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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아직도 선거철 공짜점심인가

박민제
탐사팀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30년 넘게 근무한 A씨. 수많은 선거를 치렀지만 “30년간 단 한 번도 성취감을 느껴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선거 때만 되면 ‘이번에는 좀 나아지겠지’라고 기대하지만 결과는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매한가지였던 것. 그는 “평생의 업(業)으로 깨끗한 선거풍토 만드는 일에 매진했지만 선거 때만 되면 ‘누가 밥 한번 안 사주나’ 하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통계도 이를 입증한다. 총선 일주일 전인 지난 4일까지 선관위가 고발·수사의뢰한 선거법 위반행위는 총 267건. 같은 기간 18대 총선(204건)에 비해 30.9% 늘었다. 이 중 금품, 음식물을 제공한 건은 133건으로 절반을 차지한다.



 본지 탐사팀이 지난달 21일부터 열흘간 선관위 특별기동조사팀과 동행취재하며 확인한 현장에서도 불법행위는 여전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후보자가 아닌 제 3자의 금품·음식물 제공이었다.



 전남 선관위가 지난달 27일 고발한 B씨 사건. B씨는 당내 경선에서 친분관계가 있는 C후보를 밀어주기 위해 5명에게 식사를 대접했다. 한 참석자에게는 10만원을 주머니에 찔러주기도 했다. 그는 식사자리에서 “C후보가 서울대 법대 나오고 실력은 있는데 언변이 없다”며 지지를 유도했다. 참석자들은 “B씨가 찍으라면 찍어야제”라며 호응했고 실제로 당내 경선에서 C후보를 찍었다고 한다. 한 참석자의 자수로 B씨는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당했다. 하지만 C후보는 당내 경선을 무사히 통과했다. 선관위는 “직접적 연결고리가 없어 후보자가 이득은 봤지만 처벌은 받지 않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B씨 사건과 유사하게 ‘꼬리 자르기’식으로 불법행위를 저지르는 후보가 상당수 있다”고 지적했다.



 선거 때마다 거듭되는 이런 불법행위를 없애기 위해서는 “선거법 위반을 심각한 범죄로 인식하고 엄벌하는 사회 분위기가 필요하다”는 것이 불법 선거운동 단속 현장에서 만난 선관위 관계자들의 일관된 지적이다. A씨는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듣는 항변이 ‘밥 한번 먹은 거 가지고 왜 이리 각박하게 구느냐’라는 말”이라며 “그 밥 한번 먹고 투표를 잘못하면 결국 손해는 전체 지역구민이 보는데 그 심각함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세상에 비밀은 없다. 선거법을 어기면 반드시 문제가 된다. 그런데 이를 까먹는 사람이 4년마다 계속 나온다.” 이번 취재기간 동행했던 전남 선관위 특별기동조사 팀원들이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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