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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재정부, 선거법 위반” … 공약분석 발표에 제동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김능환)가 기획재정부에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 정당들의 공약 가운데 복지부문만 떼내 돈이 많이 든다고 언론에 공표한 건 선거법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복지공약만 부각, 선거 왜곡 가능성”

 중앙선관위는 5일 전체 위원회의를 열어 재정부가 4일 여야의 복지공약 분석 결과를 발표한 데 대해 “공무원의 선거중립의무를 명시한 공직선거법 제9조에 위반된다”고 결론 내렸다. 선관위는 2004~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세 차례에 걸쳐 선거중립의무 위반을 지적한 적이 있지만, 정부 부처에 선거법 9조 위반을 지적한 것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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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는 이날 “정당 간의 자유경쟁이 정부의 개입에 의해 왜곡돼선 안 된다는 것이 공직선거법 9조의 취지”라고 밝혔다. 이에 근거해 선관위는 “선거일을 불과 7일 남겨 놓고 재정부가 정당의 선거공약을 특정 부분에 한정해 그 소요예산의 추계액이 과다하다는 점만을 부각시켜 공표한 것은 이유야 어떻든 유권자의 판단에 부당한 영향을 미쳐 선거결과를 왜곡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날 김동연 재정부 2차관은 정부 합동복지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내놓은 복지공약 266개를 모두 집행하려면 기존 복지예산 92조6000억원 외에 5년간 최소 268조원이 더 필요하다”고 발표했었다. 복지공약은 여당보다 야당이 더 많이 내놨다.



 선관위는 “재정부에 선거중립의무 준수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주의를 촉구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공직선거법 9조엔 처벌조항이 없어 위반하더라도 제재 수단이 마땅찮다.



 여야는 일제히 선관위 결정을 환영했다. 새누리당 이상일 선대위 대변인은 “재정부는 쓸데없는 선거개입을 중단하고 서민경제를 살릴 생각이나 하라”고 했다. 복지공약 예산이 새누리당의 두 배가량 되는 민주당은 ‘관권개입’ 의혹도 제기했다. 김유정 대변인은 “선거개입에 앞장선 MB 아바타 박재완 장관과 김동연 차관을 즉시 해임하지 않으면 청와대의 선거개입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겠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2008년 2월부터 2010년 7월까지 청와대 정무수석과 국정기획수석을, 김 차관도 비슷한 시기에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과 국정과제비서관을 각각 맡았다.



 선관위가 정부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것은 김능환 위원장(현 대법관)의 성향과 무관치 않다. 이용훈 전 대법원장의 추천으로 지난해 2월 취임한 그는 원칙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선 다수파와 소수파 사이의 균형추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1월 디도스 공격에 대한 사실 규명을 하겠다며 전산자료를 요청한 새누리당을 향해 선관위가 “참으로 적반하장(賊反荷杖)”이라며 강경하게 나온 것도 그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말이 나왔다.



 박재완 장관 역시 재정건전성에 관한 한 원칙론을 강조한다. 그는 최근 “지난 2월 (복지공약 분석을) 1차 발표한 뒤 복지공약이 삭제되거나 변화했으며, 국민적 경각심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박 장관이 목소리를 낮추지 않는다면 대선까지 복지 확대를 내거는 정치권과 정부, 그리고 선관위 사이의 충돌은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또 선관위의 구성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임기 6년의 위원 9명 중 현 여권의 추천으로 임명된 위원은 과반이 안 된다. 이 때문에 선관위가 정부 눈치를 보지 않고 독자적인 입장을 취할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실제로 이날 회의에선 “ 유권자의 선택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반론도 나왔지만 소수였다고 한다.



한편 재정부는 선관위 결정에 대해 “아쉽지만 존중한다”고 했지만, 복지공약에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필요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홍남기 정책조정국장은 “복지를 비롯해 국회에서 제기되는 문제에 대해 검토하는 것이 재정부의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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