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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약 검증 누군가는 해야 한다

4·11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 91%가 여야의 복지공약을 “총선 이후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 불신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10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여야는 총선에 휘황찬란한 복지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후보가 노력하겠지만 지켜지지 않을 것(응답자의 59.6%)”이라거나 “선거철 선심성 공약이라 지켜지지 않을 것(31.4%)”이라며 냉담한 반응이다. 특히 “세금 인상, 국채 발행 없이 재정개혁을 통해 복지공약 예산을 마련할 수 있다”는 여야의 주장에 유권자의 73.5%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이쯤 되면 정치권보다 유권자들이 훨씬 이성적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총선 복지공약을 분석해 발표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주의(注意) 조치를 내렸다. 야당은 “박 장관을 해임하라”고 비난하고 있다. 물론 공직자인 박 장관이 직접 발표한 것은 유감이다. 하지만 선관위도 나라 살림을 책임지는 재정 당국자가 선거공약을 분석할 필요성은 인정했다. 다만 그 내용을 학계·시민단체·언론 등에 자료로 제공할 수 있지만, 박 장관이 직접 발표한 대목만을 문제 삼은 것이다. 거꾸로 말하면 학계·시민단체·언론 등이 제대로 공약 검증을 해냈다면 애당초 이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박 장관은 선의의 피해자라 할 수 있다.



 우리 경제가 국가 신용등급이 오르는 등 순항하는 듯 보이지만 체감경기는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 겉과 속이 다른 ‘수박지표’라는 표현까지 나온다. 여기에다 여야는 정제(精製)되지 않는 복지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정책 당국자들의 시름이 깊어가고, 국민도 누군가 제동을 걸지 않으면 나라 재정이 거덜날지 모른다며 불안해하는 게 사실이다. 선관위는 선거가 중요하겠지만, 길게 보면 국가 경제도 중요하다. 재정부가 공약 분석을 직접 발표해 ‘선거 개입’이란 오해를 살 필요는 없다. 그러나 앞으로도 복지 포퓰리즘을 경계하는 작업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선거공약 검증은 누군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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