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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에도 미래를 … 재능 기부 쏟아진다

위기 청소년들이 대전소년원 생활관에서 TV를 보고 있다. 이들의 재활을 위해 중앙일보·소년보호협회가 공동으로 재능 기부에 나섰다. [김성룡 기자]

이영순(47) 한국네일미용사회 회장이 네일아트를 처음 접한 건 미국 유학 길에 오른 1989년이었다. 당시만 해도 네일아트는 한국에서 ‘생소한’ 기술이었다. 그는 학비를 벌기 위해 네일아트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러다 매력에 빠져 공부를 접고 직업으로 삼게 됐다. 그는 “객지에서 지내다 보니 여기저기서 한국사람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언젠가 고국에 돌아가면 미국에서 배운 네일아트 기술을 가르쳐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97년. 이 회장은 네일아트숍부터 차리고 일에 매달렸다. 10년이 지나 네일미용사협회 회장에 올랐다. 나눔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2010년부터 정심여자정보산업학교(안양소년원)에서 취업 교육을 한 것이다. 소년원 교사 김경희(36)씨는 “네일아트를 하려면 작은 손톱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산만하던 학생들이 집중해서 배운다”며 “전문가가 취업 교육을 해 줘 학생들의 호응이 좋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범죄의 유혹에 빠질 수 있는 위기 청소년을 돕는 게 중요하다는 중앙일보와 소년보호협회 취지에 공감한다”며 “자격증 교육은 물론 취업까지 할 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소년범, 사회가 품자’ 시리즈 기사가 보도된 후 각계각층의 후원이 줄을 잇고 있다. 소년보호협회에 따르면 9일까지 학계·재계·문화계·종교계 인사 300여 명이 위기 청소년(가정·학교 같은 안전망에서 벗어났거나 벗어날 상황에 처한 청소년)을 돕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중견기업 임원 출신 황명수(61)씨는 ‘기사를 감동 깊게 읽었다. 학비를 벌기 위해 부잣집 가정교사 하던 불우한 학창 시절이 떠올랐다. 어떻게든 돕고 싶다’는 편지를 협회에 보내왔다. 성금도 4500여만원이 답지했다.


 김우식(72) 전 부총리, 손숙(68) 아름다운가게 이사장, 김동건(73) 아나운서협회 회장, 김장환(78) 극동방송 회장 등은 위기 청소년을 위해 강의를 하는 등 ‘재능 기부’에 앞장선다. 김 전 부총리는 “각계각층에서 쌓은 명사들의 경험이 소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나부터 연세대 총장 경험을 살려 무료 강연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에선 이철(63) 연세의료원장이 후원 의사를 밝혔다. 이 원장은 “위기 청소년 대부분이 소외계층 자녀인 만큼 치료비 지원이나 무료 진료 등 서비스를 고려 중”이라며 “의료인으로서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얼마든지 돕겠다”는 뜻을 전했다. 법조계에선 소병철(54) 대구고검장이 “법무부에서 위기 청소년을 선도하는 업무를 맡아 일했기 때문에 어떤 분야에서 지원이 필요한지 잘 알고 있다”며 “위기 청소년과 멘토를 맺어 도움을 주고 싶다. 공직에서 물러나면 법률 자문 서비스도 하겠다”고 말했다. 파고다그룹·우석건설·메이크업아티스트협회 등 기업·협회에서도 동참 의사를 밝혔다.

 소년보호협회는 서울시와 유휴시설을 활용해 비행 청소년 재활센터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다. 이중명(69) 소년보호협회 회장은 “위기 청소년은 ‘악바리’ 근성이 있기 때문에 잘 타일러 가르치면 평범한 소년들보다 더 큰일도 할 수 있다”며 “이들에 대한 관심과 작은 재능만 있다면 누구든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김기환·이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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