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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김정은의 북한 체제 총결산

오영환
국제부장
김일성 사후 김정일은 서두르지 않았다. 노동당 수반인 총비서에 오른 것은 그 3년3개월 만이었다. 1997년 10월이다. 총비서는 북한 권력의 정점이다. 당 중앙군사위 위원장을 겸직한다. 김정일이 헌법상 국가의 실질적 최고 자리를 차지한 것은 98년 9월 제10기 1차 최고인민회의(국회)에서다. 헌법 개정을 통해 권한을 대폭 강화한 국방위원장에 재추대됐다. 김일성의 상징적 직책이던 국가주석을 맡지 않았다. 대신 김일성을 ‘영원한 주석’으로 자리매김했다. 김정일은 그 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하지 않았다. 김일성의 90년 연설의 녹음 청취로 갈음했다. 권력 승계의 속도를 늦추고 아버지의 자리를 피해간 것은 당시의 ‘고난의 행군’과 김일성의 무게를 저울질했기 때문일 게다. 주도면밀했다. 권력 장악의 면에서 보면 자신감이다. 20년간 후계자로 권력을 다졌다. 아니 쟁취했다. 서방의 북한 붕괴론은 무너졌다.



 김정은이 이번 주 고농축 일정을 맞는다. 11일 제4차 노동당 대표자회, 13일 최고인민회의, 12~16일의 로켓(장거리 미사일) 발사, 15일 김일성 탄생 100주년이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의 3대(代)가 맞물려 돌아가는 행사들이다. 김정은은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총비서에 오를 것이 확실하다. 당권 장악 없이 후계 완성 없다. 포인트는 총비서의 추대냐, 선거냐다. 한번 추대되면 바꿀 수 없다. 김정일이 간 길이다. 최고인민회의에선 김정은이 국방위원장에 오를 것이란 분석이 많다. 새 최고 직위를 갖는 헌법 개정의 여력이 있었는지는 불투명하다. 김정은이 총비서·국방위원장에 오르면 외형상 과도기 비상체제는 끝난다. 당·정·군(최고사령관)을 장악하게 된다. 새로운 수령의 탄생이다. 김정일 사후 4개월 만이다. 승계의 속도전은 뒤집어보면 권력 공백의 위기와 초조다.



 그 김정은이 장거리 로켓 발사로 국제사회를 시험대에 올린다. 쏘아 올린다는 위성은 국내용, 로켓은 대외용이다. ‘김일성 조선’의 한 세기를 마무리하는 이벤트다. 김정일이 98년 그의 시대를 열기 직전 시작한 로켓 발사사업의 후속판이다. 갓 출범한 20대의 지도자에게 주어진 북한 체제 총결산이다. 김일성을 내세운 정통성 세우기이든, 보이지 않는 김정일의 유훈이든, 김정은의 배포이든 핵보유국으로 가는 길이다. 미사일에 못 싣는 핵탄두는 종이호랑이다. 북한이 올해 열어젖히겠다고 한 강성대국의 실체는 바로 핵보유국 완성이다. 3대의 총화(總和)다. 로켓 발사는 김정은에게 도박이기도 하다. 기술적 실패나 후폭풍 관리외교 미스는 권력투쟁의 싹을 키운다. 김정은을 짓누를 심리적 중압감이 아른거린다.



 로켓 발사에는 파르티잔의 DNA도 보일락 말락한다. 생존의 후각 말이다. 북한의 셈법은 이렇지 싶다. ①중국은 우리를 버리지 않는다. 비난할 뿐이다. 김정은의 안정은 중국의 안정과 직결된다. ②미국은 대선 국면이다. 우리의 3차 핵실험을 막기 위해 초강경 조치를 유보할 수 있다. 3차 핵실험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에 먹구름을 드리운다. ③한국은 미사일이냐, 로켓이냐의 논란에 휩싸일 것이다. 오히려 정치권을 양분시킬 수 있다. ④우리가 대외 개방·개혁의 제스처를 보이면 국제사회의 제재 움직임은 물러질 것이다. 북한의 지향점은 인도 모델이 아닌가 싶다. 핵무기와 평화의 핵(원자력)을 동시에 손에 넣는 악몽 말이다. 핵을 가진 북한과 항구적 동거를 할 수는 없다. 국제적으론 이란의 핵 야망을 꺾을 명분을 뺏는다. ‘핵보유국 북한’의 집단사고 확산은 재래식 도발의 유혹을 부추긴다.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다. 그렇다고 팔짱만 낄 수는 없다. 유엔 안보리 결의(1874호)를 휴지조각으로 만들면 안 된다. 국제질서의 축이 금 가고, 북한의 배짱만 키울 뿐이다. 대북 스텔스 제재도 필요하다. 무역제재는 주민을, 금융제재는 지도부를 곤경에 빠뜨린다. 제재의 법칙이다. 중국엔 통일 문제를 끄집어낼 때가 됐다. 현재의 북한은 전략적 부채이며, 통일 한국은 동북아 번영으로 가는 기회의 창이라고. 인식의 전환이 변화를 이끈다. 마지막은 한·미 군사훈련의 횟수 증대다. 북한은 이를 못 지나치는 병영체제다. 국력으로 맞서는 전략이다. 한국식 비대칭전의 전개다. 세상은 북한을 축으로 돌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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