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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 금리’ 0.3%가 어디야

서울 성북동에 사는 박모(60)씨. 25억원의 금융 자산 중 15억원을 은행 정기예금에, 10억원은 은행에서 발행한 주가지수연동예금(ELD)에 넣어두고 있다. 정기예금 이자는 4%대 중반, ELD 상품에선 지난해 6~8% 정도의 수익을 올렸다. 박씨는 만족하고 있다. 그의 투자 철칙은 첫째도 둘째도 원금 보장이기 때문. “나이 들어서 매일 주가 챙기며 조바심 낼 일 있습니까. 원금 보장되면서 이 정도 수익이면 되지.” 펀드 비중을 늘리자고 권하는 담당 PB(프라이빗 뱅커)에게 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과천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김모(63)씨. 50억원 남짓한 금융 자산 중 10억원은 은행 정기예금에 묻어둔다. 나머지 자산도 연금보험 등 안정적인 상품에 넣어뒀다. “병원에서 지금도 현금이 나옵니다. 시장도 불안한데 무리해서 수익을 낼 필요는 없잖아요.” 그는 “잘 찾아보면 은행에도 상대적인 고금리 상품이 얼마든지 있다. 발품을 팔면 0.3%포인트 정도는 우대 금리로 챙길 수 있다”고 말한다.


 저금리 시대. 재테크의 큰 목표를 세운 투자자라면 은행 통장을 천덕꾸러기 취급할 수 있다. “요즘 누가 은행 예·적금을 드나. 이자가 물가 상승률도 못 따라간다”는 핀잔을 날릴지도 모른다. 그래도 누군가는 은행에 간다. 그곳에는 원금 보장의 약속이 있다. 진흙 속 진주처럼 알려지지 않은 ‘쏠쏠한 금리’ 상품들도 찾아낼 수 있다.

 지난해 시중은행의 저축성 예금 평균 잔액은 1668조6355억원. 2010년(1534조여원)보다 8.8% 늘었다. 지난해 펀드 시장에서 41조5000억원이 빠져나간 것과 대조적이다. 정기예금은 더 크게 늘었다. 정기예금 평균 잔액은 1104조4415억원. 1년 사이 12.6%나 증가했다. 정기예금 연평균 잔액이 1000조원을 돌파한 것은 국내 처음이다.

 은행 예금 잔액은 주식 등 자산시장 움직임과 반대로 가는 경향이 있다. 시장이 불안정해질 때마다 안전한 은행으로 돈이 쏠리는 것이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졌던 2008년 상반기(13%)와 유럽발 재정위기가 부각됐던 2011년 상반기(7.6%)에 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직전 반기 대비 크게 늘었다.

 저금리 시대일수록 예금자는 금리에 민감해진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저금리 상황에선 금리격차가 0.3% 포인트 정도 나면 예금 고객들이 더 높은 금리를 좇아 거래 은행을 바꾸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이 다른 혜택보다 금리를 강조하는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는 이유다. KB국민은행 WM사업부 이정걸 팀장은 “같은 0.5%포인트 차이라도 연평균 금리가 10%일 때와 5%일 때는 체감도가 하늘과 땅 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은행들이 금리에 민감한 예금자들을 겨냥해 우대 금리를 주는 상품을 다양하게 출시하고 있다”며 “금융 소비자들로선 내게 맞는 상품을 골라 가입할 수 있는 즐거움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은퇴 인구가 늘어나는 것도 은행의 금융 상품이 경쟁력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일정한 소득 없이 기존의 자산을 바탕으로 생활해야 하는 은퇴 인구에게는 자산을 불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자산을 지키는 일이다.

신한 PWM 서울파이낸스센터 이관석 팀장은 “부동산도 주가도 불안한 상태다 보니 보수적인 성향의 자산가들은 은행을 택한다”며 “수익은 욕심나지만 절대 원금은 깨지면 안 된다는 이들이 주가연계증권(ELS) 대신 ELD에 가입하는 식”이라고 전했다.

 언제 쓸지 모르는 목돈을 잠깐 굴리는 데도 은행이 유용하다. 우리은행 박승안 PB는 “시장에 대한 전망이 불확실해서 1~3개월 단위로 돈을 굴리겠다는 고객도 많다”며 “이런 고객들 사이에서 고금리를 주는 수시 입출금 통장이나 3개월 단위의 회전예금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소개했다.

 다만 실제 혜택은 그리 크지 않으면서도 아주 특수한 경우만 부풀려 내세우는 ‘현혹형 상품’도 적지 않다. 은행들이 제시하는 ‘최고 금리’만 들여다볼 것이 아니라 ‘어떤 조건에서, 실제 얼마나’ 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인지 꼼꼼히 따져보는 지혜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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