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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중 유일한 낙" 퇴근 임박한 직장인들 열광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출생연도는 2003년. 그러니까 만 9살이다. 20∼30대 직장인들이 유난히 좋아라 한다. ‘하루 중 유일한 낙’‘회사생활의 비타민’이라고들 할 정도다. 점심시간이 끝난 후부터 퇴근시간대까지 인기가 꾸준하다.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나선 특히 출퇴근 시간 지하철에서 사랑받는다. 이름은 웹툰(webtoon). 인터넷을 뜻하는 ‘웹(web)’과 만화라는 뜻의 ‘카툰(cartoon)’이 결합한 말이다.
강풀의 ‘순정만화’, 청설모의 ‘데이지’ 2편이 포털사이트 다음에 연재된 게 시작이다. 2000년대 중반까지 한 자릿수에 불과하던 웹툰이 중흥기를 맞은 건 최근 몇년 새다.
2009년 네이버와 다음 각각 117편과 48편으로 늘면서 폭발적인 증가세에 들어섰다. 지난해 두포털 사이트에 연재된 웹툰은 각각 190편, 123편이다. 현재 네이버엔 120여 편, 다음엔 60여 편이 요일별로 서비스된다.


조회수를 보면 웹툰의 인기는 피부에 더 와 닿는다. 지난달 기준으로 네이버 웹툰 코너의 한 달 페이지뷰(PV)는 8억8000건을 넘었다. 가장 많이 볼 때는 지난해 11억7000건까지 갔다. 어림잡아 한국인 한 명당 주 4∼5회는 웹툰을 본다는 얘기다. 방문자 수(UV)는 월 700만 명 선. PC를 통한 접속자 수만 집계한 것이니 스마트폰과 태블릿PC까지 포함하면 웹툰 인구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월 페이지뷰 최대 11억 건, 방문자 월 700만 명
연재 중인 웹툰이 업데이트되는 시간은 자정이다. 접속량은 오전 7시에 서서히 오르기 시작해 오후 5∼6시까지 꾸준히 상승한다. 점심시간 직후인 오후 1시대에 정점을 찍었다가 잠시 주춤하지만, 다시 올라가 퇴근이 임박한 오후 5시대에 가장 높다. 다음 홍보팀 이슬기씨는 “주 독자층이 20·30대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한다. 스포츠신문 만화나 ‘강안남자’류의 신문 연재 소설을 흥밋거리로 뒤적이던 회사원 층이 웹툰으로 이동하면서 저변이 넓어진 것이다.만화계는 출판만화, 즉 ‘만화책’으로 만화를 보지 않던 사람도 웹툰은 즐겨 본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대학생 이하 연령대가 주로 본다고 알려진 만화 소비층이 성인층으로 넓어진 셈이다. 소비 패턴 변화는 또 있다. 웹툰 이전엔 만화잡지 연재 후 단행본 출간으로 만화가 소비됐다면 이제는 거꾸로다. ‘하루 페이지뷰 200만 회’ 기록을 갖고 있는 인기 작가 강풀을 보면 알 수 있듯 웹툰 연재 후 단행본 출간이 이뤄진다.


웹툰의 장르와 소재는 ‘무궁무진’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다양하다. “(채널이 많은) 스카이라이프나 멀티플렉스 영화관보다 낫다”는 네티즌 얘기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예컨대 편의점 알바생의 우발적 연쇄살인(‘살인자 ㅇ난감’), 동네 바보로 위장 잠입한 북한 엘리트 간첩의 좌충우돌(‘은밀하게 위대하게’), 헤어진 커플이 다시 만나 고양이를 묻어주러 가는 연애후일담(‘고양이 장례식’), 어머니가 외계인에 납치되자 국가에 맞서 진실을 밝히려는 기자의 분투(‘미확인 거주물체’), 고도비만 여성을 내세운 일반인 눈높이의 다이어트 입문서(‘다이어터’) 등 액션·멜로·스릴러·SF·로맨스·코미디 어느 하나 없는 게 없다.

