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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투자 달인 "4달 만에 76억 벌게 한 종목은"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3억5000만원으로 8개월 만에 52억5000만원을 벌었다. 15배의 수익률이다. 장병규(39) 본엔젤스 벤처파트너스 대표의 ‘에인절 투자’ 얘기다. ‘제2의 카카오톡’ 소리를 듣는 틱톡(TicToc) 서비스의 운영회사 매드스마트가 2일 SK플래닛에 팔리는 과정에서 대박 수익을 냈다. SK플래닛은 이 회사 지분 100%를 200억원 정도에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는 매드스마트 창업 초기에 에인절로 들어갔다가 큰돈을 번 것이다. 그는 앞서 지난해 12월 동영상 검색포털 ‘엔써즈’가 KT에 팔리는 과정에서도 30억원을 벌었다. KT는 이 회사 지분 45%를 200억원에 사들였다. 장 대표가 수년 전 3억원을 주고 사들인 지분 가치가 10배로 뛰었다. 최근 넉 달간 두 벤처회사에서 투자금을 빼고 76억원을 번 셈이다.

장병규 본엔젤스 벤처파트너스 대표가 그가 투자한 서울 역삼동 블루홀 사무실에서 촬영에 응했다. 배경은 블루홀의 온라인게임 ‘테라’의 캐릭터다. 최정동 기자

이런 ‘잭팟(대박)’이 처음은 아니다. 2006년 검색엔진인 ‘첫눈’을 개발해 국내 최대 검색포털 NHN에 350억원에 팔았다. 미투데이(소셜네트워크서비스)·윙버스(여행정보)도 NHN에 잇따라 넘겨 네이버의 주요 서비스가 됐다. 장 대표는 원래 벤처투자가가 아니라 벤처사업가였다. KAIST 박사 과정이던 1997년 훗날 국내 ‘빅3’ 게임회사로 큰 네오위즈를 공동 창업한 벤처 1세대다. 자신의 열정과 경험을 후배 창업 세대에 전하기 위해 ‘에인절’ 창업자금을 대준 것들이 잇따라 대박을 터뜨렸다. 도대체 무슨 안목이 있길래 손대는 것마다 성공을 거둘까. 서울 역삼동의 그가 투자한 블루홀이란 회사에서 ‘투자의 달인’을 어렵사리 만났다. “언론 인터뷰를 근래 해 본 적이 없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나 하자”는 그를 붙잡고 사연을 들어봤다.

-왼쪽 눈이 충혈됐다. 매각 작업이 고됐나.
“성공한 틱톡은 이미 내 관심을 떠났다. 지난해 창업 초기 10개 벤처에 투자해 틱톡을 포함해 4개사가 짭짤한 수익을 내며 정상 궤도에 올랐다. 나머지 6개사마저 일으키려고 뛰고 있다. 본엔젤스가 직접 설립한 블루홀의 온라인 게임 ‘테라’의 해외 진출에도 신경 쓰느라 밤샘 작업도 많다. 다음 주 미국 시애틀에 3주간 출장 간다. 테라는 NHN과 함께 지난해 국내 서비스를 시작했고, 다음 달 초 북미·유럽에 잇따라 상륙한다.”

-틱톡·엔써즈를 팔아 큰돈을 벌었다.
“틱톡이나 엔써즈의 매각은 창업자들이 주도했다. 나는 에인절투자자로서 옆에서 도와줬을 뿐이다. 매드스마트가 지난해 3월 틱톡 사업화 아이디어를 보여줄 때 ‘이거다’ 싶어 팔을 걷어붙였다. 8월께 3억5000만원을 투자했다. 매각은 창업자가 잘 판단해 제때 했다고 본다. 엊그제 틱톡 임직원들과 매각 해단식을 했다. 이를 인수한 SK플래닛이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한다. 서운치 않은 돈을 받고 회사를 넘겨도 씁쓸한 분위기가 있게 마련인데, 매드스마트 직원들의 표정도 밝더라.”

-벤처 투자 비결이 궁금하다. 무얼 따지나.
“첫째, 두 명 이상의 공동창업자 회사를 선호한다. 서로 견제도 하고 시너지도 낼 수 있다. 미 실리콘밸리의 투자가이드에도 ‘단독 창업은 더 면밀히 들여다보라’는 지침이 있다. 둘째, 공동창업자 등 회사 임직원의 레퍼런스(평판)를 듣는다. 투자 대상 회사에 가서 직원들과도 인터뷰를 한다. 기술이나 제품은 그 다음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만한 아이디어여야 한다.”

-그게 전부인가. 좀 더 들어가 보자.
“요즘엔 실패한 벤처인들의 재창업 아이디어에 관심이 많다. 실패 경험을 반추하면서 더 독하게 뛴다. 사실 나열할 만한 투자 기준이랄 게 별것이 없다. 오래전부터 벤처 사업 해보고 투자도 해보면서 무형의 영감과 노하우가 쌓였다고나 할까. 몸소 관심 회사에 가서 창업자들과 직원들을 만나보면 이제 느낌이 조금씩 온다.”

