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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륜아” “대통령” … 본인은 웃으며 유세장으로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7일 오후 1시35분 서울 공릉동 지하철 7호선 공릉역 인근에 있는 김용민(38) 민주통합당 후보 선거사무소 앞. 대한노인회 노원지회 소속 회원들이 모여든다. 오후 2시로 예정된 김 후보 규탄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선거사무소 입구는 시위대의 진입을 막으려는 경찰과 선거캠프 관계자들로 북적거렸다. “저런 못된 놈이 국회의원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소리가 시위 참가자 사이에서 흘러나왔다. 그 와중에 “와∼” 하는 함성이 터졌다. 김용민 후보가 선거사무소에서 나와 대기 중이던 카니발 유세 승합차에 빠르게 올라탔다. 그는 환한 표정이었다. 선거캠프 관계자들을 향해 씩 웃어 보이고는 유세장을 향해 떠났다. 캠프에 몰려든 젊은 지지자들의 요란한 박수가 터졌다. “대통령” “대통령”이란 연호까지 나온다.

잠시 후 오후 2시. 대한노인회 노원지회 회원 100여 명이 규탄 집회를 시작했다. 이들은 세 가지를 요구했다. “민주통합당은 막말 시궁창 김용민을 즉각 사퇴시켜라.” “서울대 총장은 노인을 무시하고 김용민 후보를 후원하는 조국 교수를 즉각 해임하라.” “KBS·MBC 사장은 막말 쏟아내는 김구라를 즉각 퇴출시켜라.” 이순옥(76) 지회장은 “선거 중립이 원칙이지만 김용민의 발언만큼은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며 “결과적으론 낙선운동이 되겠지만 지회 소속 240여 곳 경로당에 김용민의 발언을 정확히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의 선거사무소 앞은 단골 시위 장소가 됐다. 이날 시위에 앞서 6일엔 노원구 안보단체협의회 회원들이 ‘노인 무시 패륜아 김용민은 즉각 물러나라!’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나섰다. 이날 시위대는 “네 놈이 욕을 잘한다는데, 나도 한번 해보자. 이 개 같은 놈아, 개가 파먹을 놈아”라고 외쳤다. 5일엔 어버이연합회원들이 “막말 종결자 나꼼수, 후레자식 나꼼수” “상습외설 막말꾼”을 외치며 사퇴를 촉구했다.

김 후보 측은 7일 유세 일정을 공개하지 않았다. 취재에도 응하지 않았다. 선거캠프 관계자는 “선거 보도란 게 후보에게 유리해야 말하고 보여주는 것 아니냐. 보수 언론은 왜곡·과장 보도를 하고 있어 어떤 것도 말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필요하면 우리가 기자들에게 연락한다”고 덧붙였다.

김 후보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완주가 목표가 아닙니다. 우리에게는 승리해야 할 이유가 많습니다. 모든 것은 제가 짊어지고 갑니다. 반드시 이기겠습니다!” “하도 기자들이 따라붙어서 선거운동에 지장이… 일정 공개를 못해 드려 죄송합니다. 대신 맞팔 들어갑니다”라고 올렸다.

사퇴 압력을 받는 김 후보 측은 오히려 기운을 내는 분위기다. 발언이 알려진 5일 저녁만 해도 캠프 사무실엔 어두운 표정의 남녀 4~5명이 말없이 앉아 있었다. 하지만 8일 사무실 입구엔 ‘시사돼지 쫄지 마 우리가 있다’는 등의 지지 메모 수백 개가 출입문을 가득 채웠다. 사무실 앞엔 3~4명의 젊은이가 ‘무한지지’ ‘진심 어린 사과 받아들인다. 국회에 입성해 진심 어린 정치로 보답하라’는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기호 2번 김용민’ 띠를 두르고 노란색 점퍼를 입은 유세 지원단은 4~5명씩 짝을 지어 “아자, 아자 파이팅”이라고 외치며 인근 공릉역과 태릉역으로 향했다. 김 후보의 노란 유세차는 “서민과 중산층이 살아야 합니다. 국민은 빚더미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4월 11일 투표하러 갑시다. 가서 김용민 후보를 찍읍시다”를 외치며 거리를 달렸다.

노원갑 선거구(월계동·공릉동)는 김 후보와 새누리당 이노근(58)·자유선진당 김철수(62)·무소속 우승배(45) 후보가 경쟁한다. 김 후보의 막말 발언이 알려지기 전인 2일 본지 여론조사에선 이노근 35.0%, 김용민 37.8%, 우승배 3.6%의 지지율이었다. 이노근 후보는 “김 후보가 나꼼수 인기를 바탕으로 수십만 명의 트위터 팔로어를 가지고 있다지만 실제 표와 연결될지 의문”며 “겉만 화려해 공공 분야에서 일할 인물로는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노근 후보의 김주성 특별보좌관은 “인터넷에서 김 후보의 저질 발언을 쉽게 찾아낼 수 있다. 공당의 전략 공천자라면 철저한 검증이 필요한데 그런 기본 검증도 안 된 것”이라며 “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승리를 자신한다”고 말했다.

김용민 후보의 저질 막말 발언에 대한 현지 주민의 비난은 계속되고 있다. 거리에서, 시장에서, 경로당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그에 대한 지지 여부를 떠나 발언 자체의 저질성을 문제 삼았다. 학부모들은 “교육특구인 노원에서 가장 비교육적인 후보가 나왔다”고 개탄했다. 특히 노년층은 조직적으로 김 후보를 규탄하고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7일 노원지회 시위에는 대한노인회 서울연합회 황인한(72) 회장을 비롯해 대한노인회 간부들도 참석했다. 대한노인회 이성록 사무총장은 “필요하면 민주당 중앙당사 항의 방문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성 유권자의 비난은 성적 비하 발언에 초점이 맞춰진다. 초·중학생 자녀를 둔 주부 김모(42·월계동)씨는 “한 나라의 국회의원을 하겠다는 사람이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 도대체 이해가 안 된다”며 “딸아이가 혹시 알까 신문을 치웠다”고 말했다. 그는 “후보 대부분이 마음에 안 들어 누구를 찍을까 고민해 왔는데, 이제 찍지 말아야 할 사람은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남분옥(72·공릉동)씨는 “미국의 여자 장관을 어떻게 하자고 했다는데, 제정신이라면 할 수 없는 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들끓는 비난 속에 “우리가 교육을 잘못 시켰다”는 자조의 탄식도 나온다. 공릉동의 한 아파트 경로당에서 만난 전찬억(76)씨는 “우리 세대가 너무 어렵게 커서 애들만큼은 편히 살게 해줘야겠다는 생각에 너무 오냐오냐 키워 버르장머리 없이 자란 젊은이가 많다”며 “나쁜 놈이지만 제대로 된 가치관을 심어주지 못한 어른들도 잘못”이라고 말했다.

발언의 저질성은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지지하고 선거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간간이 있었다. 대학생 강진우(26·월계동)씨는 “발언은 누가 봐도 심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의 이슈는 그런 발언이 아니다. 더욱이 몇 년 전 소수를 대상으로 인터넷에서 한 말”이라며 “현 정부의 실정, 민간인 사찰 등이 더 큰 이슈로 실제 투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재래시장인 공릉동 도깨비시장에서 만난 50대의 음식점 여주인도 “그 젊은 양반을 찍으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참 안타깝다”며 “하지만 여전히 그 양반이 다른 후보보다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염태정 기자 yo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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