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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K3’ 에서 배우는 스피드 경영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지난해 가장 화제를 불러일으킨 방송 프로그램은 무엇일까. 필자는 음악 케이블채널 엠넷(Mnet)의 ‘슈퍼스타K3’를 꼽고 싶다. 흔히 ‘슈스케3’라고 줄여들 부른다. 무려 200만 명이 몰려든 예선에서 결승까지 거의 반년간 진행된 이 프로그램은 무려 15%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KBS·MBC 같은 지상파 TV와 달리 케이블 TV에서는 시청률이 3%만 넘어도 대박이라고 한다. 케이블 시장에는 수백 개 채널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케이블 TV를 시청하지 않는 집도 많다. 그래서 케이블 TV의 3% 시청률을 지상파의 30%에 버금간다고 간주된다.

이 프로그램이 쓴 또 하나의 이정표는 결선에서 나왔다. 치열한 경합 끝에 신비롭고 부드러운 목소리를 가졌다는 도대윤·김예림의 듀엣 ‘투개월’이 3위로 탈락했다. 그 결과 예선에서부터 압도적 1위의 기세를 떨치며 올라온 ‘울랄라세션’과 감미로운 목소리로 여성 팬들을 휘어잡은 ‘버스커버스커’가 최종적으로 다투게 되었다. 슈스케3의 승자는 시청자 문자 투표 65%, 심사위원 투표 35%를 더해 가린다. 그런데 결선이 시작되자 무려 180만 통이나 되는 문자투표가 쏟아졌다. 우리 세 식구도 결선을 조마조마하게 지켜봤지만 투표에 참가하지 않았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프로그램을 새벽 1시까지 보고 있었단 말인가. 두 번 투표가 허용되지 않으니 400만 명 이상 되지 않았을까. 어떤 프로그램도 이 정도의 열렬한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꽤 지난 이야기를 좀 오래 늘어놓은 것은 인기라는 것이 팬들의 자발적 참여를 얼마나 유도해 내느냐에 달렸다는 점을 상세히 설명해 보고자 하기 때문이다. 슈스케3의 대박은 시청자 참여를 이끌어 내려는 노력과 아이디어 때문에 가능했다. 이는 방송이 끝난 뒤에도 이어졌다. 슈스케3에 나온 노래들은 각종 음원 차트를 휩쓸었다. 울랄라세션의 ‘서쪽하늘’은 지난해 음원 누적 다운로드 횟수가 270만 회에 달했다. 무명 신인이 기성 가수들을 훨씬 압도하는 놀라운 사건을 일으킨 것이다. 방송국 입장에서는 광고 판매 이외의 새로운 수익모델이 생긴 셈이다. 엠넷이 슈스케3에 무려 5억원의 상금을 내걸었지만 차별화된 수익모델을 통해 광고 이외에도 여러 부수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었을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 미래의 중요한 경영 키워드는 ‘고객과의 소통’이 될 것이라는 점을 이 사례는 웅변한다.

또한 슈스케3는 케이블TV가 이제 지상파 TV의 강력한 도전자로 떠올랐음을 보여준다. 지상파 TV가 대한민국에 도입된 지 올해로 50년이다. 아직 스무 살이 되지 않은 케이블 TV가 아저씨뻘인 지상파 TV를 위협하는 경쟁 상대로 등장한 것이다. 지상파 TV는 시청차 층이 다양한 데 비해 케이블TV는 시청자층이 채널별로 분산된다. 슈퍼스타K를 보는 음악 애호가들과 스포츠·드라마·영화 채널을 보는 이들의 성향이 다르다. 기업 입장에서는 케이블 TV의 시청률이 낮더라도 목표 소비자층을 골라 효과적인 표적 광고를 할 수 있다. 그 결과 광고단가를 책정할 때도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러니 앞으로 지상파와 케이블TV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케이블TV에서도 지상파 채널과 비슷한 종합편성(종편) 채널이 넷 출범했다. 종편 채널도 당장 폭발적 인기를 불러모으지 못하더라도 장차 영역을 넓혀갈 것이다. 지상파·케이블 할 것 없이 TV 채널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시청자들에겐 선택 폭이 넓어지는 만큼 좋은 일이다.

뒤늦게 슈퍼스타K3 찬사를 늘어놓거나 방송산업의 미래를 전망하겠다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니다. 슈스케3를 열심히 시청하다 보니 기업들의 의사결정이 참으로 빠르구나 하는 느낌을 자주 받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어떤 TV 프로그램이 히트를 친 뒤 몇 달 정도 지난 다음에야 출연자들이 이런저런 광고에 얼굴을 내밀었다. 프로그램 방송 시기와 프로그램 연계 광고 방송 시기에 시차가 있었다.

슈스케3의 경우는 달랐다. 10위권이 결정된 바로 다음 주부터 출연진이 광고 두 편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한 편은 코카콜라 광고였다. 슈스케3 스페셜 에디션 제품까지 만들어 10위권 출연자들이 노래 부르며 즐겁게 콜라를 마시는 모습을 연출했다. 빈폴은 이 캐주얼 브랜드를 예쁘게 차려 입은 출연자들을 등장시켰다. KB국민은행은 탑10을 직접 광고에 동원하지는 않았지만 슈스케3를 연상케 하는 광고를 내보냈다. 또 슈스케3 팬들을 위한 특별 금융상품까지 출시했다.
광고가 대중적인 방송 프로그램과 거의 동시에 기획된 것은 해당 업체들이 프로그램 방송과 동시에 또는 방송 이전에 이미 광고내용에 관한 의사결정을 내렸기에 가능하다. 미리 구상해 놨다가 10위권까지 결정되자 바로 이튿날 주인공들을 카메라에 담은 것이다. 예전처럼 방송프로그램이 성공리에 마무리되는지 지켜본 뒤 의사결정을 내려서는 뒷북치기 쉬운 시대가 된 것이다. 인기 프로그램 방송 후 몇 달 뒤 나오는 관련 광고보다 거의 동시에 진행된 광고의 효과가 크다는 것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지난해 최고 히트상품의 하나인 꼬꼬면도 연예인 이경규씨가 ‘남자의 자격’ 프로에서 라면 요리를 선보인 바로 이튿날 한국야쿠르트 직원이 이씨를 찾아가 상품화 제의를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스피드 경영은 이제 기업의 일상이 됐다.

슈스케3의 구호는 ‘기적을 노래하라’다. 하지만 기업 경영에서 기적이란 없다고 생각한다. 성공은 대부분 피와 땀, 치열한 두뇌싸움 덕택이다. 남들보다 한 발 빨리 가겠다는 의지와 노력이 승리의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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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