“꼰대가 되고 싶지 않으면 웹툰을 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현실밀착적 소재를 통해 젊은 층의 관심사를 반영한 점도 또 다른 특징이다. 비정규직과 외국인 노동자 문제를 슬쩍 짚고 넘어가는가 하면(‘쌉니다 천리마마트’),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해 목욕관리사가 된 청년을 통해 취업난이 심각함도 느끼게 한다(‘목욕의 신’). 스스로를 ‘44만원 세대’라고 부르는 청소년 아르바이트생의 애환도 절절하다(‘와라 편의점’). 재개발 광풍과 철거민 문제도 정면으로 다룬다(‘신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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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소리’(조석)나 ‘이말년 씨리즈’(이말년)처럼 경우에 따라선 두세 번 읽어야 이해할 수 있는 ‘병맛’(‘병신 같은 맛’의 준말로 이야기가 맥락 없고 형편없다는 뜻) 만화도 많다. 그림체도 허술한 편이고 이야기 전개가 황당한 것도 다수다. 경쟁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루저(낙오자) 정서도 물씬 풍긴다. 작가 연령이 높아 봤자 30대 후반이고 대개 20·30대다. 동세대의 유행어를 적극 반영하고 신조어를 생산한다.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이 대표적이다.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 교수(만화장작과)는 웹툰의 다양성에 대해 “출판만화가 극장을 찾아가 티켓을 끊어 관람하는 영화라면, 웹툰은 무료로 리모컨 돌리며 보는 지상파나 케이블 방송”이라고 설명한다. 방송에선 드라마·교양·예능·시사 등 여러 분야에 걸쳐 다양한 프로그램을 방영한다. 부분적으로 연령제한이 있긴 하지만 대개 ‘전체관람 가’다. 웹툰도 마찬가지다. 요일별로 다양한 종류의 웹툰이 무료 서비스되기 때문에 독자는 TV를 켜기만 하면 아무 채널이나 돌려 입맛대로 골라보는 시청자처럼 즐길 수 있다.포털사이트 입장에서 웹툰은 네티즌을 포털사이트로 발길을 돌리게 하는 일종의 ‘전단지 상품’이다. 웹툰 코너의 광고 효과가 그다지 높지 않은데도 해마다 연재를 늘리는 이유다.웹툰의 인기를 가늠하는 방법 중 하나는 댓글과 별점이다. 최근 네이버 연재 600회를 돌파한 조석의 ‘마음의 소리’는 회당 평균 5000개가량의 댓글이 달린다. 많을 때는 1만2000개에 달했다. 별점은 화제작의 경우 10점 만점에 9점 이상이다.

네티즌 끄는 미끼상품... 포털, 매년 연재 늘려
웹툰이 상한가라는 사실은 2차 창작물에 대한 판권이 많이 팔리는 데서도 알 수 있다. 충무로에서 지금 웹툰 원작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는 ‘이끼’ ‘공공의 적’의 강우석 감독이 7월부터 촬영하는 학원물 ‘전설의 주먹’ 등 10여 편에 달한다. 한국과 일본 소설에 주로 몰리던 판권 구매가 방향을 바꾼 것이다. 이는 극장을 주로 찾는 관객층과 웹툰 주 소비층이 거의 일치하기 때문이다. ‘포스트 강풀’로 불리는 주호민의 ‘신과 함께’도 영화화가 확정됐다. 저승편·이승편·신화편·프리퀄(시리즈 속편이지만 이야기상 전편), 스핀오프(번외편) 등 시리즈 5편을 염두에 둔 국내 최초의 프랜차이즈 영화다. 영화 흥행에 따라 드라마·연극·게임 등으로도 제작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원작이 가장 많이 영화화된 작가는 강풀이다. ‘바보’ ‘아파트’ ‘순정만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등이 스크린에 옮겨졌고, 5공 시절 대통령 암살 음모를 소재로 한 ‘26년’의 영화화가 추진되고 있다. ‘순정만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새끼손가락’(이익수), ‘삼봉이발소’(하일권) 등은 연극 무대에 올랐다. 현재 SBS에서 방영 중인 ‘패션왕’(기안84)은 방영 전부터 주요 캐릭터들이 인터넷 쇼핑몰 모델로 발탁되기도 했다. 이 역시 웹툰의 현주소를 증명해준다.

기선민 murph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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