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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적 감성+첨단 기술이 요즘 화두

지난해 11월 서울 회기동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 제3회 테크플러스 포럼에서 홍익대 제임스 파우더리(시각디자인학과) 교수는 “전 세계 6억 명이 인터넷을 쓸 때 컴퓨터와 서버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120억 개의 나사가 묵묵히 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숨은 나사처럼 내가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진정한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사진 한국산업기술진흥원]

1984년 ‘널리 퍼져야 할 아이디어(Ideas worth spreading)’를 모토로 창립된 미국의 비영리재단인 TED는 90년부터 매년 봄 미국 롱비치와 팜스프링스에서 강연회를 연다. TED는 기술(Technology)·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디자인(Design)을 의미한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괄목할 만한 업적을 이룬 저명인사들이 강단에 선다.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18분. 강연을 들으려면 1인당 6000달러의 참가비를 내야 하는데도 객석은 늘 만원이다. 이 강연은 ‘TED토크’라는 이름으로 인터넷에 무료로 공개된다. TED는 어려운 전문 용어보다 자료 화면과 동영상 등 다양한 방식을 동원해 쉽고 재미있게 주제를 전달한다. 하지만 언어의 장벽 탓에 한국인들이 바로 즐기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한국형 TED’라고 불리는 ‘테크플러스 포럼’이다. 기술과 감성의 만남을 목표로 2009년부터 매년 11월 열리는 테크플러스는 한국 지식인들이 중심이 돼 국내 실정에 맞는 강연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4회째를 맞는 올해 행사의 준비를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지난 3년간의 성과와 올해 중점 과제를 4회에 걸쳐 연재한다.

글 싣는 순서

<1회> 먹고사는 기술에서 즐기는 기술로

<2회> 테크플러스형 최고경영자(CEO)는
<3회> ‘@Me 시대’의 기업은
<4회> 김용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 인터뷰

이탈리아의 자동차업체 페라리는 “꿈을 판다(Selling Dreams)”는 모토를 갖고 있다. 이 회사의 북미지역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롱지노티 뷔토니는 “헨리 포드의 자동차 T모델은 ‘마음껏 다니고 싶다’는 1920년대 미국인의 꿈을 해석해내 성공에 도달했으며, 소니 워크맨과 나이키 운동화는 독립과 레저를 추구하는 베이비 붐 세대의 희망을 현실로 이끌어 세계적인 브랜드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도 이제는 고객의 꿈을 예측하고 영향을 미치는 예술가의 감수성과 창의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MP3플레이어와 스마트폰에 감성을 자극하는 매끈한 디자인을 덧입혀 ‘시대의 아이콘’이 된 아이팟과 아이폰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이처럼 ‘기술+감성=성공’의 공식은 21세기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980년대까지는 적은 비용으로 제품을 만들어내는 생산성, 90년대는 신기술이 수요를 창출하는 기능성의 시대였다면 2000년대 이후는 기술을 바탕으로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는 ‘기술+감성’으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먹고사는 기술에서 즐기는 기술로 사람들의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서울 회기동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 제3회 테크플러스 포럼에서도 기술과 감성의 만남이 가장 큰 화두였다. 홍익대 제임스 파우더리(시각디자인학과) 교수는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혁신적인 기술만이 가치 있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나를 표현하고, 세상을 상상하고,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도와주는 기술이 진정으로 아름다운 기술이라는 것이다. 그는 “전 세계 6억 명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을 때 컴퓨터와 서버 안에는 120억 개의 나사가 숨어서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우더리 교수는 루게릭병에 걸려 눈동자를 제외한 온몸이 마비된 그래피티 아티스트 토니 콴을 위해 안구제어 마우스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예로 들며 “기술을 언제 어디서나 이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기술의 잠재력을 꿰뚫어 볼 수 있는 힘이 상상력이다. 목각 공예가이자 미술평론가인 김진송은 상상력을 “세상을 다른 눈으로 보는 능력”이라고 정의했다. 눈으로 본 영상과 서사적인 스토리텔링이 논리적으로 결합하는 데서 상상력이 시작된다. 그는 ‘아바타’의 감독 제임스 캐머런을 예로 들었다. 대학에서 물리학과 영문학을 전공한 그는 1912년 침몰한 타이타닉의 비극에 ‘로미오와 줄리엣’의 러브스토리를 결합했다. 여기에 컴퓨터그래픽이라는 첨단기술이 입혀지자 18억 달러의 역대 최고 흥행기록이 나왔다.

 최근 캐머런 감독은 발전한 3D(3차원) 기술을 여기에 덧입혀 2D 영화에 감동했던 관객들을 다시 한번 극장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캐머런 감독의 또 하나의 걸작 ‘아바타’는 아예 지구에서 4004광년 떨어진 새로운 세상 ‘판도라’를 만들어냈다. 언어학자를 모아 1000개 단어로 이뤄진 외계 언어를 창조하고 생체공학을 이용한 분신에 의식을 연결하는 상상력을 발휘했다.

 테크플러스 포럼은 이 같은 창조·융합·개방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우리나라에도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김용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은 “기술과 경제·문화·인간을 하나로 통합해 분야 간 경계를 뛰어넘는 ‘세상을 바꾸는 생각들’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에서 이 포럼을 준비했다”며 “올해에도 200여 명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실천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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