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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428> 삶의 질 나타내는 ‘행복지수’

박소영 기자
당신은 지금 행복하십니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34개 회원국 국민들의 삶의 질을 나타내는 새로운 지표인 ‘행복지수(Better Life Initiative)’를 발표했습니다. 주관적인 감정인 ‘행복의 정도’를 수치로 나타낸다는 것 자체가 다분히 황당한 발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선진국에서는 ‘행복지표’를 만들고 국민들의 삶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정책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행복의 척도는 무엇이고, 각국 정부가 행복지표를 만드는 이유는 무엇인지 질의응답식으로 알아봤습니다.



OECD 34개국 중 한국 ‘일과 삶의 균형’ 30위로 최하위권

Q OECD의 행복지수 평가란 무엇인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인 부탄의 지그메 케사르 남기엘 왕추크 국왕 부부가 지난해 10월 결혼식을 마친 뒤 국민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왕비는 영국과 인도에서 유학한 평민 출신의 재원이다. 왕추크 국왕은 넉넉지 않은 나라 살림을 고려해 결혼식을 검소하게 치렀다. 외빈도 일절 초대하지 않았지만 이들의 결혼은 ‘아시아판 세기의 결혼식’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중앙포토]


A 행복지수는 국내총생산(GDP)과 같은 경제지표로는 나타낼 수 없는 생활의 만족도나 삶의 풍요로움을 지표화한 통계다. OECD가 지난해 창설 50주년을 맞아 시작한 행복지수는 34개 회원국 모두를 ▶주거환경 ▶소득 ▶일자리 ▶공동체 생활 ▶교육 ▶환경 ▶정치참여 ▶건강 ▶삶의 만족도 ▶치안 ▶일과 삶의 균형 등 총 11개 영역에 대한 점수를 매겨 도출했다.



각국의 점수는 경제지표 혹은 여론조사 등 세 가지 자료에 근거해 측정되는데, 예컨대 일자리의 경우 실업률 지표와 근로시간, 임금 등을 조사한다. 이 과정에서 OECD는 개별 회원국 국민들이 자신이 속한 나라의 삶의 질을 측정하도록 한 뒤 이를 제출토록 했다. 다수의 시민이 어떤 점을 중시하는지 자문할 수 있도록 한 셈이다.

 

Q 34개국 중 한국의 순위는 어느 정도인가.



A 한국은 하위권인 26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교육(2위)과 일자리(11위)·치안(11위) 항목에선 높은 점수를 얻었지만, 주거환경(28위)·환경(29위)·일과 삶의 균형(30위)·공동체 생활(33위) 항목에선 최하위권이었다. 교육 항목은 고졸 이상 학력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다만 “어려울 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공동체 생활)고 답한 사람이 80%로 OECD 평균인 91%에 크게 못 미쳤다. 상위권은 주로 북유럽과 앵글로 색슨 국가들이 차지했다. 11개 항목을 평균한 점수를 기준으로 1위는 호주가 차지했으며, 캐나다와 스웨덴·뉴질랜드·미국·노르웨이·덴마크가 그 뒤를 이었다. 일본은 19위, 멕시코와 터키가 각각 33위·34위로 최하위였다.



Q OECD가 행복에 관한 새로운 지표를 만들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A OECD는 제2차 세계대전 후 세계 경제를 재건하기 위해 발족한 국제기구다. 경제발전과 함께 회원국인 선진국 국민들의 소득이 늘어났고 질병도 점차 감소하는 등 소기의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했다. 경제성장과 비례해 인류의 수명은 확실히 늘어났지만 반대로 마음의 병, 자살 등의 사회문제가 심각해졌다. 자연스레 각국 정부는 경제성장만을 추구해 온 기존의 정책에 대한 반성을 하게 됐다. “GDP만으로는 측정할 수 없는 인간의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됐다. 이번 조사에서도 나왔지만 OECD 회원국 중 1인당 GDP가 가장 높은 룩셈부르크는 행복지수에선 겨우 10위권에 들었다. GDP가 높은 나라라고 해서 반드시 국민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은 아니라는 현실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Q 돈은 인간을 불행하게 만드나.



A 그렇지 않다. 경제력은 행복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행복의 정체를 찾아 각종 연구활동을 하고 있는 미국 미시간대학의 마일스 킨볼 경제학과 교수는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 요소로 ▶수면 ▶유전자 ▶사회적 지위 ▶가족과 함께 지내는 시간 ▶현실에 대한 만족감을 꼽았다. 일례로 킨볼 연구팀이 미국의 60세 이상 장년층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를 보자. 배우자가 사망한 경우 슬픔과 충격에서 원래의 행복하고 안정된 심리상태로 돌아가는 기간은 평균 9개월이었다. 하지만 숨진 배우자가 생명보험에 가입해 있었을 경우엔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그룹에 비해 배우자를 잃은 충격의 정도가 약했다. 킨볼 교수는 “이 경우 돈이 슬픔을 경감시키는 역할을 한 것”이라며 “몸이 힘든 것을 알면서도 야근 철야근무를 하는 것은 이에 따른 보상(야근·철야수당)이 있는 것을 알기 때문인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해석했다.

