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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서 단 한 곳, 30년 버틴 분만실도 문 닫아

9일 영광종합병원 산부인과 진료실 문에 휴진 안내문이 붙어 있다. [영광=오종찬 프리랜서]

전남 영광군 백수읍 백암리는 영광읍에서 버스로 30분 이상 떨어져 있다. 이 동네 캄보디아 새댁 치소팟(24)은 25일 첫애 출산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영광읍내 영광종합병원을 다녔다. 그런데 6일 이 병원 산부인과가 분만실을 닫는 바람에 광주로 ‘원정진료(출산)’를 가야 했다. 영광읍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광주광역시 광산구 송정리역까지 가서 택시를 타고 서구 치평동의 산부인과로 갔다. 종전보다 한 시간 이상 더 걸렸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만삭의 몸으로 버스를 두 번 타고 택시를 타는 일이 쉽지 않았다. 치소팟의 남편 김찬일(49)씨는 “영광종합병원이 분만실을 닫는 바람에 광주 병원에 분만 일주일 전에 미리 입원해야 한다”며 “애를 세 명 정도 가질 예정인데, 앞으로 이런 불편을 겪을 걸 생각하니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인구 5만6786명(3월 기준)의 영광군에는 산부인과가 네 곳 있지만 애를 받는 데는 영광종합병원이 유일하다. 5~6년 전부터 그랬다.

6일 이 병원 산부인과 전문의가 그만두면서 분만실을 잠정 폐쇄했다. 1983년 개원 이래 처음이다. 이 병원 오승균(55) 원장은 “1월에 분만 의사 채용공고를 내고 백방으로 뛰었지만 문의조차 없다”며 “2010년에는 간신히 폐쇄 위기를 넘겼지만 이번에는 문 닫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의료사고 위험이 높고 24시간 매여 있어야 하는 등 분만 의사의 일반적인 애로에다 시골이라는 지역적 한계가 더해져 의사들이 찾지 않는 것이다. 정부는 보육료 ·육아휴직 지원 등 출산장려에 2006~2015년 60조원을 지원한다. 출산율이 떨어지고(2011년 1.24명) 있는 데 대한 대책이기도 하다. 지난해 7조2000억원, 올해 7조6000억원을 풀었다. 하지만 산부인과를 갖춘 읍내 병원 등 지원 타깃이 정밀하지 못한 탓에 30년 된 시골 분만실 폐쇄를 막지 못했다.

 영광종합병원은 한때 연간 300명 이상을 분만했으나 지난해 120명으로 줄었다. 지난해 영광군 신생아(481명)의 25% 정도를 담당했다. 전남 장성·함평군, 전북 고창군 일부 지역에서도 환자가 찾는다. 오 원장은 “돈(수지타산)과 관계없이 분만실을 운영해 왔다. 하지만 의지만으로 안 된다”며 “분만실 장비와 병실, 인력이 아깝다”고 말했다.

 9일 오전 영광종합병원 1층 접수 창구에는 ‘산부인과 휴진 안내문’이 붙어 있다. 1층 산부인과 진료실이나 2층 분만실은 불이 꺼진 채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불 꺼진 진료실을 함은희 간호사가 지키고 있다. 그는 “진료를 안 하는데 불을 켜기가 어색해서”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6월 현재 영광군처럼 분만하는 산부인과가 없는 시·군·구가 54곳이다. 정부는 지난해 분만 취약지 여건 개선사업을 시작했지만 예산이 42억원에 불과해 충북 영동군 등 7곳만 연간 2억~12억50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영광군은 여기에 들지 못해 지원을 받지 못했다.

캄보디아 새댁 치소팟, 산부인과 가려면

종전엔 30분 걸려

영광군 백수면 → 영광읍 영광종합병원(버스로 30분)

6일 이후엔 1시간30분 ~ 1시간50분

백수면 → 영광읍(버스 30분) → 광주광역시 광산구 송정리역(버스 45분~1시간) → 광주 서구 치평동 산부인과(택시로 15~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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