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고래비누 만들어 장애인 월급 올렸죠

9일 오전 울산시 북구 달천동 북구장애인보호작업장. 컨테이너 박스 내 66㎡(20평)작업장에는 실리콘 재질의 비누 틀을 든 배정희(38·여·사진)씨가 직원들 사이를 바쁘게 오가고 있었다. 20여명의 직원들은 모두 지적장애와 발달장애, 지체장애와 신장질환을 앓고 있는 장애인들이다.

 “이 틀에 비누를 넣으면 향긋한 비누가 만들어지는 겁니다. 모두 아셨지요.”

  장갑을 벗은 배씨는 곧바로 페트병을 들고 장생포 고래고기식당으로 갔다. 고래비누 원료인 고래기름을 구하려 가는 길이다. 고래기름을 구해 오는 동안에도 마음은 작업장에 가 있다. 직원들의 손이 서툴기 때문에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것이다.

 ‘고래비누 공주’라는 별명을 가진 그녀는 북구장애인보호작업장의 시설장이다. 장애인들에게 일감을 만들어준 고래비누 개발자다. 분홍색·푸른색·붉은색을 띈 고래비누는 고래기름과 아로마 오일을 배합해 만든 기능성 비누다. 일반 비누에 비해 거품이 많고, 피부 결을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지난 2월 특허까지 받았다.

 배씨의 꿈은 교사였다. 2004년 사범대학을 졸업한 뒤 교원 임용시험에 합격했었다. 그러나 발령을 받기 직전에 사회복지사업에 헌신하기로 방향을 바꾸었다.

 “발령을 받기 직전에 청각장애인학교에서 임시 교사로 일했었죠. 그때 장애인을 위해 살아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일반교사는 할 사람도 많잖아요.”

 배씨는 이듬해 곧바로 사회복지사 자격을 취득한 뒤 울산의 한 사회복지시설에서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다가 2009년 현재의 작업장 시설장으로 부임했다.

 “막상 작업장에 와보니 일반 비누를 장애인들이 만들고 있었어요. 특색이 없었죠. 누가 사주겠어요. 월급도 형편없었죠.”

 그는 울산과학대 서정호 교수를 만나 고래기름에 피부에 좋은 ‘비타민 A’와 ‘코엔자임Q10’이라는 성분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고래고기 유통량이 가장 많은 울산에서 고래기름을 활용한다면 환경보호에도 기여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래의 역한 냄새를 없애는데 2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숱한 시행착오 끝에 만들어진 고래 비누를 2010년 초 첫 출시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명품 비누라는 인식이 생기면서 주문이 몰려왔다.

 “한 주에 평균 100개 이상의 주문이 들어오고 있어요. 한 개당 7000원으로 비싸지만 주문이 끊이지 않아요.”

 지난해 고래비누 연간 매출은 1억여원. 재료 값을 빼고 남은 4000여만원에다 각종 지원금을 보태 직원들 월급도 올려주고 지난해 말 성과급도 지급했다. 올해 말에는 전 직원들을 데리고 해외연수도 다녀 올 계획이다.

 “교사의 꿈은 버렸지만 후회는 없어요. 장애인들에게 ‘일하는 즐거움’을 준 고래비누가 있잖아요.”

김윤호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