-어느 정도면 성공 벤처 투자인가.
“수익률이 10배 이상이면 대박, 5∼9배는 대성공, 2∼4배는 괜찮은 성적 정도로 본다. 개인적으로 에인절 투자는 나무를 심는 심정이다. 길게는 6년까지 기다려준다. 창업 후 채용 등 모양을 갖추는 데 2년, 아이디어가 구현·발전되는 데 2년, 성과가 가시화하는 데 2년 정도 걸린다고 보면 된다. 실리콘밸리에서도 에인절 투자를 한 업체한테서 투자금을 회수하기까지 평균 6∼7년 걸린다.”

-본엔젤스에서 투자한 에인절 벤처들은.
“틱톡 말고도 괜찮은 벤처가 여럿 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인기를 끄는 ‘배달의 민족’(우아한형제들)과 동영상 영어교육 전문사이트인 스픽케어, 캐주얼 온라인 게임업체 지노게임즈는 짭짤한 수익을 내며 안착했다. 지노게임즈는 조만간 NHN의 네이버에도 서비스를 시작한다.”

-‘장병규’란 이름을 내세워 규모 있는 투자 펀드를 만들 생각은 없나.
“본엔젤스의 기본 방침이 에인절 투자라 큰돈을 투자하진 않을 것이다. 또 나를 포함해 3명의 파트너로는 10개사 정도에 투자하는 것이 적당하다. 그 이상 과욕을 부리면 안 된다. 미래에셋 애널리스트 출신의 송인애 파트너, 벤처창업자 출신의 강석흔 파트너와 함께 만장일치로 투자 결정을 한다. 한 사람이라도 고개를 갸우뚱하면 투자하지 않는다. 각자 전문 분야를 존중해야 실패율을 줄일 수 있다.”

-대기업에 인수된 벤처가 잘 뜨지 않는다.
“대기업의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다. 예전처럼 ‘점령군’을 보내 꼬치꼬치 참견하는 관행이 많이 줄었다. 엔써즈 사람들을 만나보면 KT가 인프라 지원을 잘 해주고, 자율성도 많이 줘 일할 만하다고 한다. 벤처는 인재와 분위기가 중요하다는 걸 대기업도 공감하는 것 같다. SK플래닛이 틱톡을 인수한 것도 글로벌 회사로 키우려는 뜻이다.”

-투자한 벤처를 쉽게 판다는 지적도 있다.
“기업 인수합병(M&A)은 벤처 생태계의 핵심 요소다. 에인절 투자를 받은 벤처가 자기 힘으로 기업공개(IPO)를 해 대기업으로 크는 사례는 드물다. 구글·페이스북 정도의 성공은 수십억, 수백억원짜리 ‘로또(복권)’를 맞을 확률이라고 보면 된다. 미 실리콘밸리 벤처도 M&A를 통해 역량 있는 큰 기업에 넘어가 도약한다. M&A가 활성화할수록 벤처 생태계는 ‘창업→투자→M&A→투자→재창업’이라는 선순환을 한다.”

-실패 사례를 들려달라.
“솔직히 ‘미다스의 손’이란 소리가 부담스럽다. 2억원을 투자해 600만원 건진 적도 있다. 지난해 1호 에인절 펀드로 10개사에 투자한 것 중에 절반 이상인 6개사가 미지수다. 물론 4개사를 정상 궤도에 올려 성공률이 40%나 된다. 실리콘밸리에선 20% 정도만 해도 환호성을 올린다고 한다. 실패한다고 헛돈 쓴 건 아니다. 실패의 경험이 반면교사로 한국 벤처의 소중한 밑거름이 된다.”

-벤처 1세대의 후배 돕기가 활발하다.
“번 돈으로 후배들을 돕겠다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같은 생각이다. 김 의장은 한게임·NHN 공동창업자로서 마련한 재원을 100개 벤처의 종잣돈으로 투자하겠다고 한다. 나도 비슷한 취지다. 실리콘밸리 생태계의 선순환은 성공 벤처인들이 주도한다. 돈도 벌면서 벤처 생태계를 키우는 보람을 찾는 건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도움 받으려는 사람은 어떻게 연락하나.
“본엔젤스 홈페이지(www.bonangels.net)에 누구나 좋은 사업 아이디어를 올리면 된다. 에인절 투자를 신청할 수 있도록 e-메일 주소를 넣었다. 사업 분야는 정보기술(IT)이다. 한 달 평균 100여 가지 사업 아이템이 들어온다. 우리도 검토하면서 첨단기술이나 글로벌 트렌드 공부가 많이 된다.”

-후배 벤처 지망생들에게 조언한다면.
“기존에 성공한 아이템과 비슷한 아이디어에 기대 편하게 시작하면 망한다. 안이한 아이템을 들고 오는 후배들은 못마땅하다. 결혼하기 전에 두 번 정도 실패하는 것은 약이 된다고 이야기해 준다.”

이원호 기자 llhl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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