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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북풍·지역 지고, 사찰·해군기지·김용민 떴다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정책ㆍ공약에 대한 관심은 사라지고, 민간인 사찰ㆍ해군기지와 같은 이슈로 트위터 민심이 몰렸다. 북풍도 없었다. 4ㆍ11 총선을 앞두고 중앙SUNDAY와 다음소프트의 소셜메트릭스가 분석한 결과다. 분석 기간은 지난달 6일부터 지난 5일까지 한 달간이다. 분석 건수는 모두 1억1800여만 건에 달했다.

4·11 총선은 접전 지역이 유난히 많은 치열한 선거다. 박빙 선거구가 전국적으로 90곳에 달한다. 젊은 층·부동층의 표심을 살펴보기 위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대표 주자인 트위터를 분석했다. 트위터를 달군 한 달간의 ‘톱 5’ 이슈는 민간인 사찰(83만3086건), 제주 해군기지(80만2642건), 한ㆍ미 FTA(43만4182건), 김용민 후보 막말(37만6095건), 야권 연대(37만4092건)였다. 실업과 대학 등록금 등 각종 정책 이슈는 거의 주목을 끌지 못했다. 북한이 총선 직후 로켓 발사를 예고하고 있지만 이 문제 역시 관심사가 아니었다. 신공항ㆍ재개발ㆍ뉴타운ㆍ지역 경제 등 각종 지역 현안(7만8774건)도 뒤로 밀렸다. 북한보다 제주 해군기지, 각종 정책이나 공약보다 한·미 FTA, 지역 현안보다 민간인 사찰이 트위터를 지배했다.

정책과 공약은 2008년 18대 총선 당시엔 주요 이슈였다. 트위터가 등장하기 전인 당시엔 블로그가 젊은 네티즌들이 총선과 관련된 생각을 쏟아내는 공간이었다. 18대 총선일(4월 9일) 5주 전부터 1주 전까지 한 달 동안 블로그에선 ‘선거’ ‘총선’이란 키워드가 등장한 글이 2만1195건이었는데 이 중 ‘공약’이 함께 포함된 게 11.2%(2375건), ‘정책’은 8.4%(1772건)였다. 하지만 이번엔 ‘선거’와 ‘총선’이 포함된 133만여 건의 트윗 중 ‘공약’이 들어간 것은 1.7%(2만2603건), ‘정책’은 2.4%(3만1677건)에 불과했다. 정책과 공약에 대한 젊은 세대의 관심도는 4년 만에 뚝 떨어진 셈이다. ‘총선’과 ‘선거’란 조건을 달지 않고 분석해도 경제 민주화(5만8670건), 청년실업ㆍ비정규직(5만5544건), 반값 등록금(4만9590건), 무상교육(2만8369건) 등 당초 선거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되던 복지ㆍ경제 정책은 한·미 FTA 이슈 하나에 쏠린 관심을 뛰어넘지 못했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날짜에 얼마나 정점을 찍었나’의 기준으로 따져도 한ㆍ미 FTA는 다른 정책 이슈를 압도한다. 그 숫자가 클수록 한꺼번에 많은 트위터리안의 관심이 집중됐다는 의미다. FTA는 지난달 15일엔 4만5906건이 등장했는데 ‘반값 등록금’의 경우 제일 많이 나온 때가 6510건에 불과했다.

