거 같아요. 그런데 아무래도 부모님이 마음에 걸려요. 그 산을 넘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이동욱(이하 이): 그 산, 넘기 어려워요(웃음). 제가 경험해봐서 알아요. 전 축의금 없는 결혼식을 하고 싶었어요. 온전히 축하 받고, 축하해줘서 고맙다는 마음으로 식사 대접 하고요. 그런데 양가 부모님 모두 반대하셨어요. 만약 제 자식들이 축의금 없는 결혼식이 좋다고 하면 그렇게 해줄 겁니다. 형식에 맞춰 끌려가면 신랑·신부는 서로 축하해 줄 틈이 없어요.

남: 어쩜 15년 전에 제가 결혼할 때랑 지금이랑 달리진 게 거의 없는지 몰라요. 좀 새로운 결혼식 없을까요.

박서종(이하 박): 전 결혼식이 하나의 축제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신랑?신부뿐만 아니라 가족과 하객들 모두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조용한 식장 하나 빌려서 맛있는 음식 차려 놓고, 친한 사람들만 불러도 충분할 거 같은데 왜 그렇게 크게 하려는지 모르겠어요. 나중에 축의금 봉투 정리하면서 누구누구 왔는지 체크한다면서요. 청첩장 준다면서 몇 년 만에 단체 문자 보내는 친구들이 썩 반갑지만은 않아요. 청구서 나온 기분이랄까.

이: 한동안 계좌번호가 찍혀 있는 청첩장도 유행했었잖아요.

# 결혼, 그리고 돈·돈·돈

남: 결혼과 돈,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죠. 남성분들이 생각하는 결혼 준비비용의 적정선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요.

이: 맨 처음 결혼이라는 걸 생각했을 때는 비용에 대한 개념이 없었어요. 1000만~1500만원이면 충분할 거라고 생각했죠. 집이랑 예식장 비용은 빼고요. 실제로 해보니 굉장히 부족하더라고요. 그런데 남자 나이 30?31세면 직장생활 시작한 지 겨우 3~4년 차에요. 돈을 모아봤자 얼마나 모았겠어요.

고: 저는 솔직히 결혼 예산 짜는 게 두려워요. 얼마 전에 형이 결혼을 해서 어느 정도 감은 있거든요. 형식에 맞춰 준비하다 보면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더라고요. 형은 양가 합의 하에 예단·예물을 안 했어요. 저도 서로 마음만 맞으면 꼭 필요한 것만 하고 싶어요.

박: 전 일단 집이 고민이에요. 남자가 집을 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여자들이 많잖아요.

남: 여자들이 그런 생각을 하는 건 보상심리 때문일 수도 있어요. 시대가 바뀌었다지만 여전히 결혼 후에 더 고생하는 건 여자거든요. 기본적으로 집안일과 양육에 대한 부담이 남자보다 크잖아요. 친정보다 시댁에 대한 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고요.

박: 집은 그냥 같이 사면 안 되나요?(웃음). 제가 아는 분은 정확히 반씩 부담해서 공동명의로 샀어요. 혼수도 반반씩 했고요. 처음에는 여자 쪽 부모님이 싫어하셨는데, 지금은 아무 문제없이 잘 살고 있어요. 제 주변엔 ‘집살 돈을 모으기 전에는 결혼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친구들도 많다니까요.

남: 남자들 중에 돈 때문에 결혼을 미루고 싶어하는 사람이 꽤 있죠. 하지만 이건 알아두셔야 되요. 지금은 2000만~3000만원 가지고도 결혼할 수 있지만 3~4년 후에는 상대가 기대하는 비용이 더 커진다는 점이요. 매도 빨리 맞는 게 낫다고, 어쩌면 빨리 하는 게 더 유리할 수도 있어요.

# 그래도 결혼은 필요하다

남: 그런데 참 이상하죠. 돈은 돈대로 들어가고, 부모님과 여자 친구 눈치까지 봐야 해서 힘들 게 뻔한데, 왜 결혼을 하려고 할까요?

고: 평범한 얘기겠지만, 그냥 일상을 함께 한다는 게 굉장히 기대 되요. 아침에 같은 공간에서 출근 준비를 하고, 저녁에 퇴근해서 같은 집에 들어가고, 밥도 같이 먹고. 각자 하던 걸 함께한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져요.

이: 지금은 그게 환상이겠지만 결혼하면 바로 현실이 됩니다(웃음). 결혼 과정이 힘든 만큼 배우는 것도 많아요. 저는 결혼 준비를 하면서 부모님을 좀 더 깊이 이해하게 됐어요. ‘부모님 세대는 이렇게 살아왔으니, 두 분은 지금까지 이런 마음으로 나를 키우셨겠구나’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거든요. 앞으로 더 잘해드려야겠다고 결심했죠. 아내와도 사이가 더 좋아졌어요. 힘든 상황을 함께 겪으면서 서로에 대한 믿음이 더 커졌거든요.

남: 아마 기혼자에게 결혼해서 안 좋은 점을 물으면 1000가지라도 말할 거예요. 하지만 남편이기 때문에 아내이기 때문에 가능한, 안정적이고 편안한 관계는 아무도 대신해 줄 수 없어요. 기혼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죠.

<나해진 기자 vatang5@joongang.co.kr/사진=황정옥 기자
/촬영협조=앤드류&레슬리>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