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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이태원에 다시 봄이 왔다

최인아
제일기획 부사장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와도 봄이 아닌 듯 날이 계속 춥더니 며칠 전엔 눈까지 내렸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일 뿐. 곧 봄이 오리라는 것을 우리는 아는데, 필자의 사무실이 있는 이태원엔 이미 몇 년 전부터 봄이 계속되며 우리를 즐겁게 하고 있다.



 지난해 한 그룹이 이태원을 소재로 노래를 불렀던 기억이 난다. ‘강남 너무 사람 많아/홍대 사람 많아/신촌은 뭔가 부족해… 젊음이 가득한 세상 이태원 프리덤/새로운 세상’이라는 노랫말로 이태원의 매력을 표현하여 큰 인기를 끌었다.



 사실 이태원은 오랫동안 외국인들과 독특한 취향, 그리고 큰 사이즈의 옷을 위한 쇼핑가였다. 일부 매니어들이나 찾는 곳이었다고 할까. 그러다 1997년 관광특구로 지정되었고, 곧 외국인을 대상으로 이태원 상권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한껏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얄궂게도 그해에 외환위기가 닥치고, 또한 미군 기지 이전 계획이 발표되면서 이태원은 다시 위축됐다.



 필자의 회사는 외환위기 직후에 이태원으로 사무실을 이전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그 당시엔 오피스 빌딩은 물론이고 인프라도 별 게 없고 주변 풍경도 썰렁하기 그지없었다. 일부를 제외하곤 식당도 변변치 않아서 매일 점심·저녁을 해결하는 것도 어려울 지경이었다. 외국인들이 빠져나간 이태원의 운명은 황금기를 지나 쇠락의 길을 걷는 듯 보였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역시 빠르고 화끈하다. 언제 그랬느냐는 듯 2012년 지금 이태원은 신흥 문화 거리로 한껏 주목받고 있으며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레스토랑과 카페가 문을 열고 브랜드 숍들과 문화 공연장도 이곳으로 몰려들고 있다. 확실히 요즘 이태원은 노랫말처럼 ‘새로운 세상’이며 ‘핫 플레이스’인 것 같다. 제2의 르네상스를 맞았다고나 할까.



 이태원이 핫 플레이스로 부상한 이유를 전문가들은 이렇게 분석한다. “다양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문화를 경험하고 소비할 수 있는 복합 문화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커피와 미술품, 브런치와 쇼핑, 과거와 현재, 전통과 첨단을 한곳에서 경험하고 문화를 소비할 수 있는 젊은 공간이라는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이 동네에서는 서로 어울리지 않을 듯한 일들이 수시로 일어난다. 리움과 같이 격식을 갖춘 유명 미술관이 있는가 하면 작지만 상상력과 실험 정신으로 가득 찬 재미있는 갤러리도 여럿 있다. 이런 데는 간판도 눈에 잘 띄지 않아서 눈 밝은 사람이나 알아보고 들어갈 수 있는데, 안에 들어서면 젊은 예술가들의 넘치는 상상력을 커피를 마시며 감상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몇몇 트렌드 숍에서는 브런치와 함께 쇼핑을 하는 특별한 경험을 즐길 수도 있다. 또한 이른바 ‘꼼데 거리’와 그 뒷길을 걸으면 한편에 트렌디한 레스토랑과 갤러리가 늘어서 있고, 또 한편엔 1980~90년대 연립 주택가가 그대로 남아있는 등 이질적인 풍경을 동시에 만날 수 있다. 이렇게 서로 어울리지 않는 것들의 색다름이 합해져 묘한 매력이 되면서 이제 이태원은 밤뿐 아니라 낮에 와서 보고 먹고 놀고 즐기는 흥미진진한 곳이 되었다.



 이제는 많은 기업이 이태원을 보고 배웠으면 한다. 과거 쇠퇴하던 지역의 단점을 장점으로 만든 것처럼 관점을 바꿔 약점을 강점으로 만든다면 반드시 큰 힘이 될 것이다.



 남들은 놀러 오는 이태원에 필자는 10여 년간 출퇴근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매년 달라지는 이태원 풍경을 몸으로 느끼고 있다. 필자와 같은 광고 회사 사람들에게 이런 변모는 참 반갑다. 뭔가 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하는 광고장이들에겐 평소에 보고 듣고 체험하는 것이 전부 아이디어의 재료가 된다. 새로운 체험을 할 수 있다면 일부러라도 찾아갈 텐데, 회사 문 밖이 바로 트렌드의 중심가이니 광고 회사의 입지로서 꽤 훌륭한 셈이다. 게다가 요즘엔 약속도 회사 주변으로 정하곤 한다. 이태원이 뜨면서 이 주변을 체험하려는 분들이 늘어나는 까닭이다. 또 만날 때마다 사람들이 가 보고 싶어 하는 레스토랑이 바뀌어서 재미있다.



 이번 주말에는 이태원으로 나들이를 하는 건 어떨까. 큰길은 물론 안쪽 골목에도 고가구점에서부터 공방과 옷집 등 저마다 개성을 자랑하는 숍들이 가득하니 천천히 구경하며 산책을 해도 좋겠고, 거리를 향해 문을 활짝 열어 놓은 카페에 친구와 연인과 가족과 마주 앉아 맛있는 음식을 앞에 놓고 이야기꽃을 피워도 좋겠다. 그러다 보면 주말 오후가 훌쩍 지나가리라. 옛것과 최신의 것이 한데 섞여 뿜어내는 생동감 가득한 공기는 이태원이 드리는 덤이다.



최인아 제일기획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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