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시가 있는 아침] 피가 마른다

피가 마른다 - 이문숙(1958~ )


너를 때려 눕히겠다

일에 매달린다


절벽에 매달린 집

번개 맞으러 다니는 사람


줄을 뜯다가 줄을 끊어버리고

까마득 그 소리마저

사라졌을 때


어느 날 몸속에 담아 두었던 피가

시퍼런 급류가 되어

돌아가다가


자신이 만든 천 개의 가방을 불태우는

자영업자


피가 말라야 피가 말라야

다른 피를 그리워하기라도 하지


다른 피를 수혈이라도 하려고

시퍼런 삽날을 번쩍이며

싸움이라도 벌이지


시인아, 참지만 말고 싸워라 그리고 싸워서 이겨라, 어느 날 몸속에 담아두었던 피, 참았던 화, 시퍼런 급류 되어 뇌일혈이라도 일으키면 어쩌려고 그러니, 시인아 아프지만 말고 괴로워하지만 말고 일어나 싸워라, 때려눕히든지, 천 개의 가방을 불태우든지, 번개를 맞으러 다니지 말고 번개를 쳐라, 피 말리지 말고 삽날을 번쩍이며 싸워라 그리고 이겨라. 두 번이 아니라 한 번만 사는 인생이다. <최정례·시인>


▶ [시가 있는 아침] 더 보기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