 

Q ‘행복한 나라’ 하면 부탄이 떠오른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A 히말라야산맥의 기슭에 자리잡은 부탄은 인구 70만명, 국민소득은 2000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작은 나라다. 90년대 들어서야 TV가 보급됐을 정도다. 하지만 국민의 97%가 “행복하다”고 말하는 나라다. “경제적으로 잘살면 행복해질 것”이라는 일반적인 사고를 깨부수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나라다. 72년 열일곱의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오른 지그메 싱기에 왕추크 국왕은 취임 2년 만인 74년 “GDP가 아닌 국민들의 행복지수(GNH·Gross National Happiness)를 기준으로 나라를 통치하겠다”고 발표했다. 부탄은 이웃 국가인 중국과 인도가 경제성장에 목을 맬 때도 심리적 웰빙과 건강, 생태계 보호 등 국민들의 행복을 증진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애썼다. 부탄이 행복한 나라가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은 정체성을 잃지 않은 데 있다. 국제사회가 경제를 기준으로 흘러가더라도 자신들이 원하고, 자신들에게 맞는 기준으로 살아간다는 의지를 관철시켰다. 생태계 보존과 전통문화 교육이 대표적인 예다. 국토의 60% 이상을 산림으로 유지하도록 법으로 정하는가 하면, 국가가 국민에게 토지를 나눠주고 무상의료와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Q 부탄의 GNH는 어떻게 조사하나.



A 부탄은 현재 ▶건강 ▶시간 활용 방법 ▶생활수준 ▶공동체 ▶심리적 행복 ▶문화 ▶교육 ▶환경 ▶올바른 정치 등 9개 분야의 지표를 토대로 GNH를 산출해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GNH통계를 내기 위해 담당자가 1인당 5시간의 면담을 하는데, 8000명을 대상으로 72개 항목을 묻는다. “최근 1주일 동안 몇 차례 다른 사람에게 질투심을 느꼈나” “몇 차례 화를 냈나” 같은 구체적인 질문으로 국민들의 심리상태를 수치로 계산해 낸다. 불교국답게 ‘명상 횟수’도 질문에 포함된다. GNH 조사를 주관하는 부탄 국립연구소는 이 조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감정지도’라는 것을 제작한다. 지역별로 국민들의 불만과 만족도를 파악해 경제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인구 70만 명의 소국이기에 가능한 방법이다.

 

Q 이 같은 행복지수를 만드는 선진국도 있나.



A 미국의 경제학자인 리처드 이스털린은 앞서 74년 “GNP와 행복수준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논문을 발표하며 GNP를 대체할 새로운 지표를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 성장이 불가능해지고 양극화가 심화되자 프랑스와 영국 등 주요 선진국들도 GNP를 대체할 새로운 국가 지표를 찾고 있다.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2008년 2월 “국민의 행복을 어떻게 측정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셉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 교수와 아마티아 센 미 하버드대 명예교수다. 두 사람은 2009년 6월 프랑스 정부가 설립한 ‘경제성장과 사회 발전을 계측하는 위원회(CMEPSP)’에 참여해 GDP를 대신할 경제지표 만들기에 나섰다. 아직 초안 단계인 이들의 새로운 지표에는 GDP외에 개인의 행복, 지속가능한 지구환경 등이 반영될 예정이다.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정부는 2010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행복도 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기존의 센서스 조사에 ‘행복도’를 측정할 수 있는 질문을 추가하기로 했다. GWB(국민총행복,Gross well-being, 가안)라는 명칭으로, ▶가정과 직장내의 남녀평등 ▶수입 ▶건강 ▶환경 등을 점수로 매겨 삶의 만족도를 10단계로 평가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다. 이웃 나라 일본도 2010년 6월 각료회의에서 결정된 신성장 전략을 통해 “행복도 지표에 관한 연구를 추진하고, 관련 통계를 마련한다”고 발표했다. 그해 12월에는 내각부가 전문가들로 구성된 연구모임을 발족시켰고, 올 6월 보고서가 나올 예정이다. 일본의 행복도 평가는 ▶경제사회 환경 ▶심신의 건강 ▶지역·가족과의 관계 세 가지 큰 골자로 이뤄진다. 평가지표는 빈곤율과 평균수명, 유급휴가 이용률 등 130여 가지로 세분화될 예정이다.



사회 양극화 현상이 심각한 중국에서도 ‘GDP 지상주의’에 대한 자성론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7일 전인대재정경제위원회의 우샤오링(???) 부위원장은 “그간 중국은 너무 GDP만 의식해 왔다”며 시민생활과 환경 등을 토대로 한 중국판 행복지수인 ‘민생지수’를 조사해 연내에 공표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6월 브라질에서는 ‘지속가능한 개발’ 이념을 처음 제시한 리우 유엔환경개발회의 20주년을 맞아 ‘유엔 지속가능한 개발회의 리우+20’이 열린다. 이 회의에서는 환경과 개발의 조화를 맞춘 ‘녹색경제’, 빈곤퇴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글로벌 거버넌스 구축 등과 함께 ‘행복지표’ 개발에 관한 논의도 이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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