지역 이슈가 사라진 것도 이번 총선 트위터 민심의 특징이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발표한 권역별 총선 공약인 ‘신공항’ ‘새만금 신항만’ ‘대도시 군사공항 이전’ ‘개발규제 완화’ ‘수도권 광역교통망(GTX)’ ‘과학 벨트’ ‘균형 발전’ 등과 ‘저축은행’ ‘뉴타운’ ‘재개발’과 같은 지역 관심사 및 ‘지역개발’ ‘지역 발전’ 등의 키워드로 검색한 모든 글의 합계는 ‘민간인 사찰’이란 단일 이슈의 10분의 1도 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트위터가 풀뿌리 민주주의를 성장시키는 토양으로 작동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북한 무관심은 SNS상의 뚜렷한 추세다. 북한이 예고한 로켓 발사를 놓고 5만9089건이 나왔다. 해군기지의 7.4%다. 조사 기간 중 탈북자 북송과 천안함 2주기란 계기가 있었지만 그에 대한 언급은 각각 11만4932건, 11만2287건으로 트위터에선 톱5가 되지 못했다. 북한 로켓 이슈와 모두 합쳐도 등장 횟수는 해군기지 하나에 크게 못 미쳤다. 제주 해군기지는 조사 기간 초반 트위터를 점령했다. 지난 3월 7일 하루에만 22만 건의 글이 쏟아져 나오는 등 지난달 6일부터 13일까지 8일간 매일 3만 건 이상씩 언급됐다.

북한과 관련해 장ㆍ노년 보수층의 우려를 낳았던 통합진보당 일부 후보의 ‘종북 논란’이나 ‘경기동부연합’도 SNS에선 주목받지 못했다. ‘종북’은 6만844건, ‘경기동부연합’은 2만8067건이었다. 다음소프트 권미경 이사는 “대체로 SNS에선 북한 이슈가 국내 이슈를 넘어서지 못한다”며 “조사 기간 중 북한 미사일, 천안함, 탈북자 북송이란 대형 이슈가 세 가지나 있었지만 모두 트위터의 주요 관심사가 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총선을 앞둔 트위터에서 정책ㆍ북한ㆍ지역 이슈가 사라진 자리엔 그때그때의 정치ㆍ경제ㆍ사회적 현안이 부침을 반복했다. ‘이슈 따라가기’다. 진득한 토론과 공방이 이어지기보다 새로운 이슈가 직전 이슈를 잡아 먹으며 이를 잊게 만드는 현상이다. 제주 강정마을에서 해군기지 발파 작업이 시작되기 전날인 지난달 6일부터 13일까지는 해군기지가 트위터 공간의 최다 키워드였다.

하지만 한ㆍ미 FTA 발효를 하루 앞둔 14일부터는 SNS가 FTA로 채워졌다. 관악을 선거구에서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의 여론조사 조작 논란이 벌어지자 야권 연대 이슈가 한·미 FTA 이슈를 대체했다. 그러다 민간인 사찰 논란이 불거진 지난달 30일부터는 사찰, 이어 지난 3일부터는 김용민 민주통합당 후보의 막말 발언이 트위터를 점령했다. 다음소프트 관계자는 “트위터 등 SNS는 기본적으로 하루 단위로 바뀌는 게 특성”이라면서도 “선거가 임박한 만큼 가장 최근 이슈인 막말 논란이 표심에 크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김용민’ 키워드는 1일 3481건에서 3일엔 3만1235건으로 치솟더니 5일 10만5509건에 이어 6일엔 15만3692건으로 트위터를 장악했다. 직전 이슈였던 민간인 사찰(1일 14만3057건→6일 8551건)을 밀어내고 ‘핫 이슈’를 차지했다.

중앙선관위, 후보자 정책ㆍ공약 비교 캠페인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김능환)는 7일 선거일 전날인 10일까지를 ‘정책ㆍ공약 바로 알기 주간’으로 정해 정책선거 캠페인에 나섰다. 이를 위해 정당ㆍ후보자의 정책ㆍ공약을 유권자들이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인터넷에 정당정책정보시스템(http://party.nec.go.kr)을 구축했다. 이 사이트에선 각 정당의 경제ㆍ민생ㆍ교육 등 분야별 정책을 확인할 수 있고 후보자들이 올린 ‘5대 핵심 공약’도 비교할 수 있다.

중앙선관위는 후보자들의 선거 공보도 이 사이트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유권자들이 정책과 공약을 꼼꼼히 검증해 투표장에 가고, 후보자 역시 실행 가능한 정책을 통해 경쟁하는 풍토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채병건 기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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