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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부러진 화살 쓰겠다 … 법정에 몰리는 소설가·드라마작가들

‘피고인이 들어온다기에 고개를 숙였다. 흉악범을 마주 볼 자신이 없었다. 쿵쾅거리는 가슴을 누르며 고개를 드는 순간…. 헉. 너무도 여려 보이는 남자가 손을 모으고 앉아 있었다.’



1월부터 운영된 모의배심
참가 97명 중 48명이 작가
“범인·판사 마음까지 알게 돼”

 지난달 30일 오후 4시 서울서부지법 303호 대법정. 소설가 장서인(50)씨는 재판 과정을 그림 그리듯 받아적고 있었다. 이날 법정에서는 아내의 내연남을 흉기로 살해한 김모(48)씨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 재판 후 일주일이 지났지만 장씨는 법정에서 본 김씨의 표정 변화, 김씨의 개인 스토리를 잊을 수가 없다. 그는 김씨의 재판을 토대로 추리소설을 쓸 계획이다.



 소설가·드라마 작가 등이 모의 배심원에 몰리고 있다. 서부지법은 올 1월부터 재판을 방청한 뒤 피고인이 어떤 형을 받아야 하는지 논의하는 ‘모의 배심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모의 배심원들이 내리는 평결은 실제 판결에 반영되지는 않는다. 법원에서 재판에 대한 국민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1월 26일 재판부터 도입된 이 제도는 지난달 30일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97명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 48명이 작가였다. 지난달 30일 재판에선 15명 중 14명이 작가였다. 서부지법 관계자는 “시행 초기라 여러 곳에 홍보를 하고 있는데 작가들의 호응이 특히 높다”고 말했다. 소설가 윤정옥(62)씨는 “모의 배심원 참여를 통해 ‘도가니’ ‘부러진 화살’ 못지않은 법정 드라마를 써보고 싶다”고 말했다.



 작가들이 모의 배심원에 몰리는 이유는 직접 법정에 나오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미세한 부분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희곡 작가 신지현(34)씨는 “지금 희곡을 쓰고 있는데 뭔가 더 생생하고 구체적인 게 필요해 법정에 나왔다”며 “내가 모의 배심원이 돼 형량 결정에 참여해 보니 판사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고령 모의 배심원인 소설가 김동형(72)씨는 “소설 속 주인공은 법원도 가고 병원도 간다. 오늘은 내가 그 주인공이 돼 법정에 나왔다”고 말했다.



 연세대 정명교(국문학) 교수는 “19세기 프랑스의 대작가 오노레 드 발자크는 병원 응급실과 구치소에서 작품의 소재를 얻었다”며 “이 시대 작가들에게 법정이 발자크의 구치소 같은 역할을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노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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