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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장님께 논어 배워보시게 … 욕설이며 주먹질이 다 뭔가

8일 전북 남원시 어현동 춘향테마파크에서 열린 ‘제 11회 전국서당문화한마당대회’의 한시(漢詩)부문 참석자들이 창작에 열중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학생·일반인 1000여 명이 참석했다. [남원=프리랜서 오종찬]
“부생아신(父生我身)하시고, 모국오신(母鞠吾身)이로다(아버지는 내 몸을 낳으시고, 어머니는 내 몸을 기르셨도다).”



인성교육 대안모델로 뜬 서당
전국 70곳 연 15만 학생들 공부
옛 경전 외우고 서예 배우고
남원 서당한마당 1000명 몰려

 연분홍 매화가 꽃망울을 활짝 터트린 8일 전북 남원시 어현동 춘향테마파크. 강경(講經)시험장에 나온 김짱(9·충남 논산시 연산초등학교 2년)양은 앳되고 귀여운 목소리로 사자소학(四字小學)의 첫 대목을 막힘 없이 술술 읊어 나갔다. 강경은 서당에서 사서삼경(四書三經, 논어·맹자·대학·중용·시경·서경·역경)을 비롯한 옛 경전을 배우고 익혀 암송하는 것으로 고려·조선시대 때 치르던 과거 시험의 한 종목이었다. 생활한복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김양이 암송을 마친 뒤 고사리손을 가슴에 모으고 허리를 90도로 숙여 정중하게 예를 표시하자 두 명의 시관(試官·시험감독관)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아버지가 짱이라고 이름을 지어줬다는 김양은 “학교를 마친 뒤 오후 4시부터 7시까지 집 주변 서당에 나가 공부한다”며 “부모님을 공경하고 어른들의 말씀에 순종하며, 친구들에게는 예절을 지키는 것이 사람의 도리라고 배웠다”고 또박또박 말했다.



 한국 선비문화의 산실인 서당(書堂)이 인성교육의 대안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좋은 품성을 기르는 데 중점을 둔 서당이 입시·성적에 치우친 학교교육을 보완하고 메마른 정서를 함양하는 데도 적격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예절교육은 인의예지(仁義禮智)를 강조하고 있어 학교 폭력 문제를 풀어가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7~8일 남원시에서 열린 제11회 전국서당문화한마당대회가 이를 보여줬다. 이 행사는 2002년부터 한국전통서당문화진흥회가 주최하고, 유교 전통을 중시하는 단체인 갱정유도(更定儒道)가 주관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성균관·남원시·중앙일보 등이 후원한다. 서당은 현재 전국에 70여 개가 있으며, 캠프·체험 등을 포함해 1년에 15만여 명의 학생이 공부를 한다.



 이날 행사에는 전국에서 학생·일반인 등 1000여 명이 참가했다. 학생들은 한결같이 단정한 용모와 공손한 말투로 윤리·도덕적인 내용을 담은 논어·맹자·사자소학 등의 문장을 4~5분씩 암송했다. 또 정성스럽게 먹을 갈고 서두름 없이 정확하게 필법을 구사하며 서예 솜씨를 뽐내기도 했다. 국내에 유학 와 있는 외국인 대학생 200여 명도 참가해 제기차기·떡메치기 등 전통문화체험도 즐겼다.



 경기도 이천에서 온 정희진(12·백사초등 6년)양은 “걸핏하면 친구들에게 욕설을 하고, 마구 날뛰어 천방지축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서당을 다닌 뒤로 아침·저녁으로 부모님께 인사하고 집안 청소와 밥상 차리기 등을 스스로 하게 됐다”고 말했다. 강경시험에서 ‘맹자 양혜왕’ 편을 암송한 김하정(17·순창제일고 3년)양은 “성격이 욱하는 다혈질이라 학교폭력에 연루된 적이 있었다”며 “서예·한문 공부 등을 통해 나를 들여다보고, 감정을 조절하는 힘이 생겼다”고 말했다.



건강한 심신 가꾸려 서당이 나섰습니다



한양원 서당문화진흥회 이사장




“넓은 바다도 그 줄기를 거슬러 올라가면 한 움큼 작은 샘물에서 비롯됩니다. 서당은 장구한 세월을 면면히 이어온 우리 전통문화의 원천이자 뿌리입니다.”



 (사)한국전통서당문화진흥회를 이끄는 한양원(90·사진) 이사장은 “지금은 물질문명이 극도로 발달하고 풍요로운 사회가 됐지만, 세상은 오히려 무섭고 살기 힘든 곳이 돼 가고 있다”며 “가정을 바로잡고 세상을 바로 세우려면 전통 서당을 살려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아들이 어머니를 살해하고, 자식이 부모와 선생님을 때리는 패륜이 횡행하는 것은 정신문화가 피폐화된 탓이라고 지적했다. 인간 본성을 되찾고, 건강한 심신을 가꾸기 위해서는 서당이 나서야 한다는 사명감에서 ‘서당문화한마당’ 행사를 2002년 시작했다. 처음엔 어려움이 많았다. “영어공부 하기에도 바쁜 세상인데, 웬 서당이냐”며 주변의 손가락질을 받기도 했다. 산중의 서당들도 저잣거리로 나오는 것을 꺼렸다. 하지만 학교 폭력, 교실 붕괴 등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대안기관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최근엔 수강생이 크고 늘고 있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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