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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빵집 500m 내 새 매장 못 낸다

경기도 일산에서 12년간 파리바게뜨를 운영해온 김모씨는 지난해 10월 문을 닫았다. 하루 160만원이던 매출이 절반까지 떨어져 수지가 맞지 않았다. 매출을 갉아먹은 건 인근의 또 다른 파리바게뜨 매장. 2009년 어느 날, 배송 기사가 “뒤쪽 5단지에 파리바게뜨가 또 생겼네요”라며 알려준 게 시작이었다. 2010년엔 앞쪽에, 2011년엔 옆에 또 하나 들어섰다. 이 중 김씨의 매장이 가장 작았다. 김씨는 “인근 큰 매장으로 매출이 빨려 들어갔다”며 “손쓸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제빵 프랜차이즈업체의 잘못된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파리바게뜨(파리크라상)와 뚜레쥬르(CJ푸드빌) 가맹점을 보호하기 위한 가맹사업 모범거래기준을 9일 마련했다. 공정위 고위관계자는 “700만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하면서 가맹점 창업이 급증하고 있다”며 “하지만 퇴직금만 날리는 등 피해사례가 적지 않아 공정위가 나선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모범기준에선 기존 점포에서 반경 500m 안엔 새로 매장을 내지 못하도록 금지했다. 무분별한 출점은 고스란히 기존 가맹점주의 수익 악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파리바게뜨 전체 매장(3115개) 중 44.5%는 500m 안에 같은 브랜드 점포가 있다. 이 규정은 기존 매장까지 소급적용되진 않는다. 대신 기존 사업자가 폐점한 뒤 다른 사업자가 들어갈 땐 500m 규정을 지켜야 한다. 단 기존 가맹점이 문 닫은 뒤 다시 열거나 이전하는 경우는 예외로 인정했다. 3000가구 이상 아파트가 들어서거나 철길·왕복8차선 도로로 상권이 구분되는 경우엔 가맹점 동의를 받은 뒤 열 수 있다.

 매장 리뉴얼을 함부로 요구하지도 못하게 막았다. 매장을 이전·확장할 땐 비용의 40%, 그 외 일반 리뉴얼엔 20% 이상을 가맹본부가 지원토록 한 것이다. 또 5년 이내엔 매장 리뉴얼을 원천적으로 요구할 수 없도록 했다. 가맹점이 원치 않는데 매장 확장을 강요하거나 리뉴얼을 거부한다고 계약갱신을 해주지 않는 행위도 금지했다.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그룹 관계자는 "큰 그림에서 공정위 기준에 공감한다”며 "다만 세부사항은 개별 점주와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뉴얼 강요는 프랜차이즈 업계의 오래된 문제다. 인천시 서구에서 9년간 파리바게뜨를 운영해온 김모(51·여)씨도 지난해 9월 인테리어로 갈등을 빚다가 계약을 해지했다. 가맹본부에선 인테리어 한 지 5년이 됐다며 매장 리뉴얼을 요구했다. 인테리어에 장비, 케이크 진열장까지 바꾸려면 9000만원 가까이 들었다. 비용은 100% 점주가 대야 했다. 김씨는 “한 달 500만원 남짓 버는데 그 돈을 마련하려면 대출을 받아야 한다”며 “9년간 빵집을 하면서 빚만 3억원이 쌓였다”고 한숨을 쉬었다.

 공정위 지철호 기업협력국장은 “리뉴얼 강요는 가맹점주에 막대한 부담을 지우는 행위”라며 “리뉴얼 뒤 매출이 늘어도 결국 아무런 투자를 하지 않은 본사만 이득 본다”고 지적했다. 또 “상반기 중 피자·치킨 가맹점에 대해서도 모범거래기준을 정할 것”